[리뷰]롤러드롬 — 멈추지 않는 흥분

Ashihara NepuYona
7 min readAug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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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이터널”의 디렉터 휴고 마틴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던 둠가이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샷건을 든 이소룡’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로 실현되었습니다. 이 게임, “롤러드롬” 얘기입니다.

주인공 ‘카라 하산’은 스케이트 보드가 아니라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지만, 그녀가 피로하는 갖가지 트릭과 조작은 대체로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 시리즈에서 많이 참고했습니다.

아무튼, “롤러 스케이트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묘기도 부리고 적들도 다양한 총기로 처리한다”, 듣기만 하면 굉장히 멋있는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장르를 융합하려면 많은 난관들을 거쳐야 합니다. “묘기를 부리는 동안 적의 표적이 되기 쉽다”거나 “롤러 스케이트는 관성에 따라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롤러드롬은 이런 융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색한 부분들을 커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게임으로 다음과 같은 해답을 내놓습니다.

롤러드롬은 1) 미로나 일직선 통로가 아닌 원형에 가까운 아레나형 스테이지에서 2) 최대한 콤보를 이어나가고 점수를많이 획득하는 게 목적인 아케이드 스타일에 3) 적들이 플레이어의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만들어내는 역할로 기능하는 게임이다.

이 리뷰에서 일일이 메커니즘을 분석하거나 해설했다가는 너무 길어질 테고, 뭣보다 “이 게임이 괜찮은가?” “이 게임 해볼만한가?” 하는 점이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테니 각 항목에 대해서 간략하게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아레나형 스테이지 (★★☆☆ — 나쁘진 않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롤러드롬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묘기를 부리는 게임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개발사 ‘롤7’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열 한 가지의 맵을 모두 아레나 형태로 설정했습니다. 각각의 맵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역이 나뉘어져 점프로 왕복해야하는 맵, 복층 구조로 만들어진 맵, 난간을 긁으면서 내려오는 트릭인 ‘그라인드’에 특화된 맵, 저격수들이 많이 배치되는 맵, 밑에서 언급할 챌린지 토큰의 배치 등등.

그럼에도 모든 맵이 ‘아레나’ 형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고, 비주얼 컨셉도 서~너가지 정도(경기장, 쇼핑몰, 스키장, 사막)로 아무래도 질리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이 점은 2) 아케이드 스타일이라는 점과 맞물려서 ‘나는 그냥 점수만 주구장창 올리는 게임보다는, 스토리도 좀 있고 탐색 요소도 있고 멋진 연출이 이뤄지는 세트장에서 놀아보고 싶다’는 식으로 다양성을 요구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2) 아케이드 스타일(★★★★ — 훌륭합니다)

서두에 이 게임이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다고 했지만, 특히 이 부분이 그렇습니다. 각종 ‘묘기’를 시전하면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며, 커맨드 입력이 복잡한 묘기일 수록 점수는 더욱 높아집니다. 또한 적들을 일정 시간 내에 연속해서 죽임으로서 ‘콤보’ 배율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롤러드롬” 게임 플레이의 핵심입니다. 단, 시간이 늘어져도 점수에 일부 패널티가 가해질뿐, 게임오버가 되는 엄격한 시간 제한은 두지 않았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습니다만, 여기서 장르 융합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둠 가이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샷건을 든 이소룡”라고 해도, 제자리 점프를 할 때도 있고 적을 겨냥하기 위해 멈출 때도 있고 뒤로 물러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라 하산’에게 선택지는 전진 전진 오로지 전진 뿐입니다.

항상 전진하는 ‘카라 하산’에게 에임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여러가지 묘기나 콤보를 연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케이드 스타일 게임에서는 자칫하면 짜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롤러드롬’은 자동 록온, 피격 판정, 블렛 타임 등등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에임이 굉장히 관대하게 작동합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굳이 트집을 잡자면, 묘기보다도 콤보가 너무 강력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묘기를 통해 점수를 얻긴 하지만, 적을 죽이는 것으로도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콤보를 잇는 것만으로 A랭크까지는 손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커버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리그(챕터)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부가임무인’챌린지’를 일정이상 성공시켜야 하는데, 이 챌린지들은 특정 스테이지에 분포된 ‘챌린지 토큰’을 다 모으거나 각종 묘기를 시전하는 부류의 것이 많습니다. 또, 이 게임에서는 탄환을 보급할 때는 맵에 널려있는 아이템을 먹거나 적을 죽여서 얻는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보급 가능하다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어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콤보를 잇는 것이 묘기를 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단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단, S랭크까지 가기 위해서는 각종 묘기에 통달해야 할 것입니다.

3) 적은 장애물을 만들어내는 역할(★★★☆ — 준수합니다)

이 부분은 개발사의 고민이 깊게 보이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TPS/FPS의 적들과 달리, 롤러드롬의 적들은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격받으면 텔레포트를 하는 적이나 공중에서 찍어내리기를 시전하는 적이 있긴 합니다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적들은 저격을 통해 멀리서 플레이어를 방해하거나, 유도 미사일을 쏴서 압박하거나, 접촉한 것만으로 체력이 닳고 콤보 미터가 저하되는 환경요소를 만들어내거나 합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잠시 무적 상태가 되는 롤링(회피) 요소가 있으며, 저스트 회피를 발동시킬 경우에 데미지가 상승하는 슈퍼 리플렉스(블렛타임)이 시전 가능합니다. 첨언하자면 회피는 이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데요, 공중에서도 사용가능하기에 묘기 중에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좌우로 ‘게걸음’이 나 후진이 불가능한 ‘카라 하산’의 긴급 방향전환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클리어 후에 해금되는 ‘살기등등’ ( 2회차 하드 난이도)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육안으로 전부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형형색색의 위협이 게임에 펼쳐지게 됩니다. 이런 난전 속에서 플레이어는 가장 위협이 될 법한 적을 우선적으로 해치우고, 때로는 점수 상승을 위해 슈퍼 리플렉스 발동이 쉬운 적들은 살려두면서, 아레나를 종횡무진 누비며 슈터로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다만, 적들도 일곱 종류 정도로 많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보스전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똑같은 하나의 보스를 우려먹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적들이 장애물을 만드는 방식 역시도 맵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이른바 ‘장판’을 까는 정도에 불과해서 크게 전략이나 전술을 바꿀 이유까지는 되지 않습니다. 저라고 해서 다른 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여기서 등장한 적 외의 타입이 과연 게임에서 올바르게 작동할지는 알 수가 없어, 제작진을 크게 탓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종합 — 멈추지 않는 흥분, 멈추지 않는 고민

“롤러드롬”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게임은 아니지만, 안이한 아이디어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게임입니다. 서로 다른 두 장르를 합치면서, 한 쪽의 매력이 다른 쪽 매력을 깎아내리지 않도록 조정했고, 그럼으로써 항상 빠르게 움직이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적들의 위협 속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느끼며 이를 물리쳤을 때 느끼는 짜릿함까지 모두 잡은 게임입니다.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이기에 반복 플레이가 필수적이며, 살기등등 난이도는 더 어려운 도전을 찾는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반복 숙련 이상의 요소를 찾는 게이머에게는 추천해주기 어려운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 게임에서 세운 밸런스를 넘어설 방법이 없을까 조금의 아쉬움과 고민을 플레이어에게도 안겨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또, 이 리뷰는 일단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했습니다만, 그래픽이나 사운드 부문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트로 퓨처한 80년대 느낌을 좋아하시면 잘 맞을 것입니다. 큰 버그도 경험하지 않았고 프레임 유지 등 퍼포먼스도 훌륭하며, 난이도 선택은 없으나 게임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챌린지 스킵이 가능하여 자신에 맞는 설정을 찾아가시면 좋겠습니다.

(★★★★ —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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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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