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에 사랑을 담아.

Ashihara NepuYona
3 min readJun 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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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영화 『머니볼』(2011)을 본다. 이 영화는 오클랜드의 구단장 빌리 빈과, 그가 세이버 매트릭스를 이용하여 20연승을 달성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머니볼』은 오클랜드에 대한 영화도 아니고, 야구에 대한 영화도 아니고,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한 영화조차 아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묘사된 몇몇 갈등들은 과장되거나 허구라고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을 다루는 영화일까? 이 영화는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수식을 뒷받침하는 것, ‘철학으로서 수학’에 대한 영화다. 혹은 바로 그 ‘철학으로서 수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아래의 대사보다 더 아름답게 ‘철학으로서 수학’을 설명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이건 결국 하나의 숫자를 도출해내기 위한 거죠. 새로운 방식으로 통계를 이용하고, 아무도 눈치 못 챈 선수들의 가치를 찾아낼 거에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선입견이나 눈에 쉽게 보이는 결점 때문에 과소평가당해요. 나이, 생김새, 성격… 빌 제임스와 수학은 그런 걸 단칼에 끊어버렸어요(It’s about getting things down to one number. Using stats the way we read them, we’ll find the value of players that nobody else can see. People are over looked for a variety of biased reasons and perceived flaws. Age, appearance, personality. Bill James and mathematics cuts straight through that.)”
— 이 수식들이 그래서 뭐냐는 빌리 빈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피터 브랜드

우리들이 흔히 갖는 선입견이나 직관을 뛰어넘어, 여태껏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거나 과소평가 당했던 가치를 찾아내는 것. 합리성이나 연역의 영역, 즉 수학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철학으로서 수학’이다. 하지만 『머니볼』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충분한 자원을 가진 사람이나 어떤 의지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수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해도 아무 문제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합리성을 점화시키는 것은 어떤 열정(파토스)이지만, 때로는 그 열정 때문에 혁신가 스스로가 불러일으킨 커다란 변화를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

『머니볼』의 명대사 “어떻게 야구에 낭만을 품지 않을 수 있겠어” 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리고 어떻게 『머니볼』을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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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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