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키 “프레쨩이 우울해져서요”(下)
……
사정이라는 분께선 뭐가 어찌되든 멋대로 정리되는 분이라서.
1 개월만에 온 사무실은, 레이지 레이지 활동정지 소동따위가 있다해도 아무 일도 없이 기능하고 있었다.
아니 이 사무소를 흔들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유닛이 있다면 그것도 보고 싶지만~
응냐 모두 힘내고 있으니까 영향이 적어졌다고 해야할까. 응, 땡스-
「그냥그냥, 파파파밧하고 인사만 할 뿐이야. 바쁘신 학생같은 스탠스로 꽁무니 빼버리자~ 참고서라도 갖고 있으면 그럴싸했을 텐데, 그치」
「앗, 으, 응. 그러네, 인사. 인사.」
프레 쨩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복도의 끄트머리를 골라 걷는다.
손은 항상 가슴앞에 놓여있고, 안절부절해서 깍지를 꼈다 풀었다 진정을 못한다.
강한 불안을 느낄 때의 동작.
프레 쨩은 자기 병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서, 그래서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의 이미지대로의 모습을 자기자신인데도 유지할 수 없어서.
「하, 하-이. 프레쨩, 다요-」
억지로 형태를 만들어내서 비틀린, 미소같은 무언가의 표정이 나에게만 콕 어딘가를 찔렀다, 는 느낌을 주었다.
어머 프레 쨩에 시키 아니야. 오랜만이네. 또 재밌게 볼만한 영화를 찾았는데 같이 어때.
「아, 그, 그렇네. 영화. 영화 좋지. 영화는 좋아」
아- 오랜만이구마이. 경단 먹을껴? 이야 둘이 없응게 사무소가 절 가터서 조용했구마이.
「아- 그, 경단, 그치만 미, 안. 지금은 쫌. 응-응. 좋아는, 하지만」
엇. 아, 그게 아니궁, 아하하, 얏호ー★ 오옷 그 모자 끝내주자나. 그건 그렇구 레이지 레이진 언제나 갑작깜짝쇼라니깡-
「미안, 놀래켜서 미안, 미안해. 엣, 그렇게 사과 안해도 된다고, 응, 미, 안」
내가 보기엔 분명히 이상했던 프레쨩의 언동이, 조금 수상쩍긴 해도 누구도 그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
할 수 없지. 그런 거다. 변명은 아니지만, 나도 처음엔 눈치 못 챘으니까.
누구라도 좀 시무룩할 때는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저 감기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해서는 뇌내 전달물질이 이상을 일으켰습니다, 라니 파악할 수 있을 릴 없다. 본인이 감추려고 할 수록 더 그렇다.
그러니까.
먼저 단정해두자면 그녀는 나쁘지 않으니까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 오랜만이임다! 시키 씨! 프레데리카 씨! 불타고 있습니까-! 퐈이아-!」
마치 그 병과는 아무 상관없어보이는(란 가정은 역시 취소)어미에 언제나 느낌표를 붙이는 그녀가 보여서.
체육계 느낌 물씬 풍기는 90도 허리 인사로.
「야아-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휴식한다니 정말 두분은 훌륭하네요-!」
잠깐, 지금 프레 쨩에게는 불편한 말을 한다해도, 용서해주길 바란다.
「어떤 때라도- 직구 어태애애애애액! 좋다고 생각합니다! 활기가 있으면 뭐라도 할 수 있다! 근성입니다 근성!」
아아, 더는.
글러, 버렸다.
그건 안돼.
「저도 응원하겠슴다-! 힘내세요!」
어디까지나 포지티브하게 사정을 생각하는 프레쨩은.
지금은 어디까지나 네거티브하게 사정을 생각해버리니까.
지금 막, 프레 쨩은 뇌내에 에러를 일으키고 말았으니까.
「어 어레레?! 왜 그러심까! 왠지 평소 같은 프레데리카 씨가 아니네요! 이미지 체인지라도 한 검까?!」
「힘내라」도 「평소같지 않다」도 안된다.
프레 쨩은 그 말에 가장 얼어붙어버린다.
프레 쨩은 최선을 다해서, 힘내려고 하고, 평소 같은려고 하고. 그래도 안되니까.
히노 아카네 쨩의 본래 선의 100%의 격려의 말을 받아도, 프레쨩은 눈동자가, 어깨가, 입술이, 심장이, 뇌가, 흔들흔들 흔들린다.
다음 말이 방아쇠였다.
「프레데리카 씨! 사람과 얘기할 땐! 눈을 마주치죠!」
「……읏……!」
프레 쨩은 흔들리는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채워서, 갑자기 돌아서서 달려 나갔다.
「저의 불타는 눈동……오옷?! 석양을 향해 대쉬로군욧!」
이건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게을러진 몸에 채찍질을 해서 프레 쨩의 뒤를 좇아 달린다.
발 뒤꿈치를 든다. 미끌. 중심이 무너져 다리를 헛디뎠다.
「냣」
복도에 눈싸움하는 모양이 된다. 다행히도 손이 먼저 닿았다.
아챠- 피로 탓인가- 이렇게까지 타이밍이 나쁠 줄이야-
몸을 일으키자, 이미 프레쨩의 모습은 없었다.
그래도 발을 앞으로 내민다. 복도 모퉁이를 돈다. 없다.
음음음, 프레쨩은 어디로 간 걸까.
프레 쨩을 발견하신 분은 내 휴대전화로. 번호는 090 ─ 개인정 ─ 보 보호 법.
내가 찾을 수밖에 없나.
「오오 시키 씨도 러닝입니까!? 청춘이네요! 힘내세요! 하지만 복도에 달리면 혼나니까 주의하세요!」
아카네 쨩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달리는 속도를 높인다.
「냐핫,ㅡ 하, 응원 생큐ー♪ 시말서 쓰는 건 익숙하니까 갠차다냐ー」
응ー나에겐 「힘내라」는 팍팍 먹힌다
도파민에 엔돌핀 두파두파 나와버렷
겨우 사태를 파악해가고 있는 잠꾸러기 사고를 풀회전시킨다.
「훗, 흣」
마주친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썼나 안 썼나. 확률은 반반.
아마, 이건 쓰지 않았다.
이럴 때 가만히 기다린다, 는 선택지는 평범하지 않다. 그럼, 계단이다.
밑인가 위인가, 확률은 반반.
1층 까지 내려가서 밖으로 나갔다면 아직 괜찮다. 유예는 아직 있으며, 어쩌면 누군가 멈춰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프레 쨩이 사람눈에 뜨일만한 Entrance를 지나는 길을 선택했을까.
계단을 뛰어올랐다.
문득, 가장 먼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버렸다.
아 정말 이 병에서 그 결과는 15%에서 25%까지 되어 있지만.
일본에서 그 결말을 맞이하는 사람의 6할이 이 병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갑작스럽잖나. 아직 빨라 프레 쨩. 아직 좀 더 확률의 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구.
아니 내가 멋대로 확률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거지만.
이 내 예상이, 나의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
3 층. 최상층.
방이 몇 개 있다. 이 안에 프레쨩이 있을 확률은……。
아냐, 어쩌면 거기일지도 모른다. 거기라면 꽤나 위기 상황일지도.
틀렸으려나. 하지만 만약 거기에 있다면, 내 예상을 여기서 벗어나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그 장소에 최대한 추측을 겹쳐보면, 있을 확률 자체는 적을지도……。
아니다. 거기에 프레쨩이 있느냐 없느냐, 확률은 반반이다.
「후우……후우……」
유산이 쌓인 근육을 구사해서, 한 층 더 올라갔다.
댄스 레슨도 잠시동안 안 했으니, 지친다 지쳐-
철문을 밀어젖히자, 바람이 불어왔다.
옥상.
거기엔. 삐쭉.
모자로부터 살짝 삐져나온, 천연물인 예쁜 금발이 흔들리고 있었다.
프레 쨩은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올려다보았다.
등을 돌리고 있으니 표정은 알 수 없다.
「프레 쨩!」
강한 바람에 목소리가 묻힌다.
안되나. 그럼 내 다음 수는.
최단거리로, 뚝하고 부러질 듯이 얇은 등 뒤를 목표로 달린다.
더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프레 쨩의 등은 눈 앞까지 다가오고 있으니까.
상황적으로, 최선은.
나는 행동을 선택했다.
손을 허리에 돌려서.
등뒤에서 물리적으로 구속.
읏, 하고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프레 쨩의 몸은 내게 고정되었다.
모자가 팔랑팔랑 춤추며, 바람에 실려 날아가 버렸다.
「후ー, 후ー, 냐, 냐하핫. 잡았, 다ー」
그러니까 별 거 아니다. 그냥 허그다.
심플 이즈 베스트.
어깨로 호흡을 하며, 고동을 줄인다. 쿵, 쾅, 혈액이 몸안을 순화하는 게 느껴진다.
어질어질하다. 하- 머리 전혀 안 돌아가. 사고에 답답한 안개가 낀다.
「여기서, 후, 후, 뭐하고 있었냥?」
「나 역시 완전, 글렀구나 생각해서, 이럼 시키 쨩도 질려버릴거고, 모두, 에게, 폐, 가 되니까」
「후ー, 후ー」
쿵쾅, 쿵쾅.
「이런 재미없는 나, 는 이젠, 없어지는 편, 이……」
지금, 말을 잘못 골라선 안 된다.
나의 둔한 머릿속에서, 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발했다.
「후- 프, 레쨩에겐, Home이 제대로 있어-」
「엣」
쿵쾅, 쿵쾅.
「프레쨩은, 친구 잔뜩있지-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어땠어?」
나답지 않네에 하고 생각한다.
오늘 모두에게 악의가 요만큼도 섞이지 않기를 멋대로 기대했다.
나에게 있는지 모르는, 불확정요소를 모두에게 바랬다.
어쩔 수 없다. 책에 쓰여진 지식은 꼭 필요할 때 도움이 안된다.
시키, 넌 칠판 하나에 분필 하나로 세계를의 이치를 모두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대사는 플레이보이인 그한테서 들었다, 아아 너 좀 오지랖이야, See you next again. 이젠 다음은 없겠지만.
나라도 모르는 것, 잔뜩 있다니까. 잠깐, 대디의 뒷모습이 뇌를 스쳤다.
「모두들, 분명 오랜만에 프레 쨩 봐서, 기뻐했어-」
내가 마지막에 시험한 건, 해명할 수 없는 선의란 게, 분명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그런 낙관적 관측이다.
진심따위 비과학적 성분이 프레 쨩의 마음에 반응을 일으킬지 걸어보는 거다.
달리 내가 지금할 수 있는 건 허그를 함으로써 β엔돌핀이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실증하는 것뿐.
「프레 쨩은, 오랜만에 모두들 얼굴봐서 어떻게 생각했어?」
「……」
쿵.
쾅.
쿵, 쾅.
바람이 잔뜩 불어온다.
더는 모자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잔뜩 자안뜩 시간을 녹이고 나서.
마침내 프레 쨩은, 불쑥 중얼거렸다.
「……기뻤, 어. 모두, 상냥해서. 또 만나, 고 싶었어」
두근.
그 나직한 소리를 들으며, 나의 고동은 겨우 진정된다.
「긍가- 그럼 내 랩에 내일도 와주려냥? 아니 프레쨩 방이지만 말야-」
「……응, 나 힘내서, 이 병, 고칠게」
「프레 쨩 별로 힘 안 내도 돼. 원래 레이지 레이지고. 머어- 느긋히 땅에 발을 붙이자구」
「땅에 발?」
「냐하하, 암것도 아냐」
후우.
내 예상은 기우로 무사하게 끝나게 되었다.
혹시, 적절량, 이라기엔 격렬한 운동과 일광욕이 먹혔을지도 모른다. 바나나는 없지만.
아니라면 순전히, 진자가 우연히 좋은 방향으로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의 프레쨩 관찰일기는 아직 좀 더 이어질 듯하다.
그 날을 계기로 프레 쨩의 세계는 아주 조금 넓어졌다.
「영차, 시키쨩 이거, 버려도 돼ー?」
「응, 아 괜차나 괜차나- 그건 그냥 극약지정물이니까. 냐하하 농담 농담. 그냥 무수분 카페인 상자~」
머, 프레 쨩이 만에 하나라도 삼키지 않도록 더는 복용하지 않았지만-
프레 쨩의 핑키하고 큐트한 방의 비율이 많은 부분 메디컬틱하고 사이언티픽한 것에 기울어져 있을 즈음.
프레 쨩은 청소도 세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우 느긋한 동작이었지만, 프레쨩의 손에 의해 방의 비율이 변해간다.
여러 일들에 흥미를 갖게 된 거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서툴렀던 말투도 상대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내 즉석 랩의 연구시간도 늘었으며, 낮잠도 비교적 자유롭게 되었다.
베란다에는 순백의 백의가 따스한 일광 속에서 흔들린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시키 쨩, 이건ー?」
「응?」
심심풀이로 흔들리는 백의에 만유인력을 걸어보려다가, 프레 쨩의 목소리에 의식을 공상에서 되돌린다.
프레쨩은 낡디낡은 입방체를 손에 쥐었다. 여기저기 색이 바래서, 다 떨어진 칼라풀한 입방체.
그건 루빅 큐브네?
내가 손에 닿는 데로 적당히 캐리 백에 넣어놓은 사유물 중에, 플라스크라던가 현미경이라던가 메스 실린더라던가 그런 거에, 우연히 섞여 들어간 장난감.
그저, 그뿐인 물건이었다.
「이렇게 헤질 때, 까지 갖고 있어서, 소중한 거네ー」
흠, 그렇게 듣고나서 생각한다.
나는 그 놀이는 이미 질려버렸다. 패턴은 전부 해석을 끝냈다.
지금이라면 물리적인 제한이 없다면 1초 안에 완성할 수 있다.
구조가 알아버린 건, 내겐 더는 장난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그럼 어째서 일부러 가져왔을까나-
「그거말야ー, 프레 쨩에게 줄게. 나는 더는 질려버렸구ー」
「엣, 괜차, 나?」
「진짜진짜. 거짓말 냄새 하나 안나는 진짜 실화~」
문득, 새하얀 백의에 핑크빛이 섞인 것에 눈치챈다.
눈을 크게 뜨자, 꽃잎이 붙어있었다. 벚꽃 잎이었다.
긍가- 벌써 그런 계절인가-
「프레쨔-앙 산보라도 하까-」
「……응」
프레 쨩의 세계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넓어져간다.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자니, 휘파람새의 노래가 멀리서 들려온다.
좋구나 좋구나. 풍류로구나.
둘이서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시간을 녹인다.
응- 아이돌 하던 때는 이렇게 쉴 때가 별로 없었으니까 이건 프레 쨩으로부터 프레젠트려나.
사람은 꽃을 시야에 확인하면 자연스럽게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면 좋겠네-
살짝 옆을 보자, 프레 쨩은 루빅큐브를 찰칵찰칵 만지고 있었다.
가끔 시선을 하늘에 놓거나 와아 하고 중얼거리더니, 그건 새나 꽃잎을 좇는 모습.
그렇구냐. 프레 쨩의 처리능력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증상이 심했을 땐, 넘어져서 베이킹 파우더를 책상에 엎질렀을 때엔, 내가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손가락으로 무수한 분말을 보으고 있었을 정도다.
눈 앞에 하나밖에 인식할 수 없던 능력이, 다시 개화하고 있다.
「시키(*四季의 日語)」
툭하고, 내가 중얼거렸다.
「일본인은 말야, 사계와 함께 살아간대- 시키 쨩이 아니구-」
마음이 평안해지는 냄새를 맡으면서 계속한다.
「봄이 되면 벚꽃이 지지, 그리곤 수국이 펴서 해바라기가 자라서 단풍을 밟고 — 그래서 겨울이 되면 저언부 시들어버려」
살랑살랑 꽃잎이 춤춘다.
「그니까, 그런 사계의 변화를 항상 의식하며 살아가는 일본인은 아주 섬세하게 되어있대- 반은 프랑스인 프레 쨩도 제대로 와풍이었지-」
「응, 또, 시키 쨩 그거 뭐랬지, 양화절충?」
「아- 그래그래 말하자면 그런 느낌! 와풍 스파게티! 일본식 카레! 재패니즈 스시!」
내 말에 가볍게 끄덕이면서, 프레 쨩은 루빅큐브의 같은 곳을 찰칵찰칵 회전시킨다.
「시키쨩, 시키쨩 이거 어렵, 네」
「응 거기 말야, 녹색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좋아」
프레 쨩은, 손끝을 바라보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킨다. 음음음.
「냐하하, 거기가 아니야- 그럼 파란 색을 위로 움직여볼까」
프레 쨩은 계속 헤메이며 또 다른 피스를 회전시킨다.
……그런가.
그런가 그런가. 알았다.
프레 쨩은 파랑과 녹색의 구별이 가지 않는 거다.
색각이상.
그럼 프레 쨩의 눈동자에는, 지금 어떤 경치가 비치고 있는 걸까.
「봄은 졸립다. 고양이는 쥐를 잡는 걸 잊고, 사람은 빚갚음을 잊는다. 가끔 제 혼이 있어야 할 곳조차 잊고 정체를 알 수 없게 된다, 인가」
「엣, 시키 쨩,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응-응. 아무것도 아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냐하하」
프레 쨩. 소리를 거절하고, 맛을 잊고, 색을 잃고, 밖을 두려워하고, 그런 너는 과연 정말로 프레 쨩인걸까.
프레 쨩일 텐데 말야.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이 병을 빼낸 뒤엔 뭐가 남으려나.
그리 생각해버린 나는, 꽤나 봄의 센티멘털에게 당한 모양이다.
나르콜렙시. 프레 쨩은 최근에 전원이 끊어지듯 갑자기 잠들 때가 있다.
불면증으로 언제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던 것과 정반대. 한번 자면 햇님이 모습을 감출 때까지 계속 잔다.
「헷취」
그래그래. 이런 느낌으로 꽃가루에 콧물이 나오는 방위 반응이 일하고 있는 거다. 프레 쨩 안에서. 프레 쨩은 지금, 프레 쨩 자신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프레 쨩의 진자는 확실히 진폭이 적어지고 있었다. 나의 랩도 슬슬 폐업할 준비를 해야할 모양이다.
그럼, 프레 쨩의 잠든 시간이 많아졌으니, 내가 방에 들어갈 필요가 그만큼 적어졌다.
그렇기에 내 자유시간이 확 늘어났지만, 당장 여유가 생겨도 그건 그대로 남아돈다.
적당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나비를 좇아볼까나.
뭔가 자극적인 걸 찾고 싶다. 뭐라도 좋아. 나의 흥미가 몇 분이라도 채워진다면.
나비를 좇아봤더니 어느샌가 사무실 가까이에 도착했다. 응- 미카쨩의 냄새라도 맡아볼까나. 습-하 습-하
갑자기, 눈 앞에 차에서 알고 있는 얼굴이 나타났다. 얼래.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굴러들어온 돌맹일세.
「이치노세 군, 인가……」
라니, 그런 온화한 폼으로 끝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라이브에서 만난 레이지 레이지의 프로모터 씨였다. 이번엔 체면을 차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보살님만큼 어딘가 낮잠중. 갑자기 악귀의 얼굴이 노려다 본다.
「그 날 내 얼굴에 진흙을 발라줘서 아주 고마워 죽겠어. 덕분에 너희들하고 연을 끊었거든」
「……그 때엔 폐를 끼쳤습니다」
「너희들에게 맞는 스테이지를 지금까지 일부러 준비해줬는데 말이지」
별로, 그를 탓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왜냐면 그날 프레쨩을 무리하게 스테이지에 세운 건 나도 똑같으니까.
다만 인식해주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 때 어떻게 되었는가를 인식해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미야모토 군은, 우울병이라더군」
「……네」
「아, 그래, 우울병」
「……」
「장난도 적당히 치시라고 해. 이대론 내가 우울병에 걸리겠는걸?」
「……」
「아주 민폐뭉치네 민폐뭉치야. 애초에 처음부터 미야모토 군의 거짓말 아니었어? 병이라니 어쩌니 핑계로 그저 빠지고 싶은 거잖아」
「……」
「뭐 그건 좋다 이거야. 근데 말야. 정말이라면 미야모토 군은 더는 못 써먹겠구만」
「……」
「정신이 아픈 불량품 아이돌이라니, 어디에 써먹을 거냐」
「……」
「그럼 실례. 힘내시게 그려」
「……」
그리 말하곤, 등을 돌려 나로부터 멀어지려고 한다.
별로 병의 견해에 대해 의견을 나눌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레이지 레이지가 사적인 이유로 그 날 펑크를 낸 건 사실이다. 그런 제대로 된 사고회로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씀이야 정론이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어떤 말을 듣더라도 어쩔 수 없지 머- 하고 끝낼 생각이었다. 그걸로 좋았다.
그걸로 좋았을, 텐데.
「저기」
내 목소리를 알아채곤, 뭔가, 하고 돌아본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야-」
「뭐야 그 말버릇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
「자녀분, 있지. 다른 프로덕션에서 아이돌하는. 나도 말한 적 있지만」
「……그게 어쨌는데」
「만약, 그 애가 만약」
「……」
「어느 날 갑자기, 성격이 180도 바뀌어서, 활발했던 게 갑자기, 죽고 싶다고 말하고 밥도 먹지 않고 좋아하던 것도 싫어져서」
「……」
「뭐든지 다 다른사람이 되버려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아까랑 똑같은 말 할 거야? 그것만 들으면 만족인데-」
프로모터는 나를 잠시동안 바라본 뒤.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우리 애는 그런 나약한 인간으로 키운 적 없어. 걱정 마」
그것만 말하곤, 떠났다.
내가 우연히 잡은 이런 류의 업계인에게 하나 둘 있는 어두운 소문.
그애, 말 했어.
파파가 바람만 피워대서, 정말로 슬프다고.
……
옅은 어둠속에서, 손 부위만을 라이트로 비춘다.
으-응, 그 날 정말 갑작스러웠지- 핑크빛 찬장에서 똑같은 시험관을 두 개 꺼냈다.
서재의 무거움으로 집이 삐그덕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을 때려나. 전문지에 실린 논문의 수가 어깨 높이 정도로 왔을 때였던가.
스푼에 은색의 쿠킹호일을 싼다. 그리고는 이걸 읽도록. 분명 좀더 지혜가 밝아질 거야.
그렇게 말하곤 두꺼운 책을 넘겨받은 적도 있으며, 내가 스스로 조른 적도 있지만.
책을 한 권 읽고다면, 또 다음 책을 넘겨받는다. 그걸 반복했다. 몇번이고 반복했다.
성냥에 불이 붙어 화륵 하고 밝아진다.
학자란 모두 괴짜인 걸~까
아니면 이치노세의 DNA가 특별한 걸~까
쿠킹호일을 만 스푼에 약품을 올린다. 슬쩍 슬쩍 불로 졸인다.
고형물은 끈적한 형상으로 변해서 액체로.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런 말을 들었다.
내가 너에게 가르쳐줄 지식은 더는 없다.
가르쳐줄 게 없는 아버지는 더는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니까 당분간 만날 수 없을 거고, 앞으로도 없겠지.
시험관에 열을 주어 끈적해진 액체를 흘려보낸다. 또 한편의 시험관에는 따로 식힌 액체를.
시키.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게 외롭다는 건 잘 안다. 안 그래도 이번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선 커다란 백을 하나 안고서 사라진 대디.
시험관을 기울인다. 두 액체가 지금도 닿으려고 한다.
나는 당신이 이름에 붙인 “희망을 뜻한다”는 기대대로, 당신이 뜻했던 모든 희망에 응답했다.
그랬는데.
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파직. 시험관이 깨졌다.
「이런- 실험 실패인가-」
넘친 액체를 쿠킹 페이퍼로 닦아낸다.
미안, 쿠킹이 아닌 데 활용해버려서-
「시키 쨩……」
목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보니, 프레쨩이 어둠속에 서있었다.
지금 소리로 깬 거려냥.
「시키 쨩, 피! 피 나와!」
엥? 아, 자세히보니 깨진 글래스가 손가락을 찌르고 있었다.
뒤늦게, 징징하는 둔한 통증이 찾아온다.
뭐- 대단한 상처는 아니까 괜찮아괜찮아- 지혈하면 헤모글로빈가 힘내서 금방 낫게 해줄 거지롱~
「저기- 프레쨩, 사람이란 이상하지-」
「응?」
「왜냐면 고작 몇 종류 밖에 없는 혈액을 말야, 다른 사람에게 마구 옮겨도 사람은 괜찮아. 혈액 뿐만 아니야- 장기라던가 최근에는 뇌이식도 있고- 부품만이라면 사람은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대신할 수 있어」
똑 똑 떨어지는 혈액을 보면서 계속 말한다.
「긍데- 어째서 남의 마음만은 간단하게 알 수 없도록,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한 걸까나- 시키 쨩 그게 이상해~」
심지어는 절반은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도, 말이지-
그 뒤로 프레쨩의 용태는 순조롭게 회복해갔다.
「시키 쨩, 지금까지 정말로 고마웠어」
끔뻑 숙여 절한다. 벚꽃이 다 져버린 뒤, 프레 쨩의 투약치료는 일단은 끝났다.
앞으론 정신적인 불안을 빼내는 게 어떤 것보다도 치료가 된다, 는 듯하다.
프레 쨩은 희노애락의 “희”가 완전히 빠졌단 점을 빼면, 딱 봐선 발병 전과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저기 시키쨩, 나 말야. 이 병에 대한 거 생각한 적 있다?」
그렇게 말하곤, 프레 쨩은 힘내서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한다.
그것도 또 묘하지만 프레 쨩은 일상생활에 돌아오려면 세세한 것에도, 세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주 예전에, 펭귄은 아주 옛날에 하늘을 날았다고 했었지」
「아- 응, 골격으로 보면 그게 정설이 되려나-」
「그거랑 펭귄도 나랑 같은 병에 걸린다는 얘기도 했었지」
「응응」
「그럼, 펭귄은 하늘을 날고 싶어서, 근데 날지 못해서 슬퍼져서 병이 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을까나아?」
음, 음음. 오랜만에 들었다.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이론.
과연 그 마음은?
자자, 그럼 나는 어떤 답을 내밀어야 하는가. 조금 생각하고나서 말했다.
「……펭귄은 말야 -인조(人鳥)라고도 한대-」
「이인조?」
「인간처럼 두 발로 서니까 인조」
「아ー」
「새인데도 두 발로 서있는 건 중력을 거슬러서, 그렇지만 새인데도 날 수 없어서 중력에 잡혀있어. 그런 딜레마를 사람처럼, 어쩌면 펭귄도 느끼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글쿠나- 중력이구나-」
흐음, 이런 대답으로 프레쨩은 만족했으려나. 멍하니 기우는 우측 방향. 창 너머 족 하늘을 바라보는 프레 쨩.
잠시간 있다가 프레 쨩은 뭔가 사고를 굳혔는지, 주먹을 꾹 쥐고 말했다.
「저기 나, 파파랑 마마 모두한테 우울증 얘기 하려구 해」
「……괜찮아?」
그건 프레 쨩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어서.
남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프레 쨩에겐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던 일었을까.
나는 다시 한 번,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프레 쨩은 천천히 끄덕였다.
「프레 쨩은 있지, 이젠 괜차, 나-」
……
사무소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용건이 있으니 이치노세만 와라, 고 이제와서 어떤 딱딱한 말씀이 있으려낭?
사무소까지 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응- 십중팔구, 아이돌 활동의 복귀 관련 얘기겠지 생각하지만. 아직 숙제는 많다.
먼저 레이지 레이지의 비난 문제.
휴업 이유에 대해서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탓에 이야기에 꼬리가 붙은 정도가 아니라 등이나 가슴까지 생겨나서 거침없이 넷트의 바다를 헤엄치는 상태다.
아마도 프레 쨩은 앞으로 팬에게도 병상을 발표할 거겠지만.
팬에게 받아들여질런지- 판은 병에 걸린 미야모토 프레데리카를 받아줄런지-
그리고 뭣보다도 것보다도, 프레 쨩은 아직 병이 낫지 않았다.
갑자기, 정말로 정말로 슬픈 냄새를 풍기곤 몸 상태를 무너뜨린다.
그 때 프레 쨩에게 이유를 물어도 암것도 아니야- 하고 또 웃는 얼굴 같은 어떤 표정을 한다.
뭔가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프레 쨩을 슬프게 하는, 빼내야만 하는 원인이.
정신을 차리니 지정된 방 앞까지 왔다.
「냐흐흥~♪ 불러서 날아온 시키쨩이야~ 내 인내력으론 3분 밖에 못버티지만 그 부분 잘 부탁해~」
뭐어, 일단 앉게나, 하고 재촉한다. 보아하니 나를 부른 트레이너 쨩은 왠지 매우 신묘한 얼굴.
얼라리요. 텐션 잘못 잡았냥?
트레이너 쨩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자, 지금 부른 건 복귀 문제다만」
빙고. 흥흥흥.
나는 준비해둔 답을 머릿속에서 뽑아 꺼내 둔다.
머~ 좀 더 상태를 봐야지-
자연치료를 기다릴 뿐만 아니라, 원인을 해명해서 대처법도 제대로 생각해서 말이지-
하고 생각했던 뇌내 대사는 곧바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미야모토가 아이돌로써 해나갈 의지가 있다면, 레이지 레이지는 해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
냐?
레이너 쨩은 끊음이 분명하지 않게 계속 이어나간다.
나는 의외로 냉정하게 그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들었다.
「그 프로모터의 요구, 아무래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도 있다만」
……
「미야모토에겐 말이다, 너와 유닛을 이룬다는 건 아직 레벨이 너무 높은 얘기다」
아ー…….
「전부터 미야모토에겐 얘기해뒀다만, 이치노세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아, 아ー.
「──하지만 설마 일이 이리 될 줄이야──」
글쿠나, 그렇구나.
납득이 갔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나였구나.
원인은, 별 게 아니었다. 나였다.
생각해보니 프레 쨩은 라이브 때도, 옥상에 있을 때도 시키 쨩을 질리지 않도록, 하고.
이러면 시키 쨩을 질리게 해버린다고. 언제나 나만을 신경 썼다.
즐겁게 해주는 건 특기인데, 사람을 슬프게 하는 건 절망적으로 못하는 프레 쨩은.
대본도 댄스도 찰나에 기억해버리는 나를 보고서. 나를 지루하게 하지 마, 따윌 언제나 말하는 나를 보고서.
분명 누구라도 깨닫지 못하게 무리를 해서 웃고, 그래도 제한없이 올라가는 요구에,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부담이 걸려서.
그래서, 팡, 하고 공기가 한계까지 들어간 풍선이 터지듯이, 프레 쨩은 망가졌다.
나는 나대로, 너라면 분명, 같은 걸 어디선가 생각하고 있었다.
나를 언제나 지루하게 하지 않는, 읽어낼 수 없는 너라면, 혹시라면, 따위를. 그 따위. 그 따위, 그 따위 머저리같은.
기프티드.
하느님께서 나에게 변덕으로 내려준 압도적인 재능은, 과학기술을 아주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그 재능이 주변 사람들을 깊게 상처입힌다고 한다면.
혹시 내가 기프티드가 아니었다면, 이름을 듣지 못한 그 애를 런치에 불렀으려나.
혹시 내가 기프티드가 아니었다면, 대디는 어릴 적처럼 언제나 칭찬해주었으려나.
혹시 내가 기프티드가 아니었다면, 프레 쨩은 —
라니. 그런 거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은 없지만.
──너만 없었다면, 너만 없었다면…….
나는, 분명 다른 이에게 이해따윈 바래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이쪽에서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논할 테니……왜 그러나, 어딜 가려는 거야. 이치노세?」
「왠지 말야- 전부 질려버렸어. 뭐든자 아아무래도 좋아졌어. 쫌 할 일 있으니까 조퇴할게. 냐하하」
금방 질리는 나로 보자면 터무니 없이 길었다 생각한 프레쨩 관찰일기도 이걸로 끝난다.
미안해, 프레 쨩.
괴롭힌 건, 나.
구해질 수 없는 건, 내 쪽.
미쳐있던 건, 내 쪽이었어.
일주일 뒤, 여행에 간다며 백에 짐을 넣었다.
내가 프레쨩의 방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많아서,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백은 지나간 세월의 기나김을 이야기했다.
프레 쨩은 긍가- 요즘 아무데도 못갔지, 미안해 — 하고 예전에 일과였던 과자 만들기에 챌린지했다.
시선은 한 번도 나누지 않았다.
프레 쨩이 눈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라, 내가 눈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짐 가지러 올게 하고는, 오랜만에 내 방으로 돌아왔다. 한 숨 놓고는 펜을 집는다.
지금까지의 연장이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해외 유학같은 거 하지말고, 우대해줄 테니 우리 학교에 남아주지 않겠나 하고 부탁받았을 때도.
일생일대의 실험을 행한다, 협력해준다면 유력한 포스트를 준비 못해줄 것도 없네, 하고 에둘러서 원조 요청을 받았을 때도.
자넨 과학계에 있어 시대의 총아다, 그런데 이 대학을 그만둔다니, 손실에 대해 어찌 책임질 거냐며 울며 붙잡혔을 때도.
나는 어디에도 정해진 일 없이, 멋대로 비틀비틀 방랑해왔다.
아이돌조차도, 그 통과점의 하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신차리니 일 주일이 지나서, 안약을 몇 병이나 넣어가며 완성시킨 작별 선물을 갖고 사무소로 향한다.
어디보자, 이걸 어디에 놓아둬야 하나.
정해진 요일에만 사용하는 락커에 슬쩍 숨겨두면 누군가가 언젠가 발견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넘기고 싶다.
그럼 누군가에게 맡겨둬야 하는가, 그렇다면 카나데 쨩은 안 된다. 그 애는 아주 눈치가 빠르다. 딱 하루 정도만 시간 벌기가 되면 좋겠지만.
문득 시선을 느꼈다. 후끈 해질 정도로 열량이 담긴 아주 뜨거운 시선.
거기에 더해서, 이번엔 잔뜩 온기도 더해져 있나보다. 화끈화끈하고 끈적끈적하다. 말하자면 스팀. 주전자네-?
돌아보니, 타오르는 눈동자에 잔뜩 물기를 적신 히노 아카네 쨩이 내 등뒤에 서있었다. 그리곤.
「저 저깃! 죄, 죄송했습니닷!!!」
90도의 체육계 인사를 더 굽혀서, 아카네 쨩은 전력투구로 사죄의 말을 성대하게 토해냈다.
……응, 응. 뭘까, 갑자기. 머어 왠지 예상은 가지만서도.
아카네 쨩은 코를 킁킁 울리면서, 계속한다.
「사무소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거, 들었슴돠…! 프레데리카 씨가…! 프레데리카 씨가 큰일이 났어서…! 절대로 말하면 안되는 말이 있다고…!」
오열을 섞어가며 계속한다.
「그런뎃, 저 그 때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걸…! 어어어어어, 어찌할깝쇼…!」
남자울음, 이라고 하면 실례려나. 물웅덩이가 될 정도로 폭포수같은 물방울이 눈에서 쏟아지는 아카네 쨩.
「이리 된 바에야… 스포츠맨 십에 따라서…할복하겠슴돠!」
아니아니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걸까나. 무사도엔 따를지 몰라도 지금은 헤이세이야. 자해는 현대 스포츠의 관점으로 보면 룰 위반이야.
어엇, 할복이란 스포츠가 아니었습니까?! 라니, 너 대체 뭐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결론이 난 거니?
「어쨌든… 스스로 스스로가 한심함돠……!」
…….
제대로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너는 분명 아주 올곧아서.
「아카네 쨩, 너 말야, 저녁 드라마 주인공이 되는 편이 좋아」
「네, 넵?!」
「좋아좋아, 너한테 맡겼다- 자, 이거」 하고 작별선물을 넘긴다.
「읏 으왓, 뭡니까 이거?! 무겁습니다! 게다가 왠지 문자가 엄청 많은데…!」
「괜찮아 괜찮아, 원숭이가 우울증에 걸려도 괜찮도록 원숭이라도 알 수 있게 써놨어~ 그러니까 누구라도 읽을 수 있어~ 물론 너라도 읽을 수 있어~」
1주일 동안 간 곳. 내가 지금까지 레포트해온 프레 쨩 관찰일기를 모두 정리해 논문으로 체계를 맞춰놓았다.
나의 두뇌는 전부 여기에 몰아넣었다. 이 연구결과가, 그대로 나를 대신해 주리라. 이걸로 나는 필요 없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시간죽이기 외에 목적으로 논문을 썼단 느낌이 든다.
바라거니 이 연구가 후세의 병리의 기초가 되기를, 하는 답잖은 주술을 살짝 걸어둔다. 응- 왠지 그럴싸한 느낌이 되었으려나.
「저기 말야, 그 대신이랄 것도 아니지만, 지금부터 모두 힘을 합쳐 프레 쨩을 받쳐줘」
아카네 쨩은 쩍하니 입을 열었다가, 그 다음에 조금 있다가.
「……네, 물론입니다! 왜냐면 모두 프레데리카 씨를 좋아하니까요!」하고 웃었다.
잘됐다. 이걸로 걱정거리가 확 줄었다. 천칭에 건 결과다.
내가 존재하는 걸로 얻는 메리트보다, 존재하지 않는 메리트가 이번엔 높았다.
그것뿐이다, 하고 무리하게 생각하고자 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레이지 레이지의 휴식 이유는 모두 제 책임으로 해주세요”라고 쓴 엽서를 놓아두었다.
별로 히로익한 기분에 빠진 건 아니다.
나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흥미가 없으며, 이 쪽이 모두에게 편리하니까 선택했을 뿐이다.
「후우ー」
이걸로 끝.
앞으론, 방해하고 있던 아주 이기적인 악역이 사라질 뿐이다.
마지막에 짐을 가지러, 프레 쨩의 방으로 향했다.
필요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이때 나를 깨끗이 잊어주길 바랬다.
프레 쨩은 핑크의 에이프론을 허리에 두르고, 초콜릿 무스를 만들고 있었다. 날름 맛을 봤더니, 제대로 단 맛이 났다.
「냐하하, 미안, 왠지 갑자기 온천에라도 가고 싶어져서 말야- 자유를 구하는 자 시키쨩~」
「프레쨩 몫까지 놀다와-ㅇ」
「……」
너에겐,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갈 테니까.
뭐든 던져놓고 갑자기 사라진 나를 프레쨩은 미워하려나.
모르겠다. 프레 쨩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프레 쨩, 허그할까」
「응, 허그-?」
「응」
수돗물로 손을 닦고 에이프론에 물기를 닦아낸 뒤, 자, 하고 프레쨩은 양손을 펼쳤다.
살짝 등뒤로 손을 돌린다. 불룩한 감촉이 부드럽게 감싼다.
그때는 필사적이라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더는 등뼈가 올라오지 않았으며, 몸의 선도 정상 범위내. 좋아좋아, 진찰결과 이상없음. 외견상으론.
내용물까진 측정할 수 없다. 프레 쨩에겐 뭔가 남았으려나. 많은 감성을 떨어뜨린 뒤 무엇이 남았으려나.
만약 무언가 잃은 게 있다면, 그건 전부 내 탓.
「미안, 프레 쨩」
「어째서, 사과해?」
「……」
「시키쨩 나쁘지 않아- 저어언혀 나쁘지 않,아-」
프레 쨩.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해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 괜찮아. 더는 충분하니까.
마지막까지 숨을 스읏하고 빨아들인다.
앞으로 하나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네 냄새를 절대 잊지 않을게.
다녀와- 하는 언제나처럼의 말을 등지고, 나는 문을 닫았다.
…….
버스 창에 비치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본다.
나의 몸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그것조차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어쨌든 먼 곳에 있다면 어디에 놓이더라도 상관없다.
잠시동안 언제나의 이치노세 시키의 실종벽이라고 누구라도 경계하지 않으리라. 3일 정도 있으면 소란이 날지 몰라도, 3개월 정도면 진정될 것이며, 3년 정도면 잊어버린다.
뭐라든 간에, 갖은 사상은 자연으로 수속해 간다. 세계는 내가 없어도 멋대로 돌며, 멋대로 닫힌다. 별로 그걸로 괜찮아-
「……」
아무리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려고 해도, 안 됐다.
나는, 결국 좌절했다. 어쩌면 인생 처음으로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이 좌절은 앞으로 내 배경에 얼마나 진하게 그림자를 떨어뜨릴까. 범한 빚은 얼마를 걸려야 갚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조차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걸까.
떠날 때 아카네 쨩과 했던 대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물론 모두 상냥한 시키 씨를 좋아함돠!
상냥해-? 내가-?
네! 왜냐면 시키 씨는 언제나 항상 프레데리카 씨를 받쳐주지 않았슴까! 그런 시키 씨가 상냥하지 않을리가 없잖슴까! 하던 대화.
처음으로 들었구나, 상냥하다니. 같은 말을 관계 없는 세명에게 들으면 진실이라고 한다지만.
응- 상냥함의 증명이란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으려나.
뭐가 증명서가 되려나.
어느쪽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을 테니 그건 아주아주 귀찮다.
자, 이제 어떡하지.
다다미 여섯 짜리 원룸이라도 빌려서 현상금 걸린 크로스워드라도 풀어서 응모해볼까나.
그저 풀고, 풀고.
그 뒤엔 어떡하지?
「크함」
하품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계속 철야였다는 걸 생각해냈다.
천천히 눈을 감는다. 다음에 눈이 열리면, 분명 내 몸은 모르는 토지에 옮겨져 있으리라.
눈꺼풀 뒤편에,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금발이 살짝 떠올랐다.
…………
………
……
「……이, 저기, 언니」
「응냐……」
몸이 흔들려서 눈을 떴다. 음음, 전혀 졸린 기가 떨어지지 않았단 건 내 목적이 아직 달성하지 못한 모양이다.
시선을 내리자 작은 여자애가 나를 올려다 봤다.
「언니는, 박사야?」
「엉?」
주위를 둘러보니, 버스 바닥에 시험관이나 조금 위험한 약품이니를 흩어놓고 있었다.
음음. 아무래도 버스에 흔들려서 빵빵하게 채워넣은 백에서 튀어나온 모양.
여자애는 시험관을 작은 손바닥으로 꾹 잡고 내게 내밀었다.
「냐하하, 고마워- 넌 우수한 조수가 되겠구나-」
여자애는 내 말에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곤, 내 짐을 주워주었다.
나도 적당히 널려있는 유리 용기를 백 안에 넣는다. 샬레 아스피레이터 리비히 냉각기.
후우, 이걸로 전부려나.
「잘했다 잘했어, 고마워- 넌 천재네-」
상, 이될지는 모르지만 여자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뻐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럼 나는 한 숨 더…….
하자, 여자애가 또 생글생글 웃으며, 내 자리로 돌아온다.
뭔가 쥐고 있다.
여자애는 뛰어난 미소를 지으면서, 자, 하고 내 손에 올려놓았다.
그건.
다 헤진 입방체였다.
녹색과 파랑색 외에 예쁘게 모여진, 확실히 질서가 부여된 루빅 큐브였다.
「어째, 서」
난 넣지 않았다. 그럼 누가?
그런 건 한 명밖에 없다.
프레 쨩이 내 짐에 몰래 넣은 거다.
뒷면에는 일그러진 문자로, 작은 메모가 붙어있었다.
하늘로 날아가는 거구나. 재밌게 보내. 지금까지 정말로 미안해. 정말로 고마워.
「엄청 낡았네- 언니한테 중요한 건가 보네-」
「……」
프레 쨩은. 그럼 프레 쨩은. 그 때 전부 알고 있어서.
내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어서. 내가 두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런데도, 프레 쨩은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보내주었다. 그건 분명 나를 위해 해준 것이라서.
「프레 쨩……」
너는 아무것도 아냐, 하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걸 해주니까.
더는 괜찮아 라고 말하는데도, 그래도 이런 나를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이해해주려고 하니까.
더는 충분하다고 해도 내 예상을 얼마든지 얼마든지 너는 넘어서니까.
「프레쨩, 글쿠나-……」
그럼 프레 쨩이 말했던, 하늘을 날고 싶은데 날지못한 슬픈 펭귄이란, 나를 말한 거라서.
그렇다면 내 해답은 틀렸다.
넌 중력 같은 게 아니야.
중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싫어.
「너는, 프레 쨩, 이지-……」
나 말야, 네 간호를 해서, 조금 큰 일이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전혀, 완전 괜찮았어. 계속 계속 네 방에 있어도 질리지 않았어.
그건, 왜냐면.
……
네가, 소중하니까야.
네가 소중한 친구니까, 곁에 있던 거야.
그럼 말야.
프레 쨩도 내가 소중하니까 계속 웃어줬던 거야?
「──읏」
나는 어떻게 일어서려는 걸까. 나는 대체 뭘 외친걸까. 나는 어디에 달려나간 걸까.
모순되어 있다. 모든 게 다 모순되어 있다 생각했다.
너를 소중히 여긴다면 더는 만나지 말아야 하는데.
너를 제대로 소중히 여겼기에, 더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버려.
미안, 어디까지나 변덕뿐이고 내 멋대로인 나를 용서해 줘.
나는 모두처럼 그렇게 잘, 그렇게 예쁘게 눈물을 흘릴 수 없지만.
그 대신 만약 피가 눈물 대신이 될 수 있다면,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를 흘려도 상관없어.
너와 함께라면, 모르는 국면에 닿고 싶어지니까.
정해진 스토리 따윈 필요없으니까. 더는 필요없으니까.
부탁해. 내 미래를, 또 아무것도 모르게 해줘!
……
그 뒤로.
땀 범벅인채로 문을 열었더니, 녹을 듯이 단 냄새가 비강에 날아들고.
그리고.
너는 정말 어디서 어디까지 알고 있고 알지 못했던 걸까.
제대로 과자를 2인분 준비하면서, 아, 자, 잘 다녀왔어- 하고 언제나처럼 말해버리니까.
나는 그대로 몸의 힘이 빠져서, 비실비실하고 쓰러져 버려서.
하지만, 나랑 같은 너를 위해, 같이 이별을 선택한 너는, 분명 같은 기분으로 있어줬구나.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줬구나.
「냐, 냐하하하, 프레 쨩, 이거-」
「아, 그거……」
루빅 큐브를,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끝으로 찰칵찰칵 맞춘다.
머릿속에서는 1초만에 끝내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시간이 걸려버렸다.
「자, 돌려줄 게. 앞으로도 자알 부탁드립니다- 내 파트너」
이 루빅 큐브처럼 마음의 모양이 몇 번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말야. 몇번이고 예쁘게 맞춰줄 테니까, 말이지.
프레 쨩은 내 손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그리곤.
입가에 손을 댔다.
「와아, 시키 쨩 대단해, 아하, 하」
「……웃었, 다. 프레 쨩 지금 웃었, 어?」 웃었다. 프레 쨩이. 확실히 웃었다.
「그치만, 프레 쨩 계속 해도 안 모였는 걸- 역시 시키 쨩 대단하네-」
「……냐하핫」
그렇구나 네가 미소짓게 하기 위해서라면 내 기프티드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돼.
알아차린 게 있어.
나는 풀어내는 쪽이었이었지만. 넌 반대였어.
넌 그 부드럽고 뭉실뭉실한 마음으로, 분명 자연스럽게.
어떤 것에도 가치를 불어넣어.
어떤 사람에게도 의미를 나눠줘.
거리의 간판이라도, 작은 사탕이라도 남극의 펭귄이라도 그저 루빅큐브라도, 그리고 나에게도.
그게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나를 끌리게 하는 걸 멈추지 않는, 너의 대단한 부분.
하고 또 해석해버리는 건, 내 나쁜 버릇.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거야.
아무래도 나에게도 관측된 듯한 비과학적 성분이 일으킨, 가슴의 열원반응에 비하자면, 어떤 것이든 작은 것에 불과해.
내일이 되면 기억으론 전부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분명 이건 내 심층에 영원하 남게 될 거야.
「자- 왠지 배 고파졌다냐- 일류 파티셰 프레 쨩이 만든 과자 먹고싶다냐-」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수다를 떨고, 배를 빵빵하게 채워서, 설거지하고 느긋히 있다가, 대디에게 편지라도 써볼까나.
프레 쨩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시키쨩. 나 평생 이대로, 일지도 몰라?」
「……」
분명 우리들은 언제까지라도 별개의 개체라서.
언제나 착각하고 몇번이고 스쳐지나가고, 잔뜩 마찰하고 또 상처입혀서.
그런데도 언제까지라도 조화를 바래버리는, 이 얼마나 모순된 어찌할 수 없는 유기체.
하지만 말야.
그래도 괜찮은 거지.
그래도 언젠가 완전히 알게 될 날이 오리라 믿고, 조금이라도 더 잘 해나가자.
「응, 괜찮아, 그래로 괜찮아」
프레 쨩, 나 또 이상해져버렸을지도.
왜냐면, 너와 함께라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멀리 돌아가도 괜찮다고, 아무리 해도 그렇게 생각해버린다고.
튼튼할 때도
아플 때도
너와 함께이고 싶어
-fin-
【-에필로그-】
사족인 얘기.
어떤 한 소녀는, 플래쉬가 터지는 단상에 올라, 숨을 들이 마쉬었다.
「타치바나입니다」
확 얼굴을 붉어진 건, 정진정명 타치바나 아리스 쨩인 쪽.
「아하하, 거짓말ー☆ 오늘은 만나러 와줘서 고~ 마~ 워~~!!! 엣 복귀 기자회견이니까 그런 느낌 아냐? 아 긍가긍가」
「모두 오랜만- 봉쥬르 실브프레-?」
오랜만입니다는 싸 뻴 롱떼지-
「저기 말야, 모두한테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 프레 쨩말이야- 우울증이었어-」
아무래도 어안이 벙벙해졌던 모양인지라, 잠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인터넷에서 말야- 프레 쨩이 우울병일리 없자너- 말도 안돼- 했지만, 나버렸으니까 서프라이즈네- 와오☆」
「병일 땐- 엄청 힘들었어-. 응 힘들었지. 그건 더는 미야모토 프레데리카가 아니었지- 야마모토 프레데리카였다구-」
「그래두 말야, 프레 쨩이 아니야 하는 프레쨩 하고 프레 쨩이야- 하는 프레쨩이 있었능데- 그래도 그건 프레 쨩이 아니었어 해주는 프레쨩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어서 말야-」
「어어, 막 얽혔당. 그니까, 뭐냐면-」
「프레 쨔-앙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주변에 있었으니까, 프레 쨩은 프레 쨩으로 있을 수 있었다구-」
「가장 큰 일이었을 때도, 계속 프레 쨔앙하고 말해준 친구가 있었지- 정말 고맙다구 소개하고 싶지만, 나 그럴만한 자격이 아니니까 하고 습하습하 해줬으니까 비밀로 해둘게」
대놓고 말한 거 아닐까냥?
「프레 쨩 말야, 우울증이 되서 고마워 하고 더 많이 더 많이 말할 수 있게 되서, 평소보다 더 모두에게 과자 주고 싶다- 생각하게 되었어」
「글구 말야, 자 여기 큐쨩! 루빅큐브니까, 큐쨩」
「나 말야, 색이 안 보일 때가 있어서, 그 대신 큐쨩에 문자를 써놨단다- 이걸로 일석이조! 아, 틀렸남」
「그랬더니, 프레 쨩은 천재네- 하고 나도 이렇게 놀아 본 적 없는데- 하고 칭찬받았어 에헤헤」
「그래도 말야, 이것도 내가 우울병이 되었으니까 알게 된 거야-」
「병이 나고나서, 밥도 더 맛있다고 알아차렸고, 팬의 모두들 성원도 팬레터도 잔뜩 읽을 수 있었고, 마이 베스트 프렌드랑도 더 친해졌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단 건 대단한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
「그니까, 이런 걸 말하면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나능, 우울증이 생겨서 다행이구나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지도- 예-이 해피 뉴 이어!」
정신을 차리고보니 아리스 쨩의 분노는 사라져서, 흑흑 울고 있었다. 무대 끝에서 바라보고 있던 모두의 박수가 날아든다.
「아 맞아맞아. 그리고 말야, 이것도 병이 나고나서 알게 된 거지만」
「남성문제랑 유닛 불화설, 여기서 해소해버리자-!」
그렇게 말하곤, 이쪽을 보고 양손을 벌렸다.
에 설마 나? 지금? 갔다오라고, 하고 등을 밀렸다.
「허그하면, 어엄청 해피해진다-! 야앗 차라리 모두 이리온이리온-!」
그뒤로 회견은 엉망진창이 되어서, 그 순간의 사진이 일면을 장식하고
여전히 말썽꾸러기 콤비다, 하고 세간의 주목의 표적이 된 건 정말 사족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