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아베나나 “거짓말쟁이 토끼와 마법사”(下)

Ashihara NepuYona
27 min readOct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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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좀 진정이 된 뒤에, 풀려나서 블로그에 글을 올릴 즈음에는,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치카 쨩과 아이들은 미유 씨에게 맡겼지만, 그걸로 괜찮은 걸까.
……지금의 내겐, 그녀들의 눈을 마주하면서 설명할 자신이 없다.

한숨 돌리려고 들어선 휴식 공간에는,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듯 했다.

「수고했어, 나나」
「어, 안즈 쨩? 웬일이니, 이 시간에」
「오늘은 키라리랑 라디오 수록이었으니까ー 지금, 키라리랑 회의 대기중」

좀 걸린대, 라고 하기에 차를 타오기로 했다.
급탕실에는 아이돌의 취미에 맞춰 각양각색 쌓아 놓은 것들이 있어서, 왠만한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그럴싸하다.
세이카 쨩이 추천하는 찻잎은 꽤나 비싸다고 들었으니까, 스스로 마실 때에는 싼 쪽으로 쓰곤 있지만.

「네, 밀크티입니다」
「감사ー. 오랜만이네, 나나의 홍차 마시는 거」

전에는 자주, 이렇게 차를 마셨었구나……라니.
감상에 젖는 이유, 이런 시간이 끝날 게 보이기 때문일까.

너무 사대서 남아버린 비스켓 통을 열고, 느긋하게 입으로 옮긴다.
서로 저녁 식사 전이니까, 그다지 많이 먹지 말아야겠지만.
안즈 쨩은 아마, 키라리 쨩이랑 먹겠지.

「인기 아이돌이 되면, 큰일이네……그만두는 것만으로, 모두 야단법석이야」
「그러게요……안즈 쨩에게도, 조금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어요」

내게서, 몇가지 업무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
내가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사무소의 아이들에게 물으러 다니는 기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뭐 괜찮아. 파파라치도 안즈의 성격 알고 있고」

하긴. 무시하던가, 유무를 가리지 않고 치히로 씨나 프로듀서에게 맡기겠지.
그래도……이 시기에 내 은퇴가 겹쳐지면, 안즈 쨩에게도 플러스가 되진 않겠지.

「하아. 나나도 그만두겠다는데, 왜 안즈가 아이돌 계속해야 하는 거야……」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설마 「같이 그만둘래?」같은 말을 할 수도 없고. 이번엔 어디까지나 내 문제다.

「안즈 쨩, 아직 젊잖아요」|
「태클 걸지 않을 테니까……아직이라고 해도, 내년엔 안즈 스무 살이야」

스무 살이면 충분히 젊잖아요……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가 봤을 때 이야기.
사무소의 최연소가 아홉 살부터니까, 스무 살이면 연장자 부류에 속하겠지.

「그러고보니 안즈 쨩, 전에 은퇴 콘서트 했었죠ー」

콘서트 중에, 갑자기 은퇴발표.
프로듀서 씨도 처음 듣는 폭탄발언에, 사무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난리가 났던 걸 기억한다.
은퇴 선언 그 자체는, 분명 그 뒤 3일도 되지 않아서 철회했지만.

「머어……그만두고 집에서 니트니트하는 것보다야, 여기서 있는 편이 맘 편한 걸」

……안즈 쨩이, 은퇴를 철회할 때까지 키라리 쨩의 집에 감금되어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본인들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우리들도 그다지 파고들지 않았지만.

「프로듀서는, 어쨌든 안즈에게 잘 해주고, 키라리도 적당히 편의를 봐주고.
게임 친구도 있고, 니나랑 코즈에는 귀엽고, 조용히 있어도 과자는 나오고. 극락이구나ー」

맘이 편하다라. 그건 분명, 우리 사무소의 자랑이다.
765 프로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그러니까, 여기에 있으면, 응석을 부리게 된다.

「이 차도, 마실 수 없게 되는 건가……그건, 좀 쓸쓸하네-」
「안즈 쨩……괜찮아요, 아직 두 달 이상, 남았으니까」

뭐가, 어떻게 괜찮은 걸까.
아직 두 달. 그건 아마도 자신에게 들려주는 주문.

「나나도, 사무소의 모두들 정말 좋아하니까. 두 달 동안, 잔뜩 추억을 만들려고요」「긍가. 응……그렇네, 머, 열심히 해봐」

「여보세요. 응, 키라리 끝났어? 아냐, 됐으, 갈 테니까 기다려.
……아니, 별로 속 나쁘지 않아. 실례네에……」

컵을 치우고 있으려니, 딱 키라리 쨩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듯하다.

「안 헤멘다니까, 사무소 안이야. 안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응, 그럼 끊을게」
「……걱정해주고 있네요」
「좀 더 믿어줬으면 하는데 말야……아ー, 맞다. 은퇴 선배니까 조언을 하나 해주지」

항상 들고 다니던 인형을 잡아당기며, 안즈 쨩이 가슴을 편다.

「조언인가요?」
「흠. 친구에게 기절할 정도로 안겨서 눌리지 않으려면, 철회는 빨리 하도록. 이상」

언제나 귀여운 ‘어떠냐’ 하는 당당한 얼굴. 조금, 멋대로인 맛이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경험자는 말한다는 거군요」
「아ー……안즈, 역시 우울한 거랑은 안 맞아. 그럼 나나, 제대로 자도록 해」
「네. 안녕히 주무세요, 안즈 쨩」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을까.

초등학생의 한 달과, 대학생의 한 달은 체감시간이 다르다 같은 소리가 있었지.
은퇴가 정해진 뒤로부터 한 달은, 놀랄 정도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투어의 합동 연습에, 마지막 앨범 수록.
연말연시의 특별 방송을 촬영하면서, 아니메의 애프터 레코딩, 인터뷰.

프로듀서 씨랑 상담해서, 하고 싶은 일을 밀어넣을 수있을 만큼 밀어넣은 스케쥴.
결과적으론, 입원하기 전보다 타이트한 스케쥴이 되어버렸다.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마 괜찮다.
어차피,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아이돌이 아니게 되니까.
조금은 일이 많은 편이, 지금의 나에겐 딱 좋다.

센다이 공연에서 도쿄로 돌아와, 그대로 부-부-에이스에.
데뷔 후 처음으로 출연한 이후로, 계속 신세를 져 온 음악 방송 수록에 참가한다.

첫 출연 때의 VTR을 보니, MC 분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내가 있어서,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동시에, 허둥거리면서도 수록을 웃는 얼굴로 즐기는 예전의 내가……부럽다고, 생각해버렸다.

「이런, 아쉬운 걸. 나나 쨩, 꽤 스태프들로부터 평판 좋았으니까」

낯익은 편성 스태프 분이 걸어온, 한 마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업무 짬짬이 스태프 분들이나 같이 출연한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녔다.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너무나 많아서……아마, 은퇴에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아뇨, 그런……나나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건, 스태프 분들 모두의 덕분입니다」「그만둔 뒤에는 어떡해? 본가……아ー, 우사밍 별인가? 돌아가는 거야?」

은퇴하고 나서……라.

「아직,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간, 발이 멈춰버릴 듯 했다.
그것보다도 지금은, 하나하나의 “마지막 일”을 진지하게 대하고 싶었다.

「어쨌거나, 가라앉을 때까지 느긋히 있다가……그 사이에, 부모님과 함께 여행이라도 갈까해요」

전화는 가끔씩 했지만, 최근에는 본가에 돌아간 적이 없다.
은퇴한다고 전하자, 어머니는 「네가 정한 일이라면」이라고 말해주셨다.
마지막 공연에는 부를 생각이지만……와주시려나.

「그런가. 뭐, 부모님과 여행은 할 수 있을 때 해놔야지……
돌아올 거라면 이야기 해줘. 나나쨩이 노래할 생각이라면, 일 준비해줄 테니까」「아하하……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스태프 분들 뒤에는, 같이 출연한 분들의 대기실을 돈다.
프로듀서 씨는, 오늘은 「동시 다발 게릴라 라이브」라 이쪽에는 오지 않지만.
사치코 쨩의 프로듀서 씨가 하는 김에 마중 나와준다고 하니까, 아직 좀 여유는 있다.

「나나 씨, 더 이상 젊지도 않은데 엄청난 모양새 하고 있네요ー」

처음 얼굴을 마주친, 최근 꽤나 잘 팔리기 시작한 3인 유닛은.

「나이 먹고서도 너무 팬시하달까……좀 불쌍해 보인달까」
「정말이지ー, 그만. 불쌍하잖아. 나나 씨는 영・원・한 열일곱 살이니까」

뭐랄까……두려운 게 없을 때구나.

「나나 씨, 우사밍 별이 어쩌니 하는거, 안 부끄러운가요?」
「에에? 나나는 부끄럽다던가,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마안, 연상의 아이돌 분이라면, 카에데 씨라던가, 미유씨라던가?
뭔가, 어른다워ー분위기인 게 인기잖아요」
「메르헨 어쩌구ー 하는거, 보기에 괴롭달까……아, 그런 개그 스타일이었나요?」
「아니, 개그 스타일이랄까, 뭐랄까……」
「나나 씨 보면, 나는 이렇게 되기 전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반면교사로 신세 졌습니다앙」

……괜찮다. 이런 류의 발언은 몸에 익었다.
편견과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은, 데뷔할 때부터 받아왔다.

「은퇴한다니, 역시 나이 문제인가요?」
「저기, 응……그렇게, 될까……모르겠네」

복잡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건 어렵다
무엇보다 그녀들에게 말한 데도, 분명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역시ー!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슬슬 그 캐릭터는 무리잖아요ー」
「그래도, 저런 걸로 랭크 B까지 올라왔으니까, 아이돌이란 거 꽤 할만 하잖아?」「아, 아하하……이것저것, 고생도 했지만요」

……젊다는 건, 대단하네.
그렇게 무르지 않아요, 라고 말해도, 분명 비웃을 뿐이겠지.

「역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젊을 때 해둬야겠죠ー」

「나나 씨가 은퇴하니까, 우리들 일이 늘어날지도」
「그러게! 그럼 나나씨에겐 감사해야겠네!」
「나 그거 하고 싶어, 아침 정보 방송! 나나씨, 목요일 레귤러 출연이었죠?」

나도, 더 빨리 데뷔했더라면……많이, 달랐을까.
그래도 그건, 그에게 프로듀스 받을 수 없게 되니까……결국, 데뷔할 수 없었겠지만.

「고생해서 이것저것 얼버무리고 데뷔해도, 아줌마가 되면 전부 손 놔버려야 하는 걸까나」
「그러니까 말했잖아? 빨리 인기 올라서, 시집이나 가자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노력해도, 사치코 씨나 치에리 씨한테는 못 이긴다니까……
뭐랄까, 디게 웃기네요」

……되돌려 줄 기력도 없었다.
되돌려준다고, 내가 은퇴하는 일도, 팬의 투표결과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좀, 숨쉬기 괴롭다.

「아아, 이런 곳에 있었습니까. 찾았어요, 나나 씨」

언제부터, 대기실 문은 열려 있던 걸까.

「……사치코 쨩」
「정말이지, 나쁜 사람이네요. 이 귀여운 나를 내버려두고, 이런 저속한 분들과 노닥거리시다니」

고교생이 된, 잘 나가는 작은 아이돌은, 언제나처럼 콧방귀를 뀐다.
……조금 위화감은 있었다.
평소의 그녀라면, 자신을 올리는 일은 있어도 타인을 깔보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치코 씨라도, 저속하다니 심하지 않나요?」
「나, 쪼오금 상처받았을 지도」
「이런, 실례했습니다. 제가 귀여운 탓에 폐를 끼쳤네요」

맞물리지 않는 대답은……아마도, 일부러겠지.

「중간부터밖에 못 들었습니다만. 친구에게 악담을 하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아서, 말을 잘못했네요.
이 귀여운 저와 친구인 분은, 모두 저에 버금가는 귀여운 분들이니까」
「저기, 사치코 쨩? 나나는, 별로……」
「랭크 A인 제가 말한다면, 랭크 D로 오른 정도로 지금의 나나 씨를 보고,
『할 만하네』따위의 소리를 하는 편은……저속하다기보단, 어디서 물린 수준이죠」

……원만하게 끝낼 생각이었지만.
사치코 쨩은,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혹시 사치코 쨩, 시비 거는 거야?」
「저는 시비같은 거 취급 안합니다. 내놓아 걸지도 않고, 걸어 놓는다고 살만한 금액이 아니라서」

「의외네요. 사치코씨는 정통파니까, 나나 씨 편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혹시 당신들. 정말로 젊을 때 대충대충 노력하면 저에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렇다면, 웃긴 건 당신들 쪽이네요!」
「뭐라고요……!?」
「불평하고 싶다면, 적어도 라이브에서 저를 힘들게 해보시죠.
정말로 랭크 B까지 오를 수 있다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테니. 뭐 애당초……」

말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사치코 쨩에게, 세 명은 눌리고 있었다.

「타인이 떨어지는 걸 기대하는 수준의 아이돌이, 제 귀여움에 가까워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자, 가죠 나나씨. 제 프로듀서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저, 실례했습니다. 나나 일은,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하하……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사치코 쨩」
「제 일은 걱정 마세요. 예전부터 남이 질투하는 건 빤하니까요」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레베이터 안.

「……저, 나나씨한테는 조금 화났어요. 어째서 되돌려 주지 않은 거죠?」

어떻게 대답할 지 망설이다……지금의 솔직한 기분을, 입에 올린다.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그쯤 될까요」

「우사밍 성인(星人)은 말이죠, 조금 다르지만……나나가 어렸을 때 꿈꾼『이상(理想)의 아이돌』이에요」

마법의 별에서 찾아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토끼 공주님.
아이돌이 신데렐라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나에게 있어서 「왕자님」이었다.
비밀의 주문을 외우면, 작은 내가 열일곱살의 미소녀가 되서……스테이지 위에서 노래한다.

「꿈꾸는 것보다 훨씬 시간은 걸렸지만, 마법사를 만나서, 나나는 이상의 아이돌에 가까워졌어요. 하지만……시간의 흐름이란 거,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잔혹했어요」

체력의 저하, 피부 트러블, 아파지는 허리.

「집에 돌아가서, 큰 거울 앞에 서면……그 애들이 말한대로, 진짜 나나는 아줌마에요.
나나가 되고 싶었던 아이돌은, 좀 더, 잘 춤출 수 있었어요.
피부도 예쁘고, 사진을 포토샵할 필요도 없었어요.
열일곱 살인 아이돌은, 주위로부터 신기한 거 취급 당하지 않아요」

비틀리기 시작한……아니, 처음부터 비틀려 있던 이상과 현실.

보지 못한 척하면서, 「불쌍하다」고 불려도 공주님이려고 했다.
그래도 나는, 나의 「꿈」을 나와 동반자살시키고 싶지 않았다.

현실과 만나서 공주님을 졸업하고, 나이값하는 차분한 아이돌로 전향하는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나의 「꿈」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러 곳에서 상처 입으면서도, 매달려서, 함께 춤춰온 「이상(理想)의 아이돌이 된다」는 거짓말.

「그러니까……나나란 껍데기를 남겨두고, 우사밍 별의 공주님은 지구를 떠나는 거에요」

꿈이 바래기 전에, 아름다움 꿈 그대로 있는 동안. 열두시의 종이 울리기 전에.
내 쪽에서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이상의 아이돌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끝내기 위해서.

「……역시, 저쪽에 시비를 걸어서, 라이브에서 짓밟아 버렸어야 했어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지하 주차장에는 가을의 차가운 공기가 차있었다.

「이런 멋진 아이돌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다니……용서할 수 없어요」
「고마워요, 사치코 쨩. 이런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그리고……빈 껍데기라니,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나 씨는 아이돌이든 아니든, 제 소중한 친구니까」
「……그렇네요. 미안해요. 에헤헤……」

두 사람만의 비밀로 하기로 하죠. 제 프로듀서는 여심이란 걸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차를 발견하고 달려가는 그녀가……조금, 부럽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히 흘러간다.

가로수가 붉게 물들고, 마침내는 잎이 떨어져 길을 덮는 카펫이 되듯이.

많은 이별과 고마움을 담고 담아서.

――도쿄 공연. 꿈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일주일.

공연 3일 째, 통칭 「큐트 팀」의, 마지막 전체연습.
스케쥴 문제로 당일의 세트 리스트대로 가지는 않았지만, 충실하기는 했다.

트레이너 자매에게 감사를 표하고, 탈의실에서 환복을 하고 있었더니, 우즈키쨩만이 들어왔다.

「……얼래? 다른 애들은?」
「네? 아……좀 더 남아서 연습, 한다네요」

……우리 둘 외에 전부 남는다는 건, 보통 남아서 연습한다고 하지 않겠지.

「그럼, 나나도 아직 할 수 있어요. 완벽하게 해두고 싶어요」
「아니, 그……죄송합니다. 프로듀서 씨의 지시로……」

우즈키 쨩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라이브 전에 또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빨리 돌아가 쉬도록 하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우즈키 쨩은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감시역……이겠지.

「하아……그렇게 신용 없는 걸까요, 나나는」
「그, 그렇지 않아요. 만전을 기해서 라이브에 오르기 바라는 거에요, 분명」
「그건 별로, 나나에 대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잖아요……바쁜 건, 모두 똑같잖아요」

빌딩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문지른다.
햐아, 하고 멋없는 비명을 올리고, 머플러를 다시 맨다.

「벌써, 완전히 겨울이네요……나도 아이돌 3년 째인가……」
「그렇구나……우즈키 쨩하고 애들, 사무소 시작 멤버였죠」

편의점의 유리 창에는, 이브쨩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전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올해는, 본가에서 보낼까. 작년엔……술 마셔서, 그에게 폐를 끼쳤었나.

「모처럼의 애니버서리 라이브이고, 우즈키 쨩도 정말 남아서 연습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뇨……실은, 나나 쨩하고 조금 얘기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입후보했어요」
「이야기……인가요?」

조금 길을 돌아가……기로 해서, 편의점에서 따스한 홍차를 사서, 공원에.
낡은 그네에 앉자, 끼익끼익하고 긁는 소리가 났다.

「춥기도 하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레몬 티를 한 모금. 흘러나온 숨결은, 하얀 안개가 되어, 밤 속에 녹아든다.

「저, 프로듀서 씨에게 고백했어요」

……그네가, 조금 큰 비명을 질렀다.

동요할 필요 따위, 어디에도 없을 텐데.
나와 그는, 업무 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프로듀서 씨는, 뭐라고 했어요?」
「에헤헤, 차였어요. 쭉,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가요」

나는……안심하고, 있었다.
그런 끔찍한, 죄악감. 내 것도, 아무것도 아닌데.

「그래도, 됐어요. 그걸로『우즈키가 아이돌이니까』같은 소리를 들었으면,
분명 나, 프로듀서 씨를 세계 걷어 찼을 테니까」

그건 즉, 우즈키 쨩을 아이돌이 아니라, 여자아이로써 거절했다는 것.
그건 아마, 그 나름의 분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나 쨩. 요즘, 프로듀서 씨랑 서로 피하고 있죠」

들켰었다. 무리도 없다, 처음부터 숨길 생각도 없었다.

「피할 이유가 없잖아요」

거짓말이 서투른 내가.
우사밍 성인을 달에 보내기 위해서 하기로 한, 마지막 거짓말.

「프로듀서 씨가 없으면, 나나는 일 못하니까요」
「나나 쨩의 은퇴회견 때부터……두 사람 업무 외에 이야기 하는 거, 본 아이가 없어요」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들과는 잘 얘기하고, 내가 고백할 시간도 만들었는데.
나나 쨩하고만, 전혀 이야기하지 않다니」
「……그만둔다고 말했더니, 프로듀서 씨한테 미움 받았을지도요」
「나나 쨩!」

우즈키 쨩이, 그네에서 뛰어내렸다.
그 표정은……가로등이 역광이 되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나나는, 아이돌이니까요. 첫사랑이, 아이돌이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건……치사, 해요」

그건, 그렇겠지.
우즈키 쨩은 아이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아이로써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데.
나는, 아이돌이란 사실을 방패로 해서, 도망치고 있으니까.

「저기, 우즈키 쨩. 운명의 만남이란 거, 믿으시나요?」

삐익 삐익, 그네를 흔들면서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만월을 지나, 오믈렛같은 달이 떠올라 있다.

「……꿈 꿔본 적은, 있지만요」
「제게 있어 그 사람은 틀림 없이, 운명이었어요
포기하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사람.
꿈꿔온 그 장소에 데려가 준, 마법사 님」

달이 애타게 그리워, 올려다보기만 했던 나를.
그는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데려가 주었다.

「나나가, 쭉 이루고 싶었던 꿈……아이돌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이상을 바란다면……분명, 하느님께 혼날 거에요」

내가 얼굴을 내리자, 그네의 진폭이 조금씩 작아진다.

「거기에, 나나는 프로듀서 씨랑 사귈 수 없어요」

그는, 열 명 이상 잘 나가는 아이돌을 안고 있는 프로듀서다.
설령 내가, 바로 아이돌이 아니게 된다고 해도……내가 독점하다니, 해선 안되는 일이다.
내가 되고 싶었던 아이돌은, 그런 여자의 얼굴은 보여준 적 없었다.

그러니까. 아이돌이란 꿈에서 깨어나면, 그 기분도 싹 지워버리기로, 정했다.

「우사밍 별에는. 나나의 약혼자가, 나나가 지구로부터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렸을 적,「공주님」에 대한 첫사랑에 목숨을 바치자고, 마음먹었다.

「……거짓말이 서투네요, 나나 쨩」
「몰랐나요? 우사밍 성인은, 거짓말쟁이에요」

그에 대해서 품은 감정도 분명.
내가,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쥐고 있던 페트 병은 벌써 차가워져 있었다.
……돌아가자. 나는 어쨌든, 우즈키 쨩이 감기 걸려서는 큰일이다.
그네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나나 쨩. 아이돌에게 중요한 거, 뭔지 아시나요?」

우즈키 쨩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뷔해서 2년 지났지만, 나에겐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도……확실한 건, 하나」

「그건, 반짝이는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것」

「나, 프로듀서씨 좋아해요. 나나 쨩도, 무척 좋아해요.
같이 여기까지 달려 온, 소중한 동료」

우즈키 쨩은, 웃고 있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그녀가 갖고 있는, 미소란 천성의 재능.

「그러니까……설령 두 사람이 서로 납득했다고 해도.
이대로 끝나는 건, 제가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그건 그녀로부터 나에 대한, 선전포고일지도 모른다.

리허설 중인 회장은, 언제나 축제 전날의 교실을 떠올리게 한다.
긴장과 고양감. 모두 진지해서, 그렇기에 두근두근, 울렁거려서, 미소가 넘치는 공간.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라이브를 할 때마다, 그런 걸 생각한다.
그건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이돌은 아름다운 거라고, 어딘가의 평론가가 말했던가.

마지막은, 웃으면서 끝내기로 하자.
내가, 인생 모든 걸 걸고, 손에 넣은 것.

그 집대성이, 오늘 바로 이 날.

「상태는 어때, 나나」

멤버, 스탭 전원과의 회의가 끝나고……그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만만이에요! ……봐주세요, 나나의 화려한 무대를」

어색함을 없애려 하면 할 수록,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마지막으로 말해야 하는 걸, 말해두자.

「프로듀서 씨. 나나를 여기까지 키워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얼씨구, 인사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거기에……나는 결국, 나나를 톱 아이돌이 되게 해주지 못했어」

아마도 그건, 그가 나에게 느끼는 빚.
내 투정을 들어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마세요.
아이돌이 된 시점에서, 나나의 꿈은, 거의 다 이뤄졌으니까요」
「……그런가」

「그러니까, 프로듀서 씨
라이브 전에, 나나에게 격려의 말을 부탁드립니다♪」

배려는, 지금은 필요 없다.
위로는, 모든 게 끝난 뒤에라도 괜찮다.

그러니까.

「울던 웃던, 이게 마지막이다. 나나가 가진 모든 걸, 내주고 와」
「……넵!」

약한 나에게. 마지막까지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신데렐라는, 왕자님에게 유리구두를.
카구야 히메는, 황제에게 불사의 영약을 남겼다.
나는……아베 나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사람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반짝이는 세계의 마법 나를 사랑하도록 해♪――

무도회가, 시작되었다.

『이, 이럴 수가. 여기서 미쿠 쨩으로부터, 2주년 중대 발표입니닷』
『짜자ー안! 마에카와 미쿠, 내년 봄부터 현역 여대생 아이돌이냥!』
『자ー아 모두 박수ー!』

「……대학에 가서도 고양이 캐릭터를 계속할 생각인가, 그녀는」

MC를 끼고서, 제 3부.
선두 타자는, 나와 아키하 쨩이 맡기로 되어있었다.

「좋아. 우사밍 로봇 6대, 언제라도 갈 수 있어」
「언제나 고마워요, 아키하 쨩」
「뭘, 신경쓰지마 우사밍. 네 아이돌에 대한 노력은……나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니까」
「MC 엽니다ー아, 준비 부탁드려요!」
「에헤헤……그럼, 갔다올게요!」

――플레이ー플레이ー힘내라!!자아 가자♪ 플레이ー플레이ー힘내라!!최고♪――

달맞이 때부터 함께 해온 그들은, 내 소중한 파트너.
내 춤에 맞추어, 뛰어다니면서 라이브를 흥겹게 한다.

――미라클 어디서 오나? 기다리기 보다도――

쭉 노래하고 싶었던 소모가 큰 곡이지만, 오늘은 체력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커버 곡에 맞추어 흔들리는 울트라 오렌지에, 회장의 볼테지가 높아진다.
아아……아이돌, 즐거워……!!

――시작해봐요 홉 스텝 점프!!――

「읏……!?」

……착지 순간. 오른 쪽 발이 삐긋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비명을 지르라는 뇌의 명령을, 억지로 눌러 내린다.

……괜찮아, 관객석에서는 눈치 채지 못했어.
슬쩍 이쪽을 보는 아키하 쨩에게, 미소로 돌려준다.

여기서 연주를 끝낼 수는 없다.
그건 나의 마지막 무대이기 전에, 사무소의 소중한 기념 공연이니까.

아픈 것 뿐, 움직일 수 없는 건 아냐.
기타 솔로의 중간에 로봇의 리모콘을 조작해서, 연출을 조금 변하게 하자.
식은 땀은, 어차피 라이트에 반사되어서 보통의 땀과는 분간할 수 없을 거다.

두 번 다시, 일어 설 수 없게 되더라도 좋다.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게 되더라도 좋다.

그러니까……부탁해요, 하느님.
내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조금만 더, 나에게, 힘을.

――키라메키라리, 조금 플랫 그래도, 나의 멜로디ー♪――

트레이너 자매로부터 양팔을 부축받아, 이끌린 대로 긴 의자 위에 눕혀진다.
프로듀서 씨나 스탭, 대기중인 아이돌들이 모였다……못났네, 이런 거.

「……어떤가요?」
「오늘까지란 얘기가 아니었으면 그만두게 했어요」
「아이싱이랑 테이핑은 해뒀습니다. 만져본 느낌으로는 인대는 문제 없습니다. 뒤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할 수 있어욧……읏 하아……하게, 해주세요……!」

나의 체력을 고려해서, 뒤의 등장은 두 곡뿐이다.
넉넉한 발라드와, 앵콜 전의 라스트 곡.

몸으로 숨을 쉬고 있다.
그런 건,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일어 서자, 무릎이 떨린다.
그런 것쯤, 라이브 뒤에는 언제나 그렇다.

거울 앞에서 빙글 돌아보았더니, 발목이 비명을 지른다.
그런 것쯤, 내일부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직 노래할 수 있다. 아직 춤출 수 있다. 아직, 저 무대에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준비되어 있다.
열 두시를 알리는 종은 울리지 않았다. 거울 앞에 비치는 나는 아직「랭크B아이돌 아베나나」다.

마법이 풀려버리기 전에, 저기서 보이는 풍경을 눈에 새겨두고 싶다.
나의 모습을 팬 여러분에게, 동료들에게, 그 사람에게 좀 더 새겨두고 싶다.

억지라는 건 알고 있다. 그만두기로 한 건 스스로 정한 일.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을 그만두는 최후의 순간까지, 나는 아이돌에게 매달려 있고 싶다.

「……괜찮아, 나나」
「괜찮아요. 스테이지에 서있을 때는, 뇌내 마약으로 아픔도 사라지니까」
「야」

나의 팔을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며, 마주 서 웃는다.

「노래할 거에요. 프로듀서 씨는 아마, 오늘은 나나의 바람을 전부 들어주실 테니까」
「……죽는다면 스테이지에서, 같은 바보같은 건 생각하지 마. 허락 안 할 테니까」

멀리 돌아서 걱정해주는 건 알기에, 기쁘다.

「다녀올게요, 프로듀서 씨」

그러니까, 나는 거기에 답할 수 없다. 내가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은 노래하는 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슬퍼져야만――

조명이 매인 스테이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다고 한다.

나는……괜찮다. 전혀 외롭지 않다.

――푸른 토끼 계속 기다리고 있어 혼자 떨면서――

수화를 나누어가며 소리 지른다.
지금 이 순간 덕분에……꿈에서 깨어나 혼자가 되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전원이 모이니까, 동그라미가 크네……모두들, 들립니까?」

앵콜 전, 라스트 곡.
앵콜인 부탁해 신데렐라는 내가 나가지 않기로 했으니까, 사실상 내 현역 최후의 곡.
모두 함께 짜는 원도, 이게 마지막이구나……하고,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버렸다.

「그럼……나나 쨩, 콜을!」
「엣, 나나가 말인가요?」

평소라면, 우즈키 쨩이 긴장을 풀어서, 고무되었을 텐데.
사양하려고 했지만, 모두의 시선에 이쪽으로 모여서……생각을 조금 하고, 입을 연다.

「……애니버서리 라이브. 오늘은, 새로운 해를 여는 개막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마지막 공연이니 하는, 쓸데 없는 얘긴 나만의 문제.

「마지막까지, 즐겨보죠! 파이팅ー!」
「야ー압!!」

――나 고물안드로이드 주인님 조 아――

그건……이뤄질 수 없는 사랑노래.
인간에게 사랑을 해버린, 부숴진 안드로이드에게……기적이 일어난다. 그런 노래.

――오늘부터 말도 안되는 큐트한 여자아이랍니다, 짜잔♪――

간주에서 C 멜로에 들어가자, 조명은 스포트 라이트 하나만이 켜진다.
아이돌・아베 나나에게 주워진, 라스트MC.
프로듀서 씨가 연출로 나에게 걸어준, 마지막 마법.

「어렸을 때, 나나는 꿈꿨습니다. 핑크 빛 펜라이트에 안겨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꿈」

웃는 얼굴을 만들어, 제일 뒷자리에도 보일 수 있도록, 닿을 수 있도록.
웃지 않으면, 눈물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나의 꿈을 이뤄준 여러분……지금까지, 정말로, 고마웠ー어!!」

――탄생석은 핑크 회로는 이미 쇼트했어――

조명이 꺼진 스테이지. 관객석에서 앵콜 목소리가 울린다.

아아……이걸로, 즐거웠던 무도회는 끝.

마법이 풀릴 시간이 왔다.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빨리 계단을 내려가지 않으면.
스테이지의 쪽을 뒤돌아 보면……쓸데없는 걸, 남기고 말 것 같다.

「수고했어, 나나, 어땠어?」
「프로듀서 씨……네. 최고로, 즐거웠어요……」

눈물샘이, 한계를 넘었다.
오열이 마이크에 담기기 전에, 대기실에, 돌아가지 않으면.

「그 때 하늘에서, 신비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냥……」

「에……!?」

스테이지에 퍼지는, 미쿠 쨩의 목소리
웅성거리는 객석을 내버려두고, 스테이지에 다른 아이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프로서 씨도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앵콜, 부탁해 신데렐라였던 걸로……?」
「아뇨. 정식 스케쥴대로입니다. 나나 씨, 프로듀서 씨」
「치히로 씨……어떻게 된 건가요, 이건」

「앵콜, 고맙습니다. 지금부터 부를 곡, 모두 알고 계시죠?」
「오늘 밤은 스페셜 서프라이즈! 우사밍 소환 대작전, 갑니다ー!」
「자아, 우리들에게 힘을 빌려줘. 이제부터 모두, 우사밍에 전파를 송신하는 거야!」
「귀여운 제 목소리에 반하지 말고, 제대로 콜 돌려주세요?」
「처음부터 풀 스트롯트로 밟아보자고! 모두, 늦지 말고 따라와ー!」

「원!」
「투ー!」
「준비ー땅!」

「미미밍, 미미밍, 우ー사밍, 하잇!」

「미미밍, 미미밍, 우ー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ー사밍, 냥!」
「미미밍, 미미밍, 우ー사밍!」
「미미밍, 미미밍, 우ー사밍, 하이!」

객석으로부터, 콜이 울려 퍼진다. 잊을 수 없는 나의 데뷔 곡.

「후후, 마법사는 혼자여야 한다는 룰은 없잖아요?」

치히로 씨는, 웃고 있는 듯 했다.

「나와 아이돌 모두가, 나나 씨에게. 마지막 선물입니다」

그치만, 이런 거, 무리다.
발목은 너덜덜하고. 시야는 물기에 젖어 보이지 않는다.
목도, 아까부터 오열이 섞여서, 쉬어서 노래할 수 없을, 텐데.

「……역시 나나, 신데렐라 걸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나……」
「하룻밤만, 귀여운 의상을 입고, 무도회에 나가서……그걸로, 만족이었을 텐데」

열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전에. 유리 구두가 벗겨지지 않도록, 슬쩍 도망갈 예정이었는데.

「좀 더, 노래하고 싶어요. 좀 더 춤추고 싶어요, 좀 더……좀 더, 모두 함께……」

좀 더, 당신 곁에.

「조금만 더, 이 꿈을 계속 꾸고 싶어요……!」

「꿈이 아니야, 나나」

프로듀서 씨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하지, 하지만, 나, 나……이렇게, 울고, 엉망, 엉망진창인 얼굴로」
「마지막 정도, 울어도 좋잖아? 지금까지 쭉, 웃었으니까」

아이돌은, 꿈과 미소를 나누어주는 일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뒤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팬 앞에서는 웃는 얼굴.
이런 우는 얼굴로 나가서……내가, 뭐가 할 수 있다고.

「환호가 들리지?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나까지 포함해서, 나나가 손에 넣은 나나의 팬이다」
「지금까지 노력해 온 나나 씨에게, 은혜 갚는 거에요. 즐기고 와주세요」
「하지만……」
「모두, 나나를 기다리고 있어. 괜찮아, 나도 같이 노래할 테니까」

턱, 하고 등을 밀려서.
아팠던 게 거짓말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테이지 중앙에 도착했다.

휘청거리는 몸을, 쿄코 쨩이 세워주고.
미호 쨩으로부터는, 마이크를 건내받아서.

회장 전체에서 들려오는, 나의 노래를 합창하는 소리.
몇 번을 닦아도, 모두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올 때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팬 여러분, 나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도, 좋아해 주시겠습니까?」

환호가 들려온다.

아아……역시.

나는 어쩔 수 없을만큼, 아이돌이 좋다.

울트라 오렌지 빛의 밤하늘.

나는 분명, 우사밍 별의 스테이지 위에 서있었다.

「……정말로, 좋았던 거냥?」

은퇴 콘서트로부터, 일 개월 뒤.
지구인으로 돌아온 나는, 작은 까페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쓸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네요」

어디서 들었는지, 손님으로 찾아온 미쿠쨩에게, 홍차를 타준다.

「그대로 계속 춤췄어도, 언젠가 한계가 와서 쓰러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좋아요. 이 2년 동안 추억만으로, 나는 살아갈 수 있으니까」

치히로 씨의 소개로 알바하게 된, 오피스가 근방의 숨겨진 명소같은 까페.
마스터의 얘기로는, 아이코 쨩이나 이오리 쨩같은, 아이돌도 가끔 놀러 온단다.

본가에도 다니면서 돈을 모아, 팬시한 까페를 여는 것도 괜찮지 몰라, 하는 생각을 했다.

「여보세요, 치히로쨩? 에? 응, 딱 지금 있는데……나나 쨩, 전화냥」
「애엣、저 말인가요? 아뇨, 그래도 저 지금 일하는 중……」
「긴급연락이란 것 같은데? 봐, 어차피 미쿠 말고는 손님도 없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인수인계 문제라면 좋지 않으니까, 어쨌거나 전화를 받아 든다.

『미안해요, 토해버렸어요』

「엣? 토……네?」

『사실을 말하면, 나도 우즈키쨩도 다른 아이도, 그에게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요.
뭐,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그걸로 끝이라니, 우리들은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심장이, 튀어올랐다.

『……공주님의 왕자님은 아이돌이었습니다. 왕자님이 마법사를 공격하기 전에,
공주님은 추억이란 독사과를 먹고 영원히 잠들기로 했습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저기요, 뭐가 해피엔딩이란 거죠?』
「그래도, 저는……」
『그래도도 저래도도 아니에요. 아쉽지만, 사태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나의 소중한 친구의 인생인 걸요. 사족이라고 말해도, 해피엔딩 외에는 인정할 수 없어요?』

딸랑딸랑, 하고 문에 달린 종이 울린다.

「……프리티 우먼의 라스트, 확실히 그런 느낌이네」
『그러면 건투를 빕니다……우리들 모두, 나나 씨가 행복해지길 바래요』

「알고 있어, 나나? 그 이야기, 세간에서는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불렸다고 해.
마법사 역이 신데렐라를 채가는 이야기인데, 이상하잖아?」
「……나나, 쥴리아 로버트만한 미인이 아니에요」
「나도, 리처드 기어만큼 멋있는 어른도 아니고, 재산도 없다고」

아아……미안해, 나의 첫사랑.
나 더 이상, 이 이상 거짓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돌을 키우는 게 꿈이었다」

나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돌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은, 뭐, 대부분 이뤄졋어. 그래도 인간이란 건 욕심쟁이라서……한 가지 더, 꿈이 생겼다」

그 꿈은 그 덕분에 이뤄져서. 그래서, 나도 한 가지 더 꿈을 그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나나가 내꿈을 이뤄졌으면 해」
「……어떤, 꿈인가요?」
「나나. 네가 좋다면, 나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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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ihara NepuYona
Ashihara NepuYona

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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