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록>에 부쳐
Jan 22, 2023
나에게 ‘락’은 조금은 유치한 것으로, 청년들이 앰프의 소리가 일그러질 정도로 큰 소리로 연주하며 가사에는 거대담론을 담는 음악이었다. 내가 막 락을 듣기 시작할 때, 이라크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밴드들이 미국을 규탄했다. 그것은 너무 명백히도 ‘불의한 전쟁’이었고, ‘러브 앤 피스’는 베트남 전때와 마찬가지로 피어났다. 그것이 내게는 ‘락’이었다.
그래서 화제가 되었던 <봇치 더 록>의 테마가 되는,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의 <굴러가는 바위, 그대에게 아침이 내린다>의 가사 속 어른스러운 ‘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아오야마 씨(고토 히토리의 성우) <굴러가는 바위~>의 커버에는 섬세하고 여리고 불안한 부분이 담겨있어서, 자신이 없더라도 그 어른스러움을 수행해나가려고 하는 또 다른 층위를 더해, 나 같은 사람마저도 마음이 움직이는 설득력을 만들어냈다.
또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은 아닐지언정, ‘모두 무기를 버리고 평화를 노래하고 사랑합시다’라는 나이브한 메시지로 돌파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시대에는 세상에 사랑을, 손에는 꽃을, 이라고 고래고래 외치는 유치한 ‘락’보다는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사는 이들에게 분명 아침 해는 떠오를 거라고 위로하는 어른스러운 ‘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