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워리어 3 리뷰

— 성실한 둠 이터널 팔로워

Ashihara NepuYona
8 min readMar 4, 2022

쉐도우 워리어 3는 둠 이터널에서 많은 요소를 빌려와, 이를 프랜차이즈에 맞게 가공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쉐도우 워리어 1을 좋아하느냐 2를 좋아하느냐로 굉장히 크게 갈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쉐도우 워리어 1은 탐색요소가 종종 있는 일직선 아레나 슈터였고, 쉐도우 워리어 2는 루트 슈터에 더 가까웠습니다.

쉐도우 워리어 3와 2가 다른 점을 먼저 좀 들어보죠. 무기는 여섯 개(+카타나)로 제한되어 있고, 게임 구조는 아레나 — 플랫포밍 섹션 — 컷씬 — 아레나 — 플랫포밍 …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한 코옵도 없어졌고요. 이런 부분이 안 맞는 분들이라면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좋은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이 설명을 “총의 역할도 명확하고, 노가다도 없고, 적 배치가 싱글 플레이에 맞춰져 있다”로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환영할만한 변화들이 있습니다.

둠 이터널과의 유사성은 언급을 피할 수 없을 정도이기에, 몇 가지 부분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그래플러 훅의 추가로 발전한 기동성
쉐도우 워리어 1에서는 (둠 이터널보다도 먼저) 대시가 있었고 이 부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원클릭 그래플러 훅이 추가 되었습니다. 일부 적이나 녹색고리에 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둠 이터널에는 없지만 월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 플랫포밍과 전투 모두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2) 적으로부터 자원 수급
둠 이터널과 마찬가지로 쉐도우 워리어 3에서는 탄환을 많이 소지하지 못합니다. 실제 게임플레이에서는 좀 더 널럴하게 느껴지지만, 절대적인 탄환 보유량으로 단순비교하면 둠 이터널보다도 심할 정도입니다. 맵에는 한 번 획득하면 서서히 재생되는 자원 생성 포인트들이 있지만, 그보다는 주로 적을 죽여서 얻는 편이 빠릅니다. 쉐도우 워리어 3도 둠이터널과 마찬가지로 탄환을 얻을 것인지 체력을 얻을 것인지 양자 택일 해야하는 구조입니다.

3) 무기 변경시 회수 애니메이션의 강제생략
이른바 슈퍼샷건 — 레일건 — 슈퍼샷건 등으로 무기를 교체해서 회수/재장전 애니메이션을 끊어버리고 DPS를 극대화하는 “무기 교체 콤보”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4) 단순한 업그레이드 시스템
게임 중에 탐색을 통해 업그레이드 오브를 얻거나, 특정 챌린지(어떤 방식으로 적을 몇 명 죽여라 등등)을 통해 얻는 포인트로 무기와 능력 중 한 카테고리를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무기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2단계부터 일반적인 총기들보다 좀 더 개성이 생기긴 합니다만, 유저가 세세하게 커스터마이즈할 순 없습니다.

5) 적들의 명확한 계급화
딱히 둠 이터널처럼 설명을 해주지는 않지만, 적들 사이에 분명한 계급차이가 존재합니다. 전투 중에는 무한 스폰되는 잡몹, 총알받이와 어느 정도 체력을 갖고 특이한 공격을 하는 헤비급, 굉장히 많은 체력을 갖고 플레이어를 열세에 몰아넣는 슈퍼헤비급 정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쉐도우 워리어 3는 단순히 둠 이터널의 복제품에 불과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쉐도우 워리어 3는 나름대로 이전의 쉐도우 워리어 1(리부트)의 요소들을 계승하거나 더 낮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부분을 극복하고자 주의를 기울인 작품입니다. 크게 다음의 세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1) 작지만 아기자기한 아레나 구성
후반부의 일부 맵을 제외하면, 쉐도우 워리어 3는 아레나의 크기가 둠 이터널에 비해 확연하게 작습니다. 대신에 2층 구조일 경우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항상 그래플러 훅 포인트가 마련되어 있고, 위에서 언급한 월런 포인트나 슬라이딩으로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틈 등등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위치를 총으로 쏘아 작동시킬 수 있는 환경 요소가 있으며, 이 환경 킬을 잘 이용해야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폭발통이 한 종류밖에 없던 둠 이터널과 달리, 폭발통/얼음통/전기통 세 가지 종류가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칼의 경우에 강공격(홀드)+스틱방향을 통해 이런 원소 공격을 임의적으로 일으킬 수 있으며, 기공 폭발을 통해 적을 밀어내서 환경 킬을 유도하는 플레이도 유효합니다.

2) 칼과 총만 있다면 언제든지 자원수급
둠 이터널은 전투 상황에 특유의 리듬이 있었습니다. 자원을 수급하려면 적들을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하거나, 전기톱 탱크의 충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또 자원을 수급할 때도 무적상태를 동반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행동에서 잠깐 플레이어들이 숨을 돌리는, “단단 쿵, 단단 쿵, 다가당 쿵” 하는 식의 리듬이 형성된 거죠.

쉐도우 워리어 3에서는 단순히 총으로 공격해서 죽이면 체력이 나오고, 칼로 공격해서 죽이면 탄환이 나온다는 단순한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피니시 무브가 있지만 둠 이터널처럼 주기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적을 죽이면(특히 환경 킬을 달성하면) 나오는 노란 오브를 많이 모아야만 가능하기에,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금방 언급한 피니시 무브를 통해서 강력한 무기를 일시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데, 대체로 투척형이거나 계속 작동시켜야할 필요가 있어서 숨을 돌릴 틈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쉐도우 워리어 3를 플레이하다보면 쉬지 않고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하면서 끝없이 드럼을 두들긴다는 인상입니다.

3) 무기 교체 콤보를 쓸 이유가 많다.
이건 정확히 비교해보지 않아서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경험으로는 강력한 데미지를 넣는 무기인 그레네이드 런쳐나 레일건의 회수 애니메이션이 둠 이터널의 해당 무기들의 그것들보다도 훨씬 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레트로 슈터들이 소유한 탄환을 전부 소진할 때까지 쓸 수 있는 반면, 쉐도우 워리어 3에는 재장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단, 무기를 바꿨다 다시 불러내면 무조건 전부 장전된 상태로 장비되기 때문에, 무기 교체 콤보를 자주 사용하는 유저는 다른 레트로 슈터와 마찬가지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칼을 별개 무기로 치기 때문에, PC 기준 좌클릭으로 공격(총기 공격)을 하다가 우 클릭(칼 공격)을 한 번 섞는 것만으로 (재장전 애니메이션 없이) 재장전을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적에게 근접해서 칼 공격으로 탄환을 얻고자 하는 메리트도 생기고요.

단,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뭣보다도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고, 재플레이 요소도 적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하드(현재 최고 난이도)로 컷신 스킵없이 플레이했지만 여섯 시간 정도 걸려서 클리어했습니다. 제대로 된 “보스전”이라고 부를만한 건 두 번 정도로, 심지어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보스는 첫번째 녀석 뿐이었습니다. 아레나와 아레나 사이를 잇는 플랫포밍은 정말 직선적이고 딱히 스킬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금방 질립니다.

또, 둠 이터널로 단련된 플레이어라면, 너무 쉬워서 하품 나는 건 아닐지언정 어딘가 좀 밍밍하겠지 싶습니다.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했지만 플랫포밍 도중에 낙사로 죽은 것 정도를 제외하면 10번~15번 사이 정도밖에 안 죽었던 듯합니다. 오히려 둠 이터널이 너무 어려워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둠 2016처럼 화끈하게 진행 가능한 게 좋다는 분들에게는 더 나은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상한 버그들이 좀 있습니다. 적들이 스테이지 사이에 낑겨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거나, 분명 아레나를 전부 클리어했는데도 이벤트 플래그가 안 넘어간 것인지 진행이 안 된다던가… 보통 체크포인트에서 재시작하면 해결되긴 하고 아레나가 극단적으로 긴 경우는 별로 없어서 그렇게 문제되진 않겠습니다만 종종 짜증이 나긴 합니다.

정리하자면 쉐도우 워리어3는 기공파나 카타나 액션 요소를 남겨두긴 했지만, 둠 이터널의 새로운 공식을 모범적으로 잘 따라간 둠 이터널 팔로워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후에 호드모드나 아케이드 모드 같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나 상위 난이도, 2회차요소(뉴게임플러스)를 추가한다면 더 좋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가격으로도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Bad / So-So / Good / Great)

추기 : 2022년 4월 경에 1.03 패치를 통해 하드코어 난이도가 추가되었습니다.

패치노트를 통해서도 몇가지 확인 해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들이 좀 더 빠르고 정확해졌고 자원수급이 덜 수월 해졌습니다(특히나 피니시 무브를 써도 100% 에너지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추가되었습니다). 커다란 배치 자체는 안 바뀐 것 같은데, 하급 악마들의 숫자는 확연히 늘었습니다. 모이면 엄청 무섭더라구요

이런 변화를 통해 체감상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게, 둠 이터널과 확연히 구별되는 게임이 되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자원수급이 어렵다보니, 탄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카타나가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칼에서 발생되는 스킬들이 군중제어나 일부적들에게 아주 요긴한데요, 이게 둠 이터널과 달리 쿨타임 기반이 아닌 점이 마음에 듭니다. 홀드 키를 통해서=공격할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발동되기 때문에 꽤 좋은 하이리스크 하이리워드 메커니즘이 되었습니다(스턴을 넣어줄 수 있는 기관단총도 여러모로 버프되서 활용도가 늘었습니다).

또, 자원수급자체는 어렵지만 업그레이드를 통해 총을 맞추거나 칼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자원이 떨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둠 이터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급격히 차오르는 방식이라면, 쉐도우 워리어 3는 빌빌 거리면서 계속 버틸 수 있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피니시 무브를 쓰더라도 100% 에너지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잡몹에게 피니시 무브를 써서 에너지부터 채울 것인지 좀 더 상위 몹을 잡아서 위험에서 벗어날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고요.

여전히 둠 이터널의 나이트메어급의 난이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2회차 3회차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좋은 변화입니다. 이대로 무한 웨이브 아레나 모드만 넣어주면 저는 지금 가격으로도 추천해볼만한 게임이라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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