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지속과 마스터
요즘 게임을 90분 제한하다가, 새로운 게임을 잡아서 60분 연습모드하고 30분 랭크 매치 돌린 뒤 끄고 있는데, 내가 문학에도 이만큼 절도 있고 꾸준하게 사랑을 쏟아 준 적이 있던가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이건 문학보다 게임을 사랑한다던가 문학에 열정을 쏟아주지 않았단 게 아니다. 문제는 ‘절제’와 ‘지속’에 있다.
변명을 하자면 우울증=무기력감에서 나에게 할 수 있는 허들이 있는데, 기력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는 집중력과 능동성의 문제가 있다.
음악이나 라디오, 일부 유튜브 영상 등등은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것들이고, 게임의 경우에는 집중력은 요구하지만 ‘나와 질리지 않고 놀아주는’ 매체이기 때문에 비교적 허들이 낮은 편이다.
흔히 말하는 ‘수동적’이라고 분류되는 매체들, 영화나 만화, 문학은 오히려 나에겐 훨씬 더 ‘집중력’을 많이 요구하는 ‘능동적’인 매체이다. 게임에는 난이도 조절이 있고, 랭크 매치와 캐주얼 매치가 있지만, 나머지 매체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이 작품들을 닫힌 환경 속에서 관상Close Reading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옵션설정은 없다!), 그 이상으로 독해를 통해서 내 안의 다른 작품들과 대화시키려면 엄청나게 많은 능동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들을 감상하는 것보다 창작을 하는 쪽이 나로서는 허들이 낮다)
그래서, 정신 상태가 정말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는 천장만 바라보며 숨쉬면서 ‘아… 그래도 하루에 한끼는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죽고 싶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복기에 들어선 지금은 반대로 내버려두면 게임만 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 세수 양치 — 30분 — 방청소 — 30분 — 스트레칭이란 루틴을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꾸준히 절제해가면서 하다보니 내가 원래 문학을 대하는 자세도 이랬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정을 미친듯이 쏟은 뒤에 한 달 뻗었다가 다시 열정을 쏟아부은 뒤에 두 달 뻗었다가… 이러는 게 아니라.
아… 그래서 새 게임 랭크는 브론즈 이하입니다. 그래도 일단 문학 연구에서 마스터인 제가 게임보다는 문학에 좀 더 진심인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