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 세벌식 타자(390)을 익힌 소감

이거 마공이니까 주화입마 조심하세요

Ashihara NepuYona
3 min readOct 19, 2023

1) 훨씬 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명백한 원리가 있는 타법

이게 장점의 끝임.
물론 이 장점 때문에 사람들이 세벌식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임. 다만 타속의 변화에 대해서는 듣던 것보다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함.

2) 시대적 변화에 뒤떨어짐

첫째로, 390말고도 모든 세벌식이 다 그런데, 초성 ㅋ과 ㅌ의 자리가 거의 변하지 않았음. 이게 왜 문제겠냐 싶겠지만 외래어가 상당수 도입된 지금과, 1990~1991 사이의 기간동안에 쓰인 ㅋ, ㅌ의 위상이나 빈도에 대한 고려가 없어보임. 이건 국문과나 이런 곳이랑 같이 연구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 같은데 KS가 이벌식이 되었으니 별로 지원해줄 사람도 없어보임.

둘째로, 아무리 편의성을 우선시했다지만 직관성이 너무 떨어짐. 초성 ㄱ과 ㄹ, 종성 ㄱ과 ㄹ을 같은 열에 배열해도 손가락의 부담은 그리 클 것 같지는 않은데… 어차피 표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좀 더 근본적 변화가 있어도 되지 않나 싶음.

3) 파편화

위의 2)와 정면 충돌하는 의견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론 안 할 수 없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세벌식이 일컫는 자판이 뭔지(390, 391, 3–2015 등등) 하나하나 설명해 줘도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압도될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결국 한국 사람들에겐 MS winodws가 기본제공하는 390, 391을 먼저 쓰게 될 건데, MS winodws가 앞으로 공식적 지원을 끊어버리면 실질적 표준이 없어져버림.

그럼 그대로 사라지지 않을까 싶음… 지금도 사용 인구가 적은데…

4) 익히는데 드는 비용, 방해물

나도 첫 한 주가 제일 힘들었음. 10일 쯤 되니까 익숙해졌고(=원래 정도의 타속으로 돌아감), 지금 15일 째인데 이제 특수문자도 쉽게 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함. 근데 사실 나는 지금 해외 거주 중이고, 한글로 어떤 종류의 공적 문서도 작성할 필요가 없음. 키보드 역시 한글 각인이 없어서 쉽게 익숙해졌음.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시간도 더 걸릴 거고, 원래 타속으로 돌아갈 때까지 받을 스트레스 + 동료/상사에게 들어먹을 욕을 비용에 넣어야 함. 그에 비해 돌아올 보수는 즉각적이지 않음.

또 하나는 키보드 이벌식만이 방해물이 아니라는 것. 휴대기기 대부분은 세벌식 지원 안 하고, 휴대기기에서만은 이벌식을 쓰던지 쳔지인이든 나랏말이든 다른 입력체계로 바꿔야 함. 그 말은 핸드폰의 입력설정도 다시 익혀야 한다는 거임. 게다가 영어 QWERTY도 세벌식 특유의 리듬에 익숙해지지 뭇하게 막는 장애물임. QWERTY와 한글 이벌식은 똑같이 양손이 건반을 치듯이 동시에 움직이는데(이게 손을 더 피로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세벌식은 반드시 우에서 좌로 손이 이동해야 하거든. 그러니 자꾸 둘이 뇌 속에서 충돌나게 되어 있음.

4) 근데 익히면 못돌아감

이벌식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머리가 지끈거릴 뿐더러, 단점이 확연히 느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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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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