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fix him, 頭が可笑しい女の子, 사람 낙원으로 삼지 말고 정신과 상담 받자
젠더 아무말 대잔치
I can fix him은 꽤 오래된 판타지인데, 원본 버젼의 미녀와 야수나 제인 에어를 생각하면 쉬움. 여주인공 쪽에서 고립되어 있거나 타인에게 적대적인 남주인공(야수)이 그저 소외된 존재(저주에 걸린 왕자)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류의 이야기군(群) . 근데 여기에는 숨은 전제로 “나는 그의 고독을 알고 있다, 나 또한 소외된 존재이다”가 있고, 그렇기에 단지 “백마 탄 왕자님”으로부터 선택받는 수동성이 아니라 가부장제 굴절 안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욕망이 있음.
“頭が可笑しい女の子” 은 이것의 역버젼인데, 그 대표주자는
“평범한 인간에겐 관심 없습니다. 이중에 우주인, 미래인, 이세계인, 초능력자가 있으면 제게 오십시오. 이상.”의 스즈미야 하루히.
여기에도 똑같이 “나는 그 절망을 알고 있다” 혹은 “적어도 나는 그녀를 도와야한다”는 굴절된 주체성에 대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음. 달리말하면 오타쿠들의 거세된 남성성에 대한 컴플렉스가 표출된 것. 참고로 난 이걸 『신흥종교 오모이데교』와 이에서 영향받은 리프 소프트 초기 비주얼 노벨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함 ( 여기서 https://brunch.co.kr/@erasmut/56 LFVN 초기 3부작 항목 참조 ) .
“사람 낙원으로 삼지 말고 정신과 상담 받자”는 이런 식의 접근에 대한 아주 시니컬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이게 리즈와 파랑새에 달린 댓글이고 정신과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사라진 이후 시대의 것이니 1:1 비교는 불가능함. 그러나 한국 남초에서도 비슷한 시니컬한 반응이 있음. “씹덕들은 히로인을 구해줄 정도로 큰 일 못하면 여자랑 사귀는 걸 상상도 못함”이 그건데, 그렇다면 남자든 여자든 한국적 정서에서 “누군가를 도와줌으로써 주체성을 획득하는 것”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 걸까 생각해보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