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단발머리가 어울리지만』 Act2

Ashihara NepuYona
23 min readMar 9, 2023

--

갑작스럽지만, 독자인 당신은 영화가 갖는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카메라란 광학장치를 매개하여 객관적인 리얼리티를 획득한 것은 스타트라인에 불과하다. 그 광학장치를 필름에 새겨넣음로써 창작자가 시간을 자유롭게 조작하고 새로운 리얼리티를 탄생시킨 것도, 정답에는 근접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렌즈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찍는 일과, 더불어 찍혀진 시간을 편집하는 것으로 얻어진 가장 큰 효과란, 지금까지 극에 있어서 중심이 되어 왔던 ‘배우’ 즉 인간을 상대화한 것이다. 볼거리나 배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무대’가 인간의 인지와는 관계 없이 배우와 평등하게 은막에 비치는 효과야 말로, 영화를 한 단계 더 위의 매체로 진화시켰다.

페이지를 잘못 펼쳤나 위의 문단들을 다시 읽어볼 필요는 없다. 돌발스러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 이야기를 원만하게 흐르게 하기 위한 삽화다. 나는 11월 29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이야기의 주역들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12월 1일에 일어난 사건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의 혁신성에 대한 설명은, 내가 독자인 당신에게 맡기는, 그 주인공에게로 이어지는 실타래라고 해두자.

물론, 그 실타래를 어떻게 할지는 당신의 자유다. 이 책은 당신이 기분내킬 때,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읽어나가도록 하라. 필름과 달리 책은 자동으로 릴이 돌아가거나 하지 않는다. 독자인 당신에게, 마녀 혹은 마법소녀일 당신에게, 나는 이야기를 전진시킬 힘을 맡긴다.

Act2 우리들은 결국 자기입맛에 맞는 파이를 구할 뿐

“선배, 여깁니다 여기!”
“… 모모, 목소리 좀 낮춰.”

역 앞에서 카게우라 나츠를 발견한 타카와키 코모모는 손을 크게 흔들며, 늑대와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작은 복숭아란 의미의 이름과는 달리, 코모모는 열 두 살 때 이미 키가 160 cm를 넘었다. 181 cm나 되는 성인 여성이 자기보다 20 cm 작은 여성과 함께 있으면 보통 전자가 더 연장자처럼 보이겠지만, 누가 봐도 카게우라 나츠 쪽이 코모모의 언니임이 분명했다.

‘가능하면 오늘 이타하 루이카와 만나고 싶다’. 나츠에게 그 메시지가 온 건 바로 다음날 아침이었다. 코모모가 내건 조건은 나츠가 동행할 것. 다른 지역담당이 개입하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과, 거의 유령회원 상태인 나츠보다야 자기가 직접 확인하는 편이 마법소녀 집회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코모모 혼자 가봐야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질 리가 없다는 것이그 이유였다.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일단 다른 단체에라도 가입해두라는 설득도 어렵다, 코모모는 그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 카우걸, 여기는 회전초. 포인트 줄리엣에 도착했습니다.

루이카와 연락처를 교환한 것도 나츠 쪽이니 나츠가 동행하는 게 맞았고, 또, 어제는 계획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침 일찍 전화했다는 설명도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나츠는 어째선지 이야기가 너무 그럴싸하게 돌아간단 인상이 가시질 않았다. 어제까지만해도 그렇게 차가운 태도였는데, 모일만한 카페까지 미리 찾아뒀다니. 있을 수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

— 카피. 여기는 카우걸. 예정대로 포인트 인디아에서 체리를 수확했다. 지금부터 그쪽으로 향하겠다. 뜨거운 감자는 익었나?

나츠에게 루이카와 코모모가 서로 화해해준다면야,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셋이서 다시 모여 옛날처럼 지낼 수 있다니, 꿈만 같은 얘기였다. 그렇게 될 수 없으니까 꿈이란 걸 알면서도. 역에서부터 카페를 향해 걸어가며 그런 생각을 하던 나츠는, 그렇게 방방 뛰던 코모모가 언제부턴가 조용하단 느낌을 받았다.

— 현재, 뜨거운 감자의 수확은 아직입니다. 오버.
— 회전초, 이럴 땐 존댓말 쓰지 않아도 된다. 두 유 카피?

“모모가 별일이네. 핸드폰 계속 들여다보고”
“아, 요즘 좀 바쁨다. 거슬리셨슴까?”
“그런 건 아니구. 일 쪽? 집회 쪽?”
“둘 다 힘듬다~”
“ 지방 공무원 시험도 준비한다고 했지?”
“넵”

코모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코모모의 집에서 대학 등록금을 나부해줄 여유따윈 없었으며, 애초에 그 부모란 작자들이 돈을 내줄지부터 의문이었다. 아무튼 돈이 필요했다. 아무리 거구의 여성이라지만,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마법소녀가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선 다행일지도 모른다.

일본 마법소녀끼리의 교류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정식으로 마법소녀 집회가 설립된 것은 1986년으로,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활동범위는 ‘해일’ 에 관한 정보 교환 수준을 뛰어넘었다. 여성 사회 진출 확대와 함께, 마법소녀 집회도 1990년대 후반부터 회원에 대한 자금면의 지원을 개시했다. 코모모가 시에를 보호하는 대신 마법소녀 집회에서 받는 지원금도 그런 사업의 일부이며, 코모모는 지원금과 아르바이트 비로 지방 경찰관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배 하는 번역은 어떻슴까, 역시 어렵슴까?”
“으응~ 굳이 말하면, 매번 점프하는 기분이야.”
“점프말임까?”
“응. 신체의 발이 아니라 생각의 발로, 언어의 절벽과 절벽 사이를 점프하는 거야. 실패할 때도 있지만, 성공하면 짜릿해.”

즐겁게 이야기하는 나츠와는 반대로, 코모모가 그녀의 목소리에서 들은 것은 새어나오는 절망이었다. 아직 셋이 팀을 이루고 있던 시절, 나츠는 언제나 무용가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4년 전 사건이 없었다면, 그녀는 지금쯤 무대에 서서 멋진 점프를 피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코모모는 달리 말을 꺼내기보단,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쪽을 택했다.

— 카피 댓. 회전초, 오버 앤 아웃.

카와구치 시에, 열 여섯 살. ‘마법소녀 집회로부터 의심받지 않기 위해’란 타카와키 코모모의 말이 변명에 불과하단 걸 알만한 나이. 정말로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메신저의 비밀 통화 기능으로 충분하다. 이런 첩보영화나 공군영화를 흉내낸 암구호를 잔뜩 쓸 필요는 하나도 없다. 시에 입장에서 보면 코모모는 엄청 어른이었지만, 한편으로 항상 이런 유치한 걸 좋아하는 면이 있었다.

건물 2 층에 있는 카페의 구석 창가 자리에 들어가 앉은 시에는, 입구와 건물 1층을 번갈아가며 엿봤다. 코모모가 오늘 아침에 한 설명에 따르면 코드 명 뜨거운 감자, 그러니까 이타하 루이카는 눈썹이 짙은 ‘부잣집 따님’으로, 지금은 단발머리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약속시간은 오전 열 한 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비슷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 이쪽은 카우걸. 포인트 줄리엣 도착이 늦어질 듯하다. 회전초는 그대로 대기할 것. 오버.
— 카피.

시에는 한 손으로 귀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한 손으로 메신저에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부잣집 따님’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코모모의 표정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시에는 되도록이면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정확히 말하면 자기보다 강한 사람의 기분을 살펴보는 버릇이 있었다. 코모모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시에에게 보호자인 코모모의 기분을 맞추려고 들었다. 그렇기에, 루이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부잣집 따님’이란 건, 경멸의 의미일까 선망의 의미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개입해 말하자면, 타카와키 코모모는 시에를 안심시키려고 자기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도 일그러진 표정이라면, 아마 경멸과 선망 둘 다 느끼고 있었기에 드러난 표정이었으리라. 또, 독자를 위해 참고로 말하건데, 그때 시에가 루이카에 대한 태도를 정할 이유따윈 전혀 없었다. 시에에게 맡겨진 역할은 루이카와의 접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1월 29일 밤, 코모모가 시에와 공범 운운을 한 것은,가능하면 마법소녀 집회로부터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지금은 유령회원 취급인 나츠야 그렇다치더라도,코모모가 보고해야할 의무를 저버린 사실이 알려지면, 집회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제명까지 가진 않더라도 지원금이 줄거나 끊길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시에도 입을 꾹 다물어 달라, 그런 얘기였다.

물론, 시에에게 있어서도 코모모의 보호 아래 있는 편이 편했다. 시에는 코모모의 비위를 더 맞추고 싶었던 모양인지, 기왕에 공범관계면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무언가 더 돕고 싶다, 그렇게 부탁을 했다. 코모모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시에에게 감시역을 맡기기로 했다.

코모모로서는 나츠와 루이카가 우연히 만났다는 경위가 조금 석연치 않았기에, 루이카에게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접촉할 때 그녀가 나츠에게 해를 가한다면, 망을 보고 있던 시에가 마법소녀 집회와 경찰에 바로 연락을 한다, 그런 계획을 세웠다. 마법소녀끼리의 싸움, 그것도 ‘해일’이 일어났을 때라면 일반인은 재난에 의한 피해라고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한편, 마법소녀 집회의 처벌만으로는 그 대응범위를 뛰어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까 둘 다에게 연락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카페의 입구에서 누군가 들어왔는지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시에가 휴대전화를 잡은채 그쪽을 살펴봤더니, 들은 대로 단발머리에 눈썹이 짙은 여성이 들어왔다. 뜨거운 감자가 익었다, 하고 메시지를 보내려던 시에의 손이 멈췄다.

코모모의 계획은 전제부터 글렀다.

— 카우걸, 여기는 회전초. 포인트 줄리엣에서 뜨거운 감자가 익었다. 하나 더. 봉투에 다른 열매가 들어있다. 반복한다, 봉투에 다른 열매가 있다.

이타하 루이카는 혼자 나타난 게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코모모와 루이카의 공통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모모는 키가 컸고, 루이카는 키가 작았다. 코모모는 부모로부터 방치되었고, 루이카는 과보호를 받고 있었다. 코모모는 운동을 좋아했고, 루이카는 독서를 좋아했다. 코모모는 가난했고, 루이카는 여유가 있었다. 코모모는 천방지축이란 소리를 들었고, 루이카는 울보란 소리를 들었다.

둘을 연결해준 건, 자신들이 마법소녀란 사실 뿐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일반적으로는 사고나 재난으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해일’을 느낄 수 있었고, 또 발광어류에게 자주 습격을 당했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불꽃이 자신들 안에 있단 사실 또한, 그녀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점을 빼면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에 의한 것이라 해야겠다. 서로 가까운 지역에 살더라도, 초등학생들에겐 학교가 다르다는 것만은 서로 다른 대륙에 사는 것과 같은 법이다.

코모모는 열 살 때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울면서 거부하는 루이카의 손을 잡아 이끌고 가려던 남자를 봤던 날을. 코모모가 사람들을 부르겠다고 큰 소리를 질렀지만, 남자는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성난 표정으로 루이카를 질질 끌며다가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존재할 리 없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코모모의 팔찌가, 루이카의 반지가, 서로 빛났다.

그 자리에서 남자와 발광어류로부터 도망친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종류의 힘을 지닌 여자아이가 세상에 더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불꽃이 미약하더라도, 둘이 힘을 합치면 강력한 마법이 된단 사실도 알았다. 동갑이란 사실에는 더더욱 놀랐다. 둘은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서로 돕자, 그렇게 약속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두 사람의 2 년이란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해일’에 대항할 때 뿐만 아니라, 숙제나 놀이, 식사 등등 마법과는 상관 없는 시간도 함께 하게 되었다. 친구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모르는, 두 사람만의 비밀이 늘었다. 아마도 앞으로 계속 이렇겠지, 코모모는 어린애면서도 그런 막연한 예감을 갖고 있었다.

한 편, 두 사람과 카게우라 나츠가 만난 것은 필연 쪽에 더 가까웠다.

그 날, 두 사람은 처음으로 ‘발광어류의 군집 이동’을 경험했다. 수많은 발광어류들이 잔인무도하게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같은 동족이라도 서로 이동에 방해되면 무자비하게 물어뜯는, 그야말로 지옥같은 광경이었다.

2 년 간 한 번에 다섯 마리 이상의 발광어류를 만난 적 없는 그 둘은, 뱀 앞에 남겨진 새끼 쥐들처럼 공포에 떨었다. 그때, 하늘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시커먼 망치가 떨어졌다.

“일격필살, 칠학낙하아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던 망치가 다수의 발광어류를 믹서기마냥 갈아버렸다. ‘해일’ 안에 내장이 노출된 발광어류들은 금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슬레지 햄머를 든 그 여자는, 큰 소리로 코모모와 루이카에게 지시를 내렸다.

“거기 있는 두 사람, 그대로 가만히 있어!”

그녀의 햄머가 막힘없이 차례차례 동료들을 쓰러뜨리자, 발광어류들은 금방 그 자리를 떠났다. “의리도 없는 놈들이 몰려다닌다니까” 하고 의기양양하게 승리를 선언하는 그녀는, 이런 아수라장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저 … 누구 … 신가요?”
“나? 너희들이랑 같은 지역 마법소녀인데?”
“마법소녀?”

코모모도 마법소녀란 존재를 애니메이션을 본 적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 안의 그녀들은 좀 더 반짝거리고, 훨씬 용감해서, 언제나 다시 일어나 싸웠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따윈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코모모는 그녀들과 자신들이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여겨본 적이 없었다.

“응. 전임자로부터 못들었어? 연락담당인데 인수인계를 안했나?”
“전임자 … ? 인수 … 인계? 그게 멉니까?”
“아~~ 너희들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어떻게 설명하면 좋지, 그녀는 턱에 손을 대고 잠시 생각을 했다.

“마법소녀는 말야, 이 세상에 정말 정말 많이 있단다.”
“언니 같은 어른인 마법소녀들도 … 있나요?”
“그럼. 아니 잠깐, 내가 생일이 지나서 만으로 열아홉이니까, 응, 어른인 마녀야”
“마녀…”
“마녀란 말은 싫니?”
“왠지 좀 … 무서울 것 같아요.”
“괜찮아. 이건 비밀인데, 마녀 아줌마들 되게 성격 나쁘다? 숫자 하나 틀리면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어요. 근데, 그것만이 아니야. 마법소녀 집회라고 못들어봤지? 그 아줌마들이 옛날부터 만들고 운영한 곳이거든. 아줌마들은 집회 안에선 모두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고 정했고, 원하면 너희들도 들어올 수 있어. 좋은 사람들이지?”

두 사람은 아직도 경계를 하는 건지, 아니면 이해를 못한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

“음, 초등학생들한테는 어려우려나? 아무튼 나도 그거야. 오늘부터 여기 연락담당이란다.”

두 사람이 전혀 몰랐던 세계가, 항상 바로 옆에 있었다. 루이카는 그게 믿기지 않았는지 딸꾹질을 시작하더니, 얼마 안 가 울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여자는 무릎을 꿇고 루이카를 안아주었다.

“무서웠구나, 괜찮아, 괜찮아.”
“그게, 아니에요. 저, 아니, 저희들, 평생 우리 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른들한테 말씀드려도, 친구들한테 얘기해도, 아무도 안 믿어줬어요. 그러니까 저, 코모모랑 헤어지면, 코모모가 없어지면, 이대로 저 혼자서 다 해야하니까, 그러니까, 항상, 항상…”

코모모는 루이카가 그 정도로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런저런 비밀을 말할 수 있는 건 코모모에게도 루이카밖에 없었으니까, 루이카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루이카의 고백에 여성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이카의 긴 머리를 몇번이고 쓰다듬었다.

“모두 다 그래. 모두 다 외로워. 그러니까 만든 거야, 집회란 거. 오늘부터 내가 너희들 곁에 있을게. 그러니까 뚝, 울지마, 알았지?”
“……네”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모르네? 나는 카게우라 나츠. 나츠 언니라고 해도 돼.”
“카게우라 선배님, 저는 타카와키 코모모임다! 잘 부탁드림다!”
“선배님이라니, 쑥스럽게. 너는?”
“나츠 언니. 저는 이타하 루이카라고 합니다. 코모모는 저를 루이루이라고 불러요.”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코모모, 루이루이.”

그 날부터 두 사람은 마법소녀 집회에 가입했고, 한 팀이 되었다. 나츠 역시 그 팀에 들어가 주었다. 나츠는 팀의 리더로써 ‘해일’에 대처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두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코모모에게 가장 보물처럼 여긴 가르침은, 언어와, 그 언어 속에 흐르는 역사였다. ‘해일’, 발광어류, 마법소녀…… 이 세계에 코모모와 루이카만 있었다면 필요없는 말들이었다. 그거, 걔들, 우리들, 그걸로 충분하니까. 하지만 자기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무수한 마법소녀와 마녀들이 있었고, 그거, 걔네들, 우리들을 부르기 위한 이름을 지었다. 그 사실을 곱씹을 때마다 코모모는 가슴이 벅찼다.

코모모는 이대로 팀이 계속 된다면, 그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소녀와 마녀들이 그러했듯이, 세 사람의 언어를 후세에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츠 선배와 루이카 사이의 거리가, 나츠 선배와 자신, 아니, 루이카와 자신과의 거리보다 훨씬 훨씬 더 가깝단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세 사람이 함께 말들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 묵인했다.

그렇게 소중했기에, 셋의 관계를 부숴버린 루이카를 코모모는 아직도 용서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날, 11월 30일에 일어난 사건은 굳이 따지면 우연보다는 필연에 가까웠다.

코모모가 메세지를 받은 건 딱 두 사람이 건물의 1 층과 2 층 사이의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길거리에 있는 액세서리 점에서, 나츠가 뭔가 셋이서 세트로 갖고 다닐 수 있는 기념품을 꼭 사고 싶다고 졸라서 조금 늦어졌지만, 약속시간인 11시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

“봉투? 열매?”

코모모는 약속한 적 없는 암구호에 저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어버렸다. 나츠가 “무슨 일이야?”하고 물었지만, 급히 “아, 이쪽 얘김다”하고 얼버무렸다.

코모모가 카페의 문을 열자,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다. 카페 안을 보니 익숙한 얼굴이 둘, 모르는 얼굴이 하나. 시에는 관계없는 척 커피를 마시거나 귀걸이를 만지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하고 있었다. 루이카는 코모모 쪽을 보고 일순 당혹한 기색이었지만,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모르는 얼굴을 한 여성이 그녀 옆에 바싹 붙어 귀에 속닥거리고는 무언가를 넘겨주었다. 나츠가 그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루이카, 안녕. 음, 저, 같이 오신 분께서는……”
“처음 보네요, 카게우라 나츠 씨. 이 쪽은 타카와키코모모씨?”
“아. 네. 그렇습니다만.”
“이쪽에 앉으세요. 아, 난 이런 사람.”

그녀는 테이블 위에 명찰을 꺼내어 올렸다. 작은 직사각형의 종이에는 ‘네다 에리시’란 이름과 함께 ‘릴리스 네트워크 허브 매니져’라는 수수께끼의 직함이 적혀있었다.

“어머, 반말을 해버렸네. 괜찮지? 이래뵈도 나 40대라서 말야. 두 사람도 20대잖아?”

두 사람은 불쾌함을 느꼈으나, 일단 그녀가 시킨 대로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녀는 뭔가 마음에 안드는지 목을 기울이곤, 검지로 뒷편을 가리켰다.

“저기 모질이도 오라고 해”

이미 바닥이 난 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시늉을 하던 시에가 동작을 멈췄다. 네다는가리켰던 검지를 그대로 돌려 까딱까딱 이쪽으로 오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감시역이잖아? 티가 팍팍 나던걸”
“…... 저의 동행임다”
“감시역? 모모, 루이카한테 감시를 붙였어?”
“선배, 그건 말임다”
“뭐, 항상 하던 일이잖아? 근데 저런 모질이한테 일을 맡기다니, 요즘 마법소녀 집회 수준이 알만하네”

말투는 거칠었지만, 네다는 분명 이 대화의 주도권을 움켜쥐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시에는 쭈뼛쭈뼛 의자를 갖고와서, 코모모 옆에 앉았다.

“선배, 이타하 ….. 씨. 그리고 네다 씨. 이쪽은 제가 보호중인 견습 마법소녀 카와구치 시에라고 함다. 시에는 제가 불렀습니다만, 저와 같이, 어디까지 한 명의 마법소녀로 온 검다. 적어도 오늘은 집회하곤 관계 없슴다.”
“관계가 없어? 아주 뻔뻔해졌네, 코모모 씨.”

지금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루이카가, 비난하듯이 말을 풀어놓았다. 그런 반응에 이미 익숙해졌는지 코모모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임다, 이타하 씨.”
“와, 이타하 씨래. 몸둘 바를 모르겠는걸? 마지막에 만났을 때는 ‘이 또라이 년’이었잖아?”
“이미 3년, 4년 전의 일임다. 기억나지 않슴다.”
“마법소녀 집회에서 벌써 높으신 분이라도 되었나봐? 정치가처럼 말하네.”

공세를 멈추지 않는 루이카에게 질려버렸는지 코모모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뭔가 더 반응을 해봤자 3년 전과 똑같은 결과가 반복될 뿐이었다.

“저, 루이루… 루이카. 모모는 말야, 내가 부탁해서 온 거야. 루이카가 마법소녀 집회는 싫다고 했으니까, 다른 단체에 소속하고 있으면 보고를 안해도 된대. 그래서 그걸 설득하려고…….”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저는 네다 씨랑 함께 릴리스 네트워크의 일원이니까요.”
“그렇슴까. 그럼, 전 더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이타하 씨, 네다 씨,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함다. 시에, 가자.”
“저, 저, 저, 죄, 죄송합니다!”

카와구치 시에가 또 머리를 숙이고, 꽁지머리가 몇 번이고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본 코모모는 가슴이 저렸다. 그야 단란한 대화의 장이 펼쳐지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시에를 말려들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시에가 무언가 돕고 싶다고 했을 때, 엄하게 안된다고 했어야 했다고 코모모는 후회했다.

“잠시 기다릴래?”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코모모를 멈춰세운 건, 카게우라 나츠가 아니었다. 네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턱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나, 카게우라 씨랑 타카와키 씨를 스카웃하러 이 자리에 온거거든.”

“발광어류의 공포로부터 해방, 그리고 마법소녀 집회란 요람으로부터 해방, 모두로부터 풀려난다는 의미에서 릴리스 네트워크란 이름이야.”
“아담의 첫번째 아내라던가 하는 그게 아닙니까?”
“어머, 박식한 걸. 책은 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게 이런 걸까. 맞아, 타카와키 씨 말대로 최초의 마녀인 릴리스와도 뜻을 겹쳐서 넣었어.”

네다의 설명을 듣고 있는 루이카의 진지한 표정에, 나츠는 어째선지 불안을 느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만, ‘릴리스’란 말, ‘해방’이란 말이 어머니가 유서에 남긴 말들을 떠올리게했다. ‘이 사회의 모든 속박으로부터도, 하늘이 정한 운명으로부터도 해방되어, 한 사람의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자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루이카도 혹시 그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집회에 불만을 갖는 거야, 있을 법한 일입니다. 하지만 요람이란 말은 좀 불쾌하군요.”
“코모모 씨는 변함없이 마법소녀 집회스럽게 말하네”
“그럼, 이타하 씨가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학생다운 지성을 기대하겠습니다.”

코모모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속이 끓어오르면 오를 수록 문장이 표준어에 가까워졌다. 그녀와 연이 긴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접한 장면이긴 하지만, 시에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어제, 타카와키 선배가 정말로 화가 난 건 아니었구나, 시에는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마법소녀 집회는 마녀들을 돕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실은 응석을 받아주고 있을 뿐이야. 협력단체라고? 협력이란 건 말이지, 한 사람의 자립한 마녀끼리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거에요”
“집회는 그 자립을 위해,금전면에서도 교육면에서도 여러 활동을 해왔잖습니까.”
“그건 분명 좋은 점이라고 우리들 릴리스 네트워크도 생각해요. 마녀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그 능력을 발휘해, 살아남을 필요가 있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그럼, 이타하 씨, 아니 릴리스 네트워크는 대체 뭐가 불만입니까?”
“문제는 아직도 집회가 마법소녀란 위선에 사로잡혀 있단 거야”

나츠는 루이카의 말투가 존댓말과 반말 사이를 오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4 년전의 루이카는 동급생인 코모모에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붙이곤 했다. 즉, 루이카는 지금 진심을 담아서 릴리스 네트워크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들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 파이는 무한히 공급되는 게 아니야. 한정되어 있어. 그 한정된 파이를 얻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 매일 노력하고 있단 말야.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해일’을 겪는 우리들 마녀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매우 불리한 입장이라고.”

마법소녀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를 부정할 사람은 그 장소에 아무도 없었다. 발광어류에 의해 큰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는 마법소녀는 매년, 아니 매월 — 전지구적으로 보면 매일 — 한 명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해일’ 그 자체는 우연에 가까운 현상이지만, 발광어류는 특히 마법소녀를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습성이 있었기에 마법소녀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졸업도 은퇴도 할 수 없었다. 대항할 힘이 있다곤 해도, 일하던 도중에, 화장실에서 있을 때, 자고 있던 와중에, 연인과 사랑을 속삭일 때도 언제 어디서 갑자기 덮쳐올지 모를 가능성 위에 살아가는 감각은 마법소녀들이 공통으로 지닌 것이었다.

독자인 당신이 그러하듯이.

“그러니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힘을 쓴다느니, 마법소녀의 마음가짐이니, 그딴 건 자기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되고 나서 하는 거에요. 자기 파이를 먹지 못하고 굶어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 순간, 무언가에 찔린 듯이 나츠가 움찔 어깨를 움추렸다.그랬구나, 엄마가 나에게 남긴 것처럼 나도 너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구나.’ 나츠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반응에 눈치챘는지 어쨌는지, 루이카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마법소녀 집회는 아직도 다양성이니 뭐니 말하면서, 마녀들의 응석이나 받아주고 있어요. 필요없는 곳에 자금을 쏟아붓고, 마녀를 위한 단체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단 거에요. 그걸 릴리스 네트워크가 바꾸겠단 거에요, 코모모 씨.”
“많은 마법소녀들은 우리들이 그랬듯이,”
“우, 리, 들? 누구 말인가요?”

타카와키 코모모의 목끝까지 쌍욕이 올라왔다. 말을 끊어서가 아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나름 6년 이상 팀을 결성하고 함께해왔던 사이였다. 비록 지금 멀어졌다고 해도 그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걸 마치 일어나지도 않은 일마냥 굴다니. 하지만 코모모는 자기 왼편에 있는 나츠와, 오른편에 있는 시에를 보고 그 욕을 다시 위장 속으로 밀어넣었다. 이 이상 두 사람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타하 씨와 제가 그랬듯이, 고립된 마법소녀들도 많으며, 각자의 대처방법을 길러왔습니다. 그것을 존중한단 것의 어디가 문제입니까?”
“그건 살아남은 옛날 사람들 얘기잖아요. 자기들이 그렇게 성공했으니까. 그 사람들 시대랑은 달라요. 일본 경제상황은 집회 설립 이후로 악화일로이고, ‘해일’의 빈도도 늘었잖아요. 그런데, 어린 애들에게 그런 옛날 가치관을 주입해서 응석을 받아주는 게 문제란 말이에요, 제 말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이번에는 네다가 말을 이어나가며 마법소녀 집회를 비판했다.

“먼저 그 명칭부터가 그렇잖아? 지금까지 마법소녀란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으니 마법소녀랑 마녀 둘 다 쓰자고? 자기들은 이미 70대 80대인 할머니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봐?”
“마녀가 더 넓은범위를 포함하는 용어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마법소녀란 말에 담긴 역사성이 그렇게 간단하게 무시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법소녀의 역사성? 결국 당신들의 파이를 빼앗아서 이 녀석에게 주고 있을 뿐이잖아?”

그 ‘이녀석’이란 즉 카와구치 시에를 가리키는 대명사였다.

“시에는, 그 피에 불꽃이 흐르는, 비록 견습이지만 훌륭한 마법소녀입니다. 몇번이고 ‘해일’을 겪어왔고, 사람들을 구해왔습니다. 마법소녀 집회의 입장으로서는……”
“저 남자애가? 훌륭한 마법소녀? 웃기려고 한 말 맞지? 그게 아니면 그러니까 틀려먹었단 거야. 젊은 당신들이 정신을 차려야지. 당신들이야말로 자립한 마녀의 모범인데, 안타깝네 정말.”

지금까지 떨고 있던 시에는 그대로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시에는 이번엔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제대로 상대를 응시할 용기는 없었지만, 시에답잖게 타인의 말을 분명히 부정했다.

“다, 다, 달라요”
“뭐가 달라?”
“저, 저는, 모두, 모두를 도, 돕고 지키는”
“말을 좀 똑바로 해. 목소리부터 기분나빠갖고는”
“저는 마법소녀입니다. 남자애인지 아닌지, 성별 같은 거, 관계 없습니다.”

네다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머리 좀 기르고 귀걸이 좀 하면 마법소녀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착각하나봐? 너희들은 그런 흉내까지 내서 마녀의 몫을 빼앗고 싶니? 여자애들이 비참한 채로 있는 건 너희들이 그따위로 굴기 때문이야”

시에는 눈을 뜨지 못한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말은 익숙히 들어왔고, 그걸로 눈물이 흐르기엔 시에의 마음은 충분히 둔해져 있었다. 코모모는 그런 시에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네다를 노려봤다. 네다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츠가 대신 말했다.

“네다 씨, 너무 심하잖아요.”
“너무 심해? 당신 다른 마녀들이 울고 있을 때는 그런 말한 적 있어? 당장 이타하 씨가 울고 있을 때 당신 어떻게 했어?”
“……그건, 나, 그땐”
“아뇨, 됐어요.”
“루이카……”
“그때의 나츠 선배가 맞았고, 지금의 나츠 선배가 틀린 거에요.”
“작작 좀 해!”

타카와키 코모모가 폭발했다. 선배 앞에서 안겨서 울던 녀석이, 시에를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선배가 약해졌으니까 틀렸단 거야? 어?!”
“그런 말, 누구도 하지 않았어요.”

코모모는 이미 루이카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럼 넌 어떤데! 선배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던 겁쟁이가, 이젠 릴리스인지 렐리스인지 저 여자 위세를 빌려서 입이나 털고, 응석이나 부리는 건 너겠지, 이타하 루이카!”

Sign up to discover human stories that deepen your understanding of the world.

Free

Distraction-free reading. No ads.

Organize your knowledge with lists and highlights.

Tell your story. Find your audience.

Membership

Read member-only stories

Support writers you read most

Earn money for your writing

Listen to audio narrations

Read offline with the Medium app

--

--

Ashihara NepuYona
Ashihara NepuYona

Written by Ashihara NepuYona

10.21hz : The Megalomainc Radio Tower

No responses yet

Write a respo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