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스크립트 닥터의 각본교실 — 초급편 — (인트로)
출처는 다음의 트윗
https://twitter.com/alucaje/status/821523645973442560
시나리오 콩쿨의 응모작이나 시나리오 학교에서 학생이 쓴 각본을 읽어보면 ‘이거 같은 사람이 썼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작품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자주 보는 것이 아래의 네 가지 타입입니다.
1) ‘소년과 사신’ 계열
2) ‘중년과 여고생’ 계열
3) ‘육군본부’ 계열
4) ‘창가’ 계열
1)은 무기질하고 하얀 추상적인 공간을 무대로, 주인공인 소년이 “사신같아 보이는 수수께기의 인물”과 만나서 이 세상의 부패함에 대해 설교당하거나,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문답을 반복하는 각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신과 같은 인물은 니체를 인용한 난해한 대사를 입에 담지만,수준에 달하지 못해 평범한 대학생 같은 말을 해버리고 맙니다.
또한, 전반부터 중반에서는 명료한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후반에서는 갑자기 주인공인 소년이 과거에 소꿉친구인 소녀를 죽였다는 것이 판명됩니다.
판명될 때에는 정해진 수순이 있어서, 사신이 불가사의한 힘으로 출현한 8mm필름(주인공의 기억의 상징)이 영사되며, 달칵달칵달칵…하고 노스탤지어한 소리와 함께 하얀 블라우즈를 입고 긴 머리의 미소녀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으며 아름답게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 비쳐집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높은 탑에서 떨어지거나,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모를 권총으로 자살하거나 합니다만, 이것이 정말로 일어난 일인지 환상인지 애매한채로 끝납니다.
2)는 구주조정당한 중년의 샐러리맨이, 우연히 만난 좀 기이한 여고생과 여행을 떠나는 얘깁니다.
여고생은 겉보기엔 자유분방한 캐릭터입니다만, 실은 의부로부터 성적학대를 당했다거나 불치병으로 여명이 일개월이거나 합니다. 소매를 걷으면 리스트컷의 자국이 있는 것도 당연하며 옷을 벗으면 등에 날개 형태의 문신이 있거나 합니다.
또 여고생이 안대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안대를 하고 있는 이유는 눈이 나빠서가 아니라, ‘썩은 세상을 이 이상 보고 싶지 않다’가 주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거의 반드시 바다를 향합니다. 신비롭게도 마지막까지 절대로 섹스하지 않습니다.
3)은 자위대나 가상의 방위군에 속한 주인공이,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생물체나 설정이 애매한 가상의 나라의 군대와 전투상태에 돌입하는 얘기입니다. 인간관계의 드라마가 거의 그려지지 않으며, 대신에 전투기나 전차 또는 중화기에 관한 묘사가 연연 늘어집니다.
루비문자의 대부분은 그런 고유명사들로 채워지며, 가끔 움직임이 있을 때는 총기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거나 약협이 배출되는 장면이거나 합니다. 대사는 거의 인상에 남지 않지만 ‘육군 본부’란 단어가 몇번이고 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이상의 세 가지 타입의 각본을 쓴 사람들은 자기완결적인 케이스가 많으며, 이쪽이 어떤 어드바이스를 줘도 기본적으로 들을 마음가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풀릴 때까지 비슷한 걸 쓰다보면, 얼마 뒤 자연스럽게 그들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시나리오 쓰기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소개할 4)의 “창가” 타입은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장년간 각본교육에 종사하는 중에서 제가 가장 문제시하는 게 이 “창가” 타입을 쓰는 사람입니다.
“창가”계열의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은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OL이 시골에 돌아가 자아찾기를 한 결과, 조금 건강해진 듯(한 기분으로) 도쿄에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친구와 즉석사진이나 노래방 가는 걸 극력으로 싫어하는 문학계 여성이, 도서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만난 이지적인 연상의 남성으로부터 칭찬 받아서 인정욕구를 채우는 (듯한 기분이 되는) 이야기”나, “결혼을 앞둔 OL이나 취직 도중의 대학생이나, 아이기르기 일단 끝난 주부 등이, 자기 인생은 이대로 괜찮은가 번민한 끝에, 장롱에서 어린 시절 쓴 <장래의 꿈>에 대한 작문을 발견해서 어쨌든 해결한(듯한 기분이 되는) 이야기”등도 본질적으로 “창가”계열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