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키 “프레쨩이 우울해져서요” (上)
어떤 한 소녀의 이야기.
소녀는 한 살 때, 방 구석에 굴러다니는 루빅 큐브에 흥미를 가졌다.
컬러풀한 입방체를 빤히 바라보고, 손에 들고, 찰싹찰싹찰싹.
자자 보아하니, 마구잡이로 배열된 빨강이나 노랑에는 어떤 법칙이 있는 듯해. 구성고 있는 건 12개의 모서리 피스와 8개의 꼭지점 피스.
그렇구만 그렇구만, 노는 법은 알았어. 아무래도 색을 맞추면 되나 봐. 그럼 한 번 놀아볼까냐.
소녀는 120초에 입방체의 카오스상태에 질서를 부여해냈다.
바라보고 있던 대디와 마미는 어째서인지 야단법석 난리통.
믿을 수 없어, 우리 딸은 천재다!
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게 하고선, 그럼 치~즈. 찰칵.
소녀는 요구대로 피스사인을 하면서, 이런 걸 생각했다.
아, 뭐야, 고작 120초밖에 시간 떼우기 못했자나. 하고 말이지.
그때 이후로 소녀는 아홉 살에 루빅 큐브의 수식을 유군론을 이용해 증명하곤, 대드와 마마에게 달콤한 케익과 딱딱한 물리학 책을 함께 부탁했다.
주변에 그 나이 때 소녀들은, 옛날 이야기의 프린세스라던가 곰 인형에 흥미만만이었지만, 소녀의 두뇌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하는 3의 수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채워졌다.
학교의 테스트가, 답안용지 뒷편에 얼마나 낙서를 많이 그리나 게임이 되었을 즘, 소녀는 바다 너머 유니버시티를 다음 놀이터로 정했다.
거긴 말야, 런치는 나름 맛있었어. 햄버거가, 손바닥 만큼 커다래서 사워 크림을 듬뿍 묻힌 녀석. 글고 햇살은 일본보다 따듯해서 낮잠자긴 딱 좋다냐~
아, 어떤 한 소녀라고 했지만, 그건 나, 이치노세 시키쨩의 얘기야, 이후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왓 이제와서~. 냐하하.
그럼 이야기를 돌릴까.
어, 스컹크는 그 강렬한 냄새를 과학적으로 배합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가. 아, 달라?
아, 맞아맞아. 대학 얘기. 대학 얘기 말이지, 으-응, 실은 별로 기억 안 난다구.
왜냐면, 시시했는 걸.
보통 권위가 있는 학회의 발표회에서 신참인 내가 멋대로 논술한 뒤에, 교수가 절구하고 항복했다는 듯이 일제히 펜을 내려놓던 일.
30년 걸려 해답을 이끌어낸 질문을 너 같은 머리도 여물지 않은 꼬맹이가 풀어내다니 믿을 수 없다고, 한이 담긴 말을 들은 것도.
그 뒤에 내가 칠판에 쵸크를 내달릴 때마다, 오- 마이갓- 이란 한 마디를 모두 사방팔방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튄 일도.
전-부, 아무래도 좋았어.
내게 있어선, 그 무엇도 루빅 큐브의 색을 맞추는 정도의 시간 떼우기밖에 안 됐어.
그뒤에 어찌저찌해서 아이돌이 되선.
어지저찌해선 생략할 게, 설명하면 길어지니까 피곤해지고, 그래서그래서, 아이돌이 된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쨩과 듀엣을 짰어.
레이지 레이지래. “느슨한” 콤비래, 재밌지-
프레 쨩은 말야, 아주 자극적.
왜냐면 말야, 이 아이스크림 맛있네 하는 얘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남극대륙의 화두를 경유해서 펭귄은 어째서 하늘을 못날까 하는 화두로 바뀌어버리는 걸.
그건 수영이나 보행능력에 특화되어서 비약능력을 버리도록 진화했기 때문이야, 하고 내가 대답하니까 프레쨩은,
오오- 그럼 인간도 예전엔 하늘을 날 수 있었던걸까, 그래서 막 구름 위를 둥실둥실해서 뒹굴뒹굴했지만, 역시 땅에 발이 닿아서 제대로 살아야지 하고 다시 생각해서 날지 않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샐러리맨은 대단하네, 래.
나는 교수가 무뚝뚝하게 딱 들어맞는 형태에 끼워맞춰 이끌어낸 이론보다도, 프레쨩이 웃으면서 그 날 기분따라 이끌어내는 이론 쪽이, 좋았어.
프레 쨩은, 내 정의를 가볍게 넘어서.
그런 프레쨩이 어느날 불쑥 중얼거린 한마디.
「왠지, 사라져 버리고 싶네에」
내겐 몇번이나 던져진 “믿을 수 없다”란 말을 몇 번이고 딕셔너리를 찾아봐도 모자랄 정도.
「왠지 이대로말야, 하늘 어디까지고 날아가서, 없어져버리고 싶은 걸까나……」
프레 쨩의 몸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분명, 겨우겨우 생각해내서 짜낸 말이었다고, 생각해.
순수 천연인 금발을 꼬아가면서, 그린 애플의 눈동자를 흔들면서 프레쨩은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중얼거렸으니까. 얼버무리듯이, 언제나처럼 콧노래를 필사적으로 울리고 있었으니까.
그 장소에 있던 누구도, 그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도 포함해서.
「아하핫, 프레 쨔앙 나같은 소릴 하네- 난 언제라도 하늘을 나는 걸 취미로 산보하고 싶다아 생각하거든. 모두 실종이라던가 배회라던가 하지만 말야- 그래도 이제부터 라이브이고-」
「라이브 라이브, 아 그래, 이제부터 라이브인가아」
「응응, 뭐, 와이어에 묶여서 하늘에서 등장하는 장치도 재밌어보이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너무 억지를 부리면 스태프가 곤란한 얼굴을 해버리고, 그냥도 내가 이상한 짓 안 하나 마크 붙어있으니까 말이지-」
「라이브, 라이브, 라이브……아 글쿠나, 라이브구나아. 얼래, 라이브가 뭐였지?」
「에이- 또 프레 쨩 그런 말해? 일본어론 연주회, 프랑스어론 콘셀, 스페인어로는 뮤지카의 라이브말야-」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보면서 “라이브”란 말을 중얼중얼 반복하는 프레 쨩. 음음, 뭐가 대체 프레쨩 센서를 잡아끄는 걸까.
프레쨩은 가끔은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폭소하는 일이 있어.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물어보면, 탄산 드링크의 광고간판의 시원한 스포츠맨에게 콧수염을 뇟속에서 달아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실제로 달아봤더니, 그건 정말정말 잘 어울렸다고 해.
이렇게 재밌으면 스포츠 선수는 전부 콧수염 달아서 시합하면 좋을텐데, 그럼 선수도 관객도 모두 웃을 수 있어서 세계평화지- 해피 뉴이어네-! 하고. 한 여름에 프레쨩은 혼자서 신년을 맞이한다.
이번에도 분명, 프레쨩은 독자적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이론을 구사해, 라이브란 걷잡을 수 없는 단어에 뛰어난 즐거움을 가져다줄거냐.
나는 조금 두근두근하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디선가 무언가 튀어나올까.
귀신이 나올지 뱀이 나올지, 라니 프레쨩으로부터 뛰어나올 땐 언제나, 더 팝하고 팬시하지만.
그런데 아니헌데, 프레쨩의 입에서 튀어나온건 매우 평범하고 단순한 것이었다.
아니, “프레쨩의 입에서”란 조건을 붙이는 한 오히려, 이 정도로 놀라운 대사가 없었을 정도지만.
「응 그니까, 라이브, 안 나갈지도」
「엥, 프레 쨩, 지금 머라카노? 리핏 애프터 미-?」
「나, 오늘은 그만 폐점할래」
오-우, 청천의 벽력. 24시간 365일 신춘 완매 세일을 하는가 싶던 프레 쨩 상점이 아무래도 폐점 위기라는 것 같애.
참고로 파는 건 스마일과 처음부터 리액션을 노리지 않으니까 절대로 미끌어지지 않는 얘기와 아주 약간의 프랑스어(유사품 있음)과 덤으로 적당적당함도 서비스로 붙여서.
그런 프레쨩이 라이브를 눈앞에 두고 더는 폐점이라니. 이건 뉴욕의 메가벙크가 경제파탄되서 세계적 금융위기가 찾아올정도로 쇼크 아니냥.
구궁-, 프레데리카 쇼크에 의해 석유값은 상승하고, 차는 안 팔리고, 세계 식턱에서 야채가 하나 없어져서, 땀흘려 일하는 아버지들의 급료는 줄어가며 그리고 실업자는 매년 30만인의 페이스로 폭증했습니다. ta-dah.
이러니 전혀 행복하지 않은 탈선 얘기는 그만두고.
아니아니, 물론 프레 쨩은 레슨이 끝났을 때「아-, 지쳤으니까 오늘은 끝, 이젠 집에 돌아가고 싶네- 제트기로!」라던가 농담으로 말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얘기여서.
지금 막 말한 「나가고 싶지 않아」에도 「폐점하고 싶어」에도 그 어떤 유머가 붙어있지 않다.
네거티브한 워드를 네거티브한 대로, 프레쨩으로부터 차츰차츰 흘러나왔다.
「왜그래, 배 아파? 어제 브릿슈 너무 많이 먹었어?」
「아니아니, 어젠 암것도, 안 먹었구」
「엣, 아무것도라니, 브릿슈는 안 먹었지만 야키푸딩은 먹었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일절 음식물을 경구섭취하지 않았단 거?」
「경-, 구우-, 겨-엉구-우? 경구구구?」
「하루 종일 아무것도 입에 안 넣었단 것」
「에, 아- 응, 그렇겟네- 왠지 식욕이 없어서」
「응, 그렇구나, 흐응」
언제나와 같은 프레쨩이었다면 여기서, 저기저기 브릿슈와 야키푸딩의 차이 말야-, 시키쨩 알아?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써☆ 하고 말할 텐데 말야.
참고로 생크림을 올려서 설탕을 졸이는 게 브릿슈, 우유 베이스로 쪄서 굽는 게 야키 푸딩, 음 아무래도 좋은가. 프레쨩이 전에 만든 건, 어느 쪽도 맛있었고.
긴장해서 음식물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 아, 나는 없었지만. 아쉬울 따름이옵니다.
가령, 사무소의 카리스마 걸 하면 떠오르는 죠가사키 미카쨩도 그렇게 보여도 섬세하고 진지한 애니까, 첫 무대에선 점심 도시락에 전혀 손을 못둔 채 내버려뒀대(그래도 스테이지에선 최고의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니 놀랍지)
하지만, 프레쨩이 긴장으로 아무것도 먹질 않아?
그치마안, 그 프레쨩이라고?
내 미야모토 프레데리카평.
아무것도 없어 시시해, 새하얀 캔버스에 무지개빛깔을 그리는 애. 요약해두면, 뭐, 대체로 그런 느낌.
어디랄 것 없이, “재밌음”이라던가 “기쁨”이라던가 필치를 가져와서, 테크닉도 디테일도 엉망진창인데도 어찌되었든 훌륭한 화면을 만들어내.
아- 미안, 머 가끔은 작품이라고 하지도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프레쨩은 물검범벅이 되어서도 웃고 있어. 아하하, 재밌었지- 하고 만족스럽게.
그러니까, 프레쨩은 언제라도 어떤 때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붓을 놓지 않도록 웃으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라이브라고 하면, 그런 빛의 작은 조각들이 잔뜩 떨어져 있어서. 프레쨩은 언제나,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라이브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프레쨩은 확실히 말했다.
전번 라이브 전날밤에는 신나고 신나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상으로 봉봉 쇼콜라를 먼저 먹어버렸어, 하면서 사진을 보내온 프레쨩이.
Why?
어찌됐든 원인을 규명하고자 사고를 데굴데굴 굴려보자는데, 갑자기 울린 노크 음으로, 내 뇌내 방정식이 중단된다.
바라보니 거기엔, 복스럽게 뺨을 부풀리고 만족스러워 보이시는 프로모터 씨.
레이지 레이지가 꽤나 마음에 드셔서, 도심에 빌딩을 세울 정도로 돈을 투자했다던 높으신 분, 이라네. 들은 바에 따르면.
「이야, 좀 있으면 개막이구먼, 자네들은 지금까지 정말 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줬다구」
내 흥미는 그에게 있지 않았고, 어딘가 책에 기록된 처세술을 구사해서 예절바르게 인사를 대충대충 끝냈다.
Sorry, 매우 높으신 분. 사과의 말씀은 시키쨩 스페셜 묘약으로 어떻습니까, 하긴 당신에겐 스캔들로 발전하는 일밖에 없겠네요.
슬쩍 겨드랑이를 본다. 프레쨩은 책상에 늘러붙어서, 까딱하지도 않는다.
「이 공연은 기업 하나 정도 힘을 넣고 있어서 말이네, 지금까지를 집대성한 듯한 거니, 잘 부탁한다고」
전지가 닳은 것처럼 어떤 반응도 안 보이는 프레 쨩.
프레 쨩, 말 안해? ……。흠, 긍가긍가. 알았다 알았어.
그럼 내가 대신해서, 말해줄 게. 정답인지 오답인지, 프레쨩과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니-.
「저, 저희들 하나 요청이 있습니다.」
「오오, 왜 그러는가, 이치노세 군, 뭐든지 말해보게나」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이치노세 시키, 두 명은 라이브의 출장을 사퇴하려고 합니다만」
「……뭐라고?」
생글생글 보살같던 얼굴이 갑자기 무너졌고.
와오, 이런 곳에서 귀신이 나올줄이야-.
프레 쨩이 그 최정상의 즐거움을 거절한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만, 아주 아주 약한 것이었지만 나에게 의사를 표명했다. 어느 철학자 말하길, 자유의지는 존중해야할 것이니라, 라네. 단정.
뭐, 뇌과학에서도 물리학에서도 그런 자기 멋대로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되었지만. 그건 어쨌든 여기선 충분히 활용해드릴까요.
「프레데리카 쨩의 몸상태가 떨어진다 판단하여, 여기서는 도무지 둘이서 스테이지에 나갈 수 없습니다」
「……장난쳐? 이미 손님이 만원이 되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어. 자, 일어나라고. 10분 뒤엔 수천 명 앞에 얼굴을 비출 거야」
「이 벌충은, 후일 반드시」
「그런 문제가 아니야! 너희들은 이번 이벤트의 메인 액터라고, 이제와서 출연 못하겠습니다로 끝내? 우리 기업의 신용문제가 걸렸다고!」
「하오나, 무리를 해서 출연해도 어설픈 퍼포먼스를 피로할 따름이니, 팬과 이벤트의 신뢰를 잃지 않겠습니까?」
「……그 놈의 몸상태가 좀 나쁘다고 어쩌란 거야, 너희들은 프로잖아! 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해내니까, 그걸로 돈을 벌어먹는 거잖아!」
「프로이기 이전에, 우리들은 하나의 인간입니다. 적어도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연기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냐핫, 그렇다쳐도 아무래도 나답지 않은 말들이야.
「못해, 지멋대로 애들 억지에 맞춰줄 리 있겠냐! 이 공연엔 막대한 금액을 들여서 각계에서 저명인을 불러왔어! 내 체면을 망가뜨릴 셈이냐! 알겠나, 한 번의 실패도 허용할 수 없어, 해!」
아아, 그게 본심이시군요. 그리하여, 곤란하구냐.
내가 아는, 이런 류의 업계인에게 하나 둘쯤 나오는 검은 소문을 붙여버리면 오히려 화내서 효과가 거의 없겠고.
연기조차도 허용못하게 되면, 예방선을 그려놓고 나 혼자서라도 출연한다는 교섭안도 통하지 않겠지.
아예, 실종되버려? 나로선 산보한다고 말해두겠지만. 머어 어느쪽이든 상관없네.
응-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위험하지- 내가 원인으로 일본의 실직율을 올려버릴지도. 뭐, 0.1% 정도니 그리 영향 없나, 안되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니.
「……뻥이야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아하하, 시키쨩 깜작 놀랬지? 변덕쟁이 고양이 시키쨩을 질리지 않도록- 프레 쨩식 변화구의 개그, 마구라구-」
프레쨩이,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활기찬 듯이 일어났으니까.
사라져버리는 마구, 아브라카다브라, 열려라 참깨! 먹어라 필살 비스큐이 드 자보와~ 얼레, 언젠가 양과자가 되버렸다」
언제나의 독자적 미야모토 프레데리카 이론을 내 앞에서 멋지게 전개했으니까.
그만 긴장이 빠져버려서(프레쨩은 좋게도 나쁘게도, 정말로 그 장소의 분위기를 흩어놓는 게 특기다).
나는 이 때 그 무엇보다도 하면 안되는, 안이한 답을 이끌어내고 말았다.
「진짜론 말야, 어제 밥 잔뜩 먹었어. 아, 밥이아니라 빵이었지만. 프랑스 빵. 프레 쨩 프랑스산이니까. 얼래, 그럼 빵이라도 저녁밥이라고 하는 걸까. 어째서 저녁빵은 없지?」
아무것도 아닌, 모두를 놀래주기 위해 언제나처럼 했던 그런 조크라고.
「라이브, 나갈게-」
……
그리고 프레쨩은 만석이 된 팬이 기다리는 스테이지 직전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미안해, 시키쨩 미안해, 나 역시 더는 글렀나봐.
왠지 말야, 나 이상해졌나봐.
잘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지마안.
왠지 말야.
……죽고 싶어어.
누구에게나 발병한다는 가능성이 있는 병이라고 지식으론 알고 있었다.
일어나기 쉬운 성격의 경향이란 있어도, 어떤 사람이라도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면 일어날 수 있는 병.
사람이 상상하는 일은, 반드시 현실이 된다지만.
아무래도 미야모토 프레데리카가 그 병이 멀리 떨어져 있어 눈곱만큼도 이미지하지 못했다.
정말로, 프레쨩은 나의 상정을 뛰어넘는다.
설마, 더는 몇 번을 반복했지만, 너무나 설마, 싶어서.
언제나 적당적당하고 고민따윈 없단 듯이 주위로부터 평가받는 프레쨩이.
중증의 우울병이었다.
………
……
…
아, 생각났다.
2위인 여자애 얘기를 할까.
여자애라고 해도 나보다 훨씬 연상이었지만.
이름은, 응 그니까, 몰라.
잊어버렸다던가 떠올리고 싶지 않다던가 별로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걸-.
그래도 그 애는 내 이름을 매일처럼 화두에 올려서, 어쩌면 나 꽤나 인기폭발, 막 이래.
캠퍼스 안에서 가장 햇볕이 따땃한 벤치에서 낮잠잘 때.
「이치노세 시키, 이런 곳에서 우아하게 땡땡이?」
이름을 불렸길래 눈동자를 올렸다. 뭐야뭐야, 시키쨩 지금 충전중입냐다만-
「네에, Good evening. 어머, Nice to meet you려나?」
「천재님은 좋겠네, 눈이 빨갛게 충혈될 때까지 학술서에 잡혀있을 필요가 없어서」
음음, 어째서 초면에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신 걸까나?
시험삼아 코를 킁킁. 습하습하. 응, 아- 이거 내가 싫어하는 냄새다.
쥐라던가 후각이 발달한 동물은 동종의 감정을 냄새로 알 수 있대. 기쁨이라던가, 슬픔이라던가.
나도 가아아아아끔, 코 상태가 좋을 때 아는 거야, 냄새로 상대의 기분이 대충 어떤지, 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아주지만-.
이 냄새는, 응, 아마 화내고 있는 냄새네?
「……네가 오고서, 나는 하앙상 2등째라서, 당신만 치켜올려세우고」
싫어하는 냄새가 더 진해진다.
콱하고 코를 막고 싶어지지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유부리고, 남을 내려다보는 태도로」
「내려보다라, 응-? 농농. 그건 틀리거든- 난 여기서 낮잠자고 싶으니까 낮잠잘 분. 여기는 이 시간대에 바람이 기분 좋고 그늘 사이로 햇살이 딱 좋고 말이지-」
쥐에게는 쥐의 법칙이 있고, 고양이에겐 고양이의 법칙이 있다.
나는 내 법칙으로 움직일 뿐. 거기에 내려다보니도 올려다보니도 없다.
오히려 뭐든지 흥미가 3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내겐, 제대로 강의에 출석해서, 품행방정하게 살아가는 학생 쪽이 나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마 — .
「그런 게 내려다본단 거야!」
「응냣!?」
두꺼운 사전이 날아와서, 털썩하고 지면에 떨어진다. 라인 마커가 몇개나 겹쳐진 문자가 불룩 나올 정도로 그어진 사전.
흠, 그럼 나는 어떡하면 좋지. 나답게 평버엄히 있는 게 안 된다면, 반대로 제대로 내려다보는 태도를 취하면 만족하는 걸까.
저, 이치노세 시키는 분수가 지나치니 소행이 꽤나 나쁘리라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시험만 되면 본의가 아님에도 만점을 받아버려서, 교수진으로부터 두터운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 이 세상 유상무상은 내 앞길을 비키도록. 실례 실례, 또 실례합니다.
우웨, 속 안 좋아. 싫어싫어. 그런 거 하기 싫어.
저기저기 그보단 기왕의 인연인데 이제부터 런치로 햄버거라도 먹으러가서 수다떨고, 배도 기분도 지식도 빵빵하게 불리자.
분명 그 쪽이 둘 다 행복해.
「……이상해, 이런 거 말도 안돼. 당신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핸 내가 당신한테 지다니. 그것도 연하따위에게! 내가 옳아. 틀린 건 당신이야」
「으ー응, 그럴지도, 분명 그래, 나도 열심히 한 사람이 보상받지 못한 세계따위 시시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해. 저기저기 그런데, 너 이름 뭐야? What`s your name?」「네가 없었다면, 너만 없었다면……」
「응-? 잘 안들리는」
「……읏……이 개──」
와오.
지나간 자리에 투하된 말은, 여기서부터는 감탄구로 사용되지만 재패니즈 TV에선 방송금지 용어.
아, 여기 와서부턴 모국 방송은 전혀 보고 있지 않으니까 지금은 개정되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그 저녁 드라마는 대체 어떤 결말이 났으려나.
귀국하면 DVD로 확인해야지. 기억하고 있으면.
내가 잠시 멍하니 있자니, 지면에 떨어진 사전을 주워서, 탁탁 털고소 사무소에 가져다 주었다.
그러부터 나는 얼마 안되 이곳 생활에 질려버렸다.
태평양을 붕부웅 건너서 평범한 JK가 된다.
2위였던 그 애는 내가 없어진 대학에서 1등이 되었으려나, 관측할 수 없으니 검증할 도리가 없다.
냐 —
질렸으니까, 이 얘긴 여기서 끝
……
빙글빙글. 톡.
시험관 액체가 오렌지에서 그린으로 변화한다. 좋아, 실험 성공.
일시적으로 부엌의 공간을 나누어 즉석에서 랩으로 안성맞춤, 안성맞춤.
프레쨩의 사물인 아로마 폿에 만들어진 액체를 주르륵 따른다.
응, 딱 좋은 냄새.
「저기, 프레 쨩 알아-? 그 마음의 감기엔 라벤더 냄새가 효과 직빵이래- 시키쨩 특제 배합으로 했는데 어떠려나-」
프레 쨩은, 좀 지친 것 뿐이다.
뇌내의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아주 조금 줄어서, 제대로 마음과 몸의 밸런스가 맞춰지지 않았을 뿐.
그뿐이다.
이 냄새로 중추 신경을 삐빗하고 자극해 리랙스제이션 효과를 줄 수 있다면.
분명, 이불 속 자라에서 졸업할 수 있어.
그 날 “죽고 싶어”란 말을 필사적으로 짜내고, 웅크려서, 금발을 마구 헝크러뜨리곤.
더는 한 발도 앞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 프레쨩은 그대로 잠든지 이미 3일 째가 된다.
그럼그럼. 좀 더 일해볼까요.
비커에 진한 갈색의 리키드와 4.5ML의 우유빛 끈적이는 포션을 흘려넣어서, 교반 봉으로 섞는다.
글래스 내부의 엔드로피가 점점 증대해, 마침내 안정한다.
호박색 음료성 물질 완성.
응, 또 요상한 걸 만들고 있냐고? 냐하하. 달라달라.
이거 커피야.
This is blue mountain blend, Understand?
그런 시험도구로 커피를 마시다니 넌 매드사이언트스라도 되냐, 라니 오버 리액션으로 조크를 날리는 건 누구였더라.
들기 쉽고 내연성에도 내구성에도 우수하니까 의외로 괜찮아- 라고 내가 반론했더니 이번엔 또 연극처럼 자기 목을 조르고 낼롱 혀를 내미는 포즈를 했던 그.
하긴 어느날 그가 커피와 묘약을 헷결려서 마신 게 원인으로 학원 사상 최대의 팬더믹이 일어날 뻔해서, 내 호칭이 정말로 매드사이언티스트가 되버렸지만.
응, 너는 정말로 옳았어!
뻥이야 뻥, 재패니즈 죠크. 8할은 말이지. 뭐 대충 그런 느낌.
「프레 쨔앙. 부엌 서랍 열게- 이미 열었지만-」
핑크색의 서랍을 열자, 작은 부엌칼과 과도가 놓여있었다.
얍 들어올려서, 손을 뻗지 않으면 닿지 않을 찬장에 놓자. 그리고 다른 가위나 커터. 찬장에. 케익 슬라이서. 찬장에.
야채 벗기는 도구. 응, 이건 어떠려나.
비커의 커피를 입에 머금으며 생각한다.
레이지 레이지의 무기한 활동정지가 발표된 건 오늘 낮의 일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인기절정이었던 유닛이 갑자기 활동정지 선언은 SNS의 트레드를 석권할 정도로 화두가 되었다고 해.
휴식 이유는 놔뒀던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아무래도 개그같아서 웃기지-
진상을 아는 사람은 나와 사무소의 극히 일부 인간 뿐.
그러니까 주로 내가 프레쨩의 간병을 담당하게 되었던 건 어떤 의미에선 당연한 흐름이라서.
알겠나, 절대로 인체실험은 하지 마라니, 대체 나를 뭐라 생각하는 거려나?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리고 부디 아이돌이니까 리스트 컷만은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충고대로 날붙이는 치웠지만.
애초에 프레 쨩은 현재 그것조차도 실행할 기력이 일어나지 않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상행위는 어떤 의미에서, 살아있단 실감을 얻고 싶기위해 하는 것이다.
프레쨩은 지금, 살아가려는 기분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등, 뒤가」
그 때, 두웅그런 이불 덩어리에서 소리가 났다.
「으응……등 뒤가, 아파……」
프레쨩 관찰일기 3일 째.
라벤더의 향이 통했는지 어떤지.
28시간만에 프레쨩은 의미가 있는 말을 발했다.
언제라도 필기 할 수 있도록 즉석 랩에 갖은 장소에 클리핑해놓은 메모지를 슥슥 연필을 미끌어 트린다.
왠지 의학 레포트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 독일어로 해뒀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
아, 만에 하나 프레 쨩이 봐도 아무렇지 않도록 해놓은 건 있으려나.
프랑스 인형(왠지 마트료시카가 한 마리 섞여있다. 불로동맹인가?)에 둘러쌓인 침대에 다가가서, 덮고 있는 이불을 슬쩍 들어올린다.
인형에 지지않을 정도로 예쁘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몸이 꽉 웅크리고 있어서.
본인 말로는 잠버릇으로 그리 되었다는 선명한 금발은 이 이상 그럴 수 없다 싶을 정도로 푸석푸석하고.
챠밍 포인트인 동글동글 부리부리 눈동자는 갑갑하게 닫혀있다.
이마에 비지땀이 흘러나오는 프레 쨩은 지금까지 본 적없는 위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둥글게 만 등에 살짝 손바닥을 대고 일정한 리듬으로 쓰다듬는다.
「자- 프레쨩, 잠깐 진찰할게-」
「우……」
손바닥에 두들두들하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져 온다.
「오- 꽤 등뼈가 올라왔네- 좋아좋아, 다이어트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유동물에 챌린지 해보자-」
부엌에 돌아와, 가스에 불을 붙인다.
뗏떼떼- 뗏뗏떼떼레-
갑작스럽지만 시키쨩 3분 쿠깅 시간입니다.
오늘은 3분 안에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를 소개합니다.
먼저 냄비에 불을 붙이고 30초, 그 동안 밥을 찔 준비를 하는 척 합시다.
그 사이에 30초가 되었습니다.
네, 준비해둔 것이 바로 이쪽의 죽이 되겠습니다. 끝.
「조리도 조합도 조립도 하나로 만든다는 점에서는 머 대충 똑같은 거네- 아- 그치만 진심이란 비과학적 성분을 집어넣으면 신비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 다르려나?」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내 요리가 통용한다면 나따위에게도 진심이 있단 증명이 된다는 걸까나-.
그건 왠지 좀 흥미가 생기네-
그럼 지금바로 프레쨩에게 검증해보도록 할까.
프레쨩의 호화로운 몸을 안아 일으킨다.
스푼에 따스한 김이 올라오는 죽을 올려서, 창백한 입술에 가까이 옮긴다.
「자ー아, 아ー앙. 드 트와- 막 이래- 프레쨩 나중에 이 농담 써먹어도 돼- 냐하하」
프레쨩은 내 손을 빤히 바라보면서 스푼을 입에 머금는다.
꿀꺽, 하고 죽을 넘기는 음이 가느다란 목 안에서 울렸다.
응? 어때?
눈으로 신호를 주자, 한 순간, 나와 제대로 시선을 마주치곤 금방 피한다.
아- 정말 그렇게 바닥만 바라봐도 돈은 떨어져 있을지 몰라도 행복은 떨어져 있지 않아- 하고 말한 건 내가 아니라 프레 쨩 어록.
프레 쨩은, 시험하듯이 배를 문질렀다. 나는 동작이 진정된 걸 확인한 뒤에 스푼을 가져가서는.
두 입째.
세 입째.
네 입째에서.
갑자기.
프레 쨩이 입주변을 손으로 막고, 부들부들 몸을 파르르 떨기시작하더니
「으욱……우엑……」
투두둑, 하고 파스텔 핑크의 푹신푹신한 융단에 언밸런스한 색의 물보라가 튀었다.
시큼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내용물(이라고 해도 거의 반투명한 스프같은 산성액이었지만)을 토해낸 프레쨩은 몸을 경련시켜서, 목을 넘기며 생리적인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소량의 액체를 토해낸 뒤에도, 휴우 휴우 하고 그래도 공기를 필사적으로 토해내려 한다.
구토 반응, 이라.
어디어디, 이번 게 가장 괴롭게 토하는 방식이네-
등을 쓰다듬으며 사고를 돌려본다.
으-응, 내 요리가 토할 정도로 맛없었단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론은 낼 수 없겠네-
내일은 요구르트에 젤라틴을 섞어서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자.
티슈로 닦아낸 뒤에, 둥글게 뭉쳐서 접시에 올려 일어서자, 갑자기 손을 잡혔다.
「미, 안해. 시키 쨩, 일부러 만들어줬는데, 맛있었는데」
「일류 파티셰인 프레 쨩이 그리 말해주니 영광이네-」
「게다가, 더렵혀서, 미안, 미안해.」
「아- 갠차나- 갠차나- 갈아입을 백의는 잔뜩 준비했고 토사물의 처리는 처음도 아니고- 머 이것도 의료행위의 일환이양-」
토사물의 처리가 익숙해진 JK라니 나라도 별로 귀엽진 않네- 하고 생각하지만.
뭐, 세탁기의 수도비와 전기세는 받아서 퉁쳐놓을게, 하고 프레쨩에게 미소를 보여준다.
나 별로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마.
그런 미안해, 하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차라리, 미앙-☆ 프레쨩 즙 나왔어- 실브프레? 하고 낄낄 웃어 넘겨서, 문자 그대로 가슴을 후련히 해주면 좋겠지만.
세탁기에 백의를 집어넣고, 메모지에 새로운 문자를 써넣는다.
아마도 심인성에 의한 구토 / 식욕감퇴 / 근육 긴장 / 등의 아픔, 엑세트라 엑세트라 …
그리곤 어디보자, 요구르트는 어디 메이커가 좋으려나.
「흐으음」
나는 의사도 조리사도 간호사도 심리 카운셀러도 오이카와 목장 경영주도 아니고, 사람들이 부르길 매드 사이언티스트.
……도 아니고, 애초에 나는 같은 “과학자”라도 케미스트 쪽이지만 정정할 기회는 찾아올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뭐 내가 임시변통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전망을 열만큼 지혜가 밝은 것도 아니지만.
풀썩.
소파에서 고개를 들어 작디작은 한숨을 한 번.
「이건 장기전이 되겠는걸」
프레쨩 관찰일기 10일 째.
정신 신경 용제 파키실 10mg. 1정.
항불안제 솔라낙스 0.4mg 3정.
수면유도제 렌돌민 0.25mg. 1정.
소화기관 운동 촉진제 가스모틴 5mg. 3정.
투약 치료의 영향인지 프레쨩은 일어나서 샤워를 하거나 이를 닦거나 하는 필요 최저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리멸렬한 회화(원래 그랬잖아, 하는 지적은 실례야, 자네)는 나아져서 이젠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라면 할 수 있다.
그 날밤의 일이 꽤나 신경 쓰였는지, 내 얼굴을 볼때마다 미안해, 미안해, 이제 죽고싶어어, 밖에 말하지 않았을 때에 비하면야 이건 월면착륙 급의 위대한 일보. 지구는 푸르렀다. 아, 그건 다른 사람인가.
그런 위대한 프레쨩이라도 밖에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다, 응냐, 나갈 수 없다는 게 정확하려나.
그러니까, 심부름은 배회벽, 크흠, 산보가 취미인 나에게 맞겨두시라-
「흥흥흥」
유행했다 망했다가 변화가 심해서, 매일 눈이 핑핑 돌고돌 정도로 갈리는 편의점 상품대를 바라보면 싫지 않다. 질리지 않으니까.
미리 조사해둔 브랜드의 요구르트를 손에 들고 뒷면을 제대로 관찰한다. 프레 쨩의 신체에 들어가면 만에 하나가 있으면 안되니까.
왜냐면 프레쨩은 약의 부작용과도 싸우고 있는 중이니까. 약이 끊어졌을 때를 생각해서, 부담은 최대한 줄여주고 싶다.
성분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쇼핑백에 집어넣는다.
「요구르트 초컬릿 포카리스웻-♪」
그거랑 바나나. 최근엔 고형물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울병에는 바나나가 좋다고 한다. 그거랑 가능하면 일광욕과 적절한 운동이 좋다고 하지만 아직 이르려나-.
그나저나 바나나를 먹으면서 우끼끼하고 염천하의 정글을 달려나가는 원숭이에게도 우울증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재밌지 그치-
원숭이라도 될 수 있으니 프레 쨩도 될 수 있는 거네- 아니, 프레쨩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원숭이라도 되나? 음음 어느쪽이려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니, 에이에이- 프레쨩은 원숭이 군이랑 같은 취급? 미야모토 원숭데리카? 하고 뇌속의 프레쨩이 화를 냈다. 냐하하. 미안미안.
그러니까 원숭이라도 펭귄이라도 고양이라도 프레쨩이라도, 어쩌면 당신도? 누구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니까 어쩔 수 없네~ 란 얘기를 하고 싶었다. 뭐, 그런 변명으로 어떻게든 마음 풀어.
문득, 계산대에 향하는 도중에 신문의 일면 기사를 발견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꽤나 기억이 있는 얼굴이 실려 있었다.
응, 머, 얼굴이랄까 나였지만.
『레이지 레이지 커다란 무대에서 중도취소! 돌연 활동중지, 그 진상은』
아- 뭐 그리되는 거지 — 이건 또 어쩔 수가 없네.
조금 흥미가 생겨서 신문을 펼쳐서 내용을 좇아본다.
어디어디-
말썽꾸러기 콤비가 또 큰 일을 저질렀다. 이치노세 시키와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의 인기 유닛, 레이지 레이지는 어제 보도진의 앞에서 활동정지를 선언했다.
이 두 사람의 소행은 겸해서 문제시 되고 그게 매력의 하나였으나 — 주~웅 랴~악.
더해서 라이브나 기자회견에서 미야모토는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에서 미야모토에게 어떤 원인이 있지 않았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소동 중에, 미야모토는 다니던 단과 대학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으니 학업에 집중한다, 는 명목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리라.
팬의 한사람은 말한다. 「프레데리카 쨩은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타입이고, 가끔 타인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 성격이 문제를 일으켜 사무소나 영업 상대와 트러블이 있던 건 아닐지」
남성문제나 유닛의 불화설도 떠오르며, 진상은 아직 어둠 속이다. 더해서 사무소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흥흥.
그렇구만.
지 멋대로, 써놨구마안.
팬인 너, 정말인지 어떤지 몰라도. 한 마디만.
프레쨩이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건 부정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는다니, 그 점에 관해선 견해가 다른 거야.
프레쨩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관해서는 엄청 엄청 수완이 좋고, 그러니 슬프게 하거나 화내게 하는 것에서는 절망적으로 못하거든.
그게 언제였더라 — 카나데 쨩에게 권유 받아서 모두 영화를 보러갔을 때. 티켓을 샀던 때에 창구에서 카나데 쨩이 학생 세 장을 말했는데.
「에- 카나데 쨩 일반과금으로 하자- 연령사기는 좋지 않아-」
그런 걸 프레 쨩이 말했더니 카나데 쨩이「고교생으로 보이지 않아서 미안했네」하고 고개를 틀어버렸을 때.
물론 삐진 척이라서, 정말로 조금도 카나데 쨩은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프레쨩은 갑자기 얼레얼레, 카나데쨩 혹시 화난거야, 스리슬쩍 카나데쨩의 얼굴을 살펴보며. 허둥거리면서.
「저기저기 응응 마술 보여줄 테니까 기분 풀어- 자- 손을 내밀고- 쥐고 — 네, 카나데쨩 손에 언제부턴가 사탕이- 프레쨩 매직~」하면서, 결국엔 카나데 쨩도 끈기가 져버려서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계속했지.
프레 쨩은 모두를 잘 놀릴 수는 있는데 싫은 짓은 할 수 없는, 아주 요령 좋으면서도 요령부족한 애야.
그런 요령좋으면서 요령부족한 프레쨩이, 자신의 마음의 병이 걸렸단 걸 알리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다.
증상을 주위에 숨기는 건 전형적인 심리경향이라지만, 특히 프레쨩은 그런 마음이 강했다.
적어도 양친에겐 전하는게 좋지 않을까, 사무소의 타진에도 절대로 고개를 세로로 흔들지 않았다.
「걱정, 시키고 싶, 지 않으니까. 파파랑 마마에겐 힘찬, 프레쨩 보여야지」
나는 그말에 대응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자, 돌아가자. 신문을 접고 더해서 일면은 숨겨서 뒷면으로 놓아두었다.
이 정도는 18세 평범한 JK가 작은 장난으로 너그러히 봐줬으면 한다.
나는 신문을 뒷면에 놓음으로써 편의점 손님의 구매의욕이 떨어진 신문의 판매율이 떨어져 매일 노르마는 달성하지 못한 채 기자의 이마에 딱밤이 튄다.
버터플라이 이펙트. 이리하여 복수는 프레쨩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실행되었다. 라니. 냐하하.
프레쨩은 자주 비오는 날에 몸상태가 무너졌다.
나는 비오는 날에밖에 발생하지 않는 페트리코(*비가 내릴 때 지면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 싶어서, 일부러 밖에 나갈 때가 있다.
사람이 생활하는 위에 발하는 여러가지 냄새가 섞여서 녹아서, 오존까지 올라가서.
그 냄새의 집합체를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까지 내려오게 하는 비는 마음에 드는 분이다.
그래도 지금은 내리지 않길 바라려나, 하고 생각한다. 비는 보통 사람의 마람을 가라앉게 한다.
오늘, 우리들의 지역에도 180ml의 강수량이 관측.
프레쨩은 우유병 통으로 두 병째 눈물을 흘렸다.
「나, 는 슬프지 않을 텐데, 어째서 이, 렇게 슬픈걸까-……」
「냐하하 슬프지 않은데 울다니 프레쨩은 백만불짜리 연기자구나. 분명 드라마에 여배우로 발탁될거야- ……앗」
「흑……흐극……왜, 그래, 시키쨩」
띵동. 드라마.
그 워드로 머릿속 한편에 걸려온 기억의 피스가 우연히 맞춰졌다.
그래그래, 그러고보니 깜빡했었다냐.
머어 잊어버려도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한번 생각나면 그건 그거대로 신경이 쓰인다.
저녁 드라마의 결말.
「프레 쨩 기분전환으로 DVD라도 볼까-」
그때부터 나는 DVD를 빌려와서, 플레이어에 셋트했다.
빼냈을 때 원래 들어가 있던 건 레이지 레이지의 라이브 영상. 보이지 않도록 숨겨두자.
영상이 시작된다. 프레쨩은 제대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 아닌지, 그저 계속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눈물있고 웃음있는 활극이 끝난다.
열혈 대장부 주인공과 마음 깊이 상냥한 히로인의 인연은 기구한 곤란을 넘어서 영원해졌다.
방해하던 아주 이기적인 악역은 망해버렸대. 해피엔딩, 해피엔딩.
흠흠흠, 널리고 널린 왕도란 녀석이다. 머어 왕도는 사람을 이끄는 확고한 연유가 있기에 왕도라는 걸 별로 부정할 생각은 아니냐.
그래도.
하아암. 하품이 아무래도 나오는 건 드라마가 지루해서인지, 최근엔 세 시간정도밖에 자지 못해서인지.
천천히 눈동자가 내려와서, 의식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Good night, See you tomorrow.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뵈요. 아직 낮이지만.
──.
생활자체엔 하나도 불만이 없었다.
해외 대학에 날아간 정도로 자금지원과 교육을 받아서, 바라면 뭐든지 얻을 수 있어서.
그런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불만이 있다면 그건 아무래도 탐욕적이라고 하겠지.
분명 나는 선택된 요람에 맡겨진 애다.
그러니까 나는 한 번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으며, 출신을 저주한 적도 없다.
그래도 가끔, 정말 가끔, 아무래도 생각해버리는 건 허용범위려나.
나는 당신이 이름붙인 “희망을 뜻한다”는 기대대로, 당신의 뜻한 다양한 기대에 응해왔다.
그런데──
「……키 쨩, 시키 쨩」
몸이 흔들려서, 의식이 돌아온다. 드라마는 에필로그까지 이미 끝나서, 새까만 화면이 비치고 있다.
얼씨구, 언젠가 푹 잠들어버렸나-
왠지 아주 짧은 꿈을 본 것 같다. 무슨 꿈이었으려냥?
슬슬 디스크 조각모음이 필요한 막 휘저어진 기억을 찾아본다. 뭐어 가끔 정리란 잊어버리곤 하지 — 잊어버린다고 할까, 했던 적 있나?
으으응~, 기억 안 나.
뭐 잊어버릴 정도라면 아무래도 좋을 거고, 분명 찾을 수도 없을 거고 찾을 맘도 안 든다.
「왜그래- 프레쨩, 심심해졌어?」
졸린 눈을 비비며, 플레이어의 전원을 끊었다.
프레쨩은 조금이라도 즐겼으려나.
「식, 칼, 어딨어. 시, 키쨩, 어디다 뒀어?」
「응?」
「나, 과자만들기, 할래」
침략행위가 거의 완료된 즉석 랩을 치우고, 본래 있어야할 부엌 폼으로 돌린다.
「흥흥흐흐응 흥흐흥ー……」
프레 쨩은 콧노래를 섞어가며, 찬장에 봉인해둔 식칼이나 야채 벗기는 도구를 슬쩍 스테인레스 위에 늘어놓는다.
나는 의자를 반대 방향으로 해놓고 앉아서, 펜을 오른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프레쨩의 살짝 불안한 손놀림을 바라본다.
분명, 좋은 징후라고 생각한다. 아직 취미에 흥미를 붙인다는 건 회복의 예조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이며, 익숙해진 프레데리카 송도 오랜만에 들었다.
무엇보다, 프레쨩의 과자가 또 먹을 수 있다는 건 기뻤다. 나는, 어쩌면 손목에 날붙이를 댈지 모른다, 는 만의 하나의 리스크를 알면서도 프레쨩에게 식칼을 건냈다.
프레쨩은 업다운이 있는 곡보다도, 일정한 페이스로 반복되는 음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기 곡(제・멋・대・로☆Cafe au lait!)는 마음이 소란스러워서 진정이 안된다고 하니, 한 번도 듣지 않은 것 같다.
프레쨩은 같은 콧노래를 계속 반복하고 반복한다.
「흥흥 흐흐응 흥흐흥…… 시키쨩, 뭐 먹, 고 싶어?」
「에- 뭐라도 좋아- 프레쨩이 만들어주면 뭐라도 맛있게 후루룩 먹어치울게- 아- 하지만 뇌에 당분이 필요하니까 아주 달콤한 녀석이 좋으려나?」
까페・오・레를 달게 해서. 라던가-
「으응……」
프레 쨩은, 케이키 나이프를 손에 든다, 고 생각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곤 대신해서 포크를 다시 쥐나 싶었더니 놓아버린다.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확인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왼손만은 비어두면서, 프레쨩의 모습을 몰래 레포트 했다.
다섯 시간이 걸려서, 작은 컵 디저트 두 개가 완성되었다.
이미 밤이지만, 오후 세 시의 디저트로 해둘까. 카라멜이 발라진 부드러운……
「프레쨩, 이건 야키 푸딩이야, 브릿슈야?」
「응, 모르겠어」
「글쿠나- 모르는구나- 뭐 아무래도 조아- 잘 먹겠습니다-아-」
스푼으로 떠서, 끈적한 명칭 미설정의 반고형물을 입에 넣는다.
혀 위에서 흔들흔들 흔들려서, 야들야들 녹아간다.
맛이 천천히 퍼진다.
으으음, 이건……!
「시키 쨩, 어떠, 려나?」
「응 — 전위적이네-! 유연제 썼어?」
디저트의 상식을 뒤엎는 풍미!
달아보이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크게 다친다하고 말하듯, 코에 맹렬한 매운맛이 뚫고 들어온다!
프레쨩은 앞으로 정해진 형태에 폐쇄적으로 되어버린 파티셰 업계에 대항해 도전장을 날린 것이다!
그 야심에 별 세개를 바치마-! 이상, 시키쨩 심사원 개인 판정.
흠. 화학자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C12H22O11」와 「NaCl」의 배합이 아마 반대로 되었지, 이거.
간단히 말하면, 프레 쨩은 설탕과 소금을 반대로 헷갈렸다.
미소를 지으며 전위적 디저트를 한 입 더 머금는다.
냐후, 내 의지에 반해서 몸이 아무래도H2O를 원하는 모양이다.
「나, 나는」
똑, 하고 프레쨩의 컵 디저트에 액체가 떨어진다.
「나, 나는 어떠, 어떻게 된 걸까-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징-……」
똑, 똑, 액체가 떨어진다.
「이, 런 간단한 과자 만드는데도 다섯, 시간 걸려서, 간단히 만들었을 텐데, 막, 알, 수가 없, 어서」
컵 디저트에 물웅덩이가 생긴다.
눈물의 원료는 혈액과 같아서.
그러니까 눈물이 투명한 혈액이라고 정한다면.
프레 쨩은 지금, 대량의 피를 눈동자에서 흘리고 있다.
「일도 못하고, 어, 째서, 일케 머리이상해진 거지-……」
이 병은 아치를 그려가면서 치료되는 게 아니라, 진자와 같다.
감정의 진자가 좌로 우로 커다랗게 커다랗게 흔들리면서, 점점 진폭이 적어지고, 천천히 멈춘다.
평소와 갭이 있는 사람만큼, 진폭이 커져서, 활발한 자기와 비교해버리고 괴로워진다, 고 한다.
「응- 뭐 괜찮자나- 지금 정돈 서로 쉬면서 뒹굴뒹굴 하자고- 세계 일위의 선진국 USA 에선 매년 히피가 급증 경향인데 말이지, 일본의 노동 시간은 타국에서 보면 이상할 정도고- 게다가 우리들 레이지 레이지고. 냐하하」
「시, 키쨩, 대단해애, 훌륭, 해애」
「대단해, 훌륭해? 어째서?」
「머리가 나보다 몇배나 몇십배나 좋아서, 뭐든 할 수 있어서……」
으ー응. 그런가아.
인간성의 우열은 별로 지식의 축적량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문자조차 읽지 못하는 아둔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강에 빠진 모르는 아이를 구하기도 하고, 어떤 지식을 몸에 지녔다 불린 현자가 뒤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굶어죽을 듯한 어린애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도 한다.
나는 혹 친구가 된다면, 전자 쪽 사람이 재밌고 즐거울 것 같다.
하는 얘기를 멋대로 주장한다면, 그건 시키, 자네가 미모도 감성도 두뇌도 모두 겸비한 인간이니까 말할 수 있는 거야, 강자의 여유야,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별명이 플레이 보이가 되어버린 그가 말하겠지만.
프레쨩은 눈물이 토핑된 컵디저트를 입에 넣는다.
아아, 정말 프레쨩 일본인은 보통 때도 소이소스의 섭취가 너무 많은데 그걸 먹으면 염분과다로 풀썩 쓰러지고 말거야.
음, 프레쨩은 멍하니 표정을 바꾸지 않고 첫 입째를 끝내곤, 또 다시 두 입째로 옮긴다. 그 무기질한 행위에 위화감.
「저기, 시키쨩」
「……응, 무슨 일이야?」
「이거, 맛있어? 어때?」
「어떠냐니」
그건 오랜만의 프레 쨩 조크려나,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위화감의 정체를 알았으니까.
나는 식사중에 미안해, 하고 마음으로 사과하면서 메모에 펜을 내달렸다.
「시키쨩, 그거 뭐, 라고 쓴 거야」
「응- 그냥 낙서야- 별로 의미는 없다냐 냐하하」
미각 장애.
프레 쨩은 맛을 즐기는 기쁨조차 완전히 잃어버렸다.
나에게 진심이 있는가 하는 검증결과는, 아직 좀 더 연기해야 될 듯 하다.
프레쨩 관찰일기 35일 째.
「흥흥흥. 리모넨, 이오논, 리나로~올~」
완전히 습관이 되버린 특제 라벤더 향을 시험관에 합성한다.
이미 이젠 놀람도 발견도 없는 그냥 단순작업이다.
그래도 이 향이 부교감 신경을 높일 걸 기대하는 행위는 계속한다.
하고, 손 끝이 살짝 흔들려서 내용물인 액체가 흘러넘쳤다. 액체는 슛, 하고 작은 음을 내고 기화한다.
위험해위험해, 프레쨩이 만약 과자를 만들고 싶다고 말 했을 때를 위해 여긴에 언제나 청정하게 해두어야 한다.
「음,」
손 바닥으로 이마를 바친다.
인간의 뇌는 출구 없는 미로를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호조와 불호조를 반복한다, 전혀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프레쨩의 용태는, 나의 세포를 어찌해도 피로하게 느끼게 만든 것 같다.
그래도, 내일도 모래도 혼자만의 랩 멤버밖에 없는 이 연구소를 개업해야만 한다.
프레쨩은 분명 나보다 더 더 큰 미궁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고 생각한다.
나는 어째서 프레쨩의 간병을 여기까지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었을까.
물론 프레쨩은 유닛의 파트너이지만, 그것과 나의 흥미에의 지속성에 대해선 안이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어떤 의미도 얻을 수 없을지 모르는 행위를 즐겁게 하는 그저 변태다. 아니, 변태 놀이는 즐겁지만.
습하~ 습하~ 아아 정말이지 절박한 생명의 위기에 빠진 생물로부터 나오는 페르몬을 빨아들이고 트립해버리는 게 멈추지 않아~~ 하아앙~
응, 미안 진지하게 생각하까.
사무소의 걱정마냥 프레쨩을 인체실험으로 놀고 있는 걸까, 난.
응- 아마 틀려.
예전부터 장난감을 조립하는 일 자체는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지만, 불초 나에겐 완구를 일부러 분해해 무너뜨리는 모습을 관찰하는 악취미한 쾌감을 느끼도록은 되지 않았다.
어떤 걸 바란더라도 완성하고 나면, 보물도 고물도 등가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흥미는 딱 끊어진다.
물론, 프레 쨩은 장난감이 아니며, 다행히 장난감 취급할 기분도 나지 않는다.
그럼, 그렇다면 프레 쨩은, 나에게 뭐지?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이치노세입니다. 현재 이 전화는 소유자의 기분에 따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용건이 있는 분은 냥- 하는 발신음 뒤에……
거짓말 마! 하는 태클이 전화에서 들려왔다.
냐하하, 사무소로부터 전화였다고 알았으니까 장난쳤을 뿐~ 평소엔 제대로 받는다고. 진짜루 진짜.
전화 내용은,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두 걱정해서, 슬슬 얼굴만이라도 보일 수 있는가, 하는 취지였다.
흠, 확실히 사무소에 한 번도 모습을 비치지 않는 건 부자연스럽다. 거기다가 무엇보다 더는 1개월 이상 방 안에서 통조림상태인 것도 슈퍼 불건전.
슬슬 기분전환으로 밖으로 나갈 제안을 해볼까 생각하던 참에 딱 좋다.
무리라면 거절해도 괜찮지만, 하는 예방선을 두고 프레쨩에게 그걸 전해 보니.
프레 쨩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