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을 쏟아내기

Ashihara NepuYona
2 min readApr 24, 2023

전에도 사람들이 어떻게 「펜트하우스」니 「더 글로리」같은 드라마를 보지, 비위도 좋네, 이런 얘기를 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내 앞니(영구치)가 주먹에 맞아서 깨진 게 초등학교 5학년때 일이고, 중학교 2학년때 여자애들이 뒤에서 끝없이 수근거리고 비웃고 더럽다고 소문을 퍼뜨려서 머리만 한시간 반 넘게 감게되었고, 중학교 3학년때 골목길에 끌려가서 세 명한테 리치 당할 뻔한 걸 평생 친구가 구해줬고, 고등학교 1학년때인가 팔뼈가 부러졌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코뼈가 부려져서 전신마취 수술하고 ‘전신마취시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란 동의서에 사인했단 말이지. 물론 이렇게만 크게 싸움이 난 게 아니라 심심하다고 머리를 때리고 지나가거나 복도에서 밀치고 지나가거나 이런 건 일상 다반사였고.

내가 학창시절에 제일 행복했던 건 고3때인데, 그땐 다들 공부한다고 나를 때리거나 괴롭히거나 할 시간이 없었거든.

물론 ‘라이트한’ 이지메라서 반 전체가 짜고 책상에 낙서하거나 물을 끼얹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해꼬지하는 몇 명이 있었고 늘 그렇듯 선량하고 영리한 시민들은 그걸보고 또 저런다 이러고 방관하고 말았지. 그래서 친구들은 전부 다른 반에서 사귀거나 인터넷에서 사귀었어. 아, 그래서 ‘여자들은 더 음습하다’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아. 왜냐면 남자든 여자든 다들 선량하고 영리할 뿐이고 약자를 해꼬지하고 싶어하는 놈들이 자기들 방식대로 해꼬지할 뿐이지(또 굳이 말하면 ‘폭력’을 사용하는 걸 더 크게 제한 받는 문화 안에서는 ‘정치’를 이용한 괴롭힘이 이뤄지기 마련이지. 어른들의 세계가 그렇듯이). 그래도 길거리에서 여자분들이 웃고 지나가면 등이 얼음장처럼 서늘해지면서 움직일 수 없었는데 그게 대학교 3학년때까지 그랬지.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사회성이 부족하고 솔직히 ‘아주 깨끗하게’ 몸을 단장하고 다니지는 않았어. 머리를 한 시간 반넘게 감아봐야 비듬이 더 나아질리 없잖아? 근데 그렇다고 내가 뼈가 부러지고 수업중에도 뒷손가락질을 당할 사유는 안된다고 생각해.

근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서른셋이 되도록 왕따 얘기가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일단 학교에서 반 제도를 전부 철폐하고 경찰관을 배치해야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꿈에서 종종 괴롭힘당하는데 걔들한테는 즐거운 학창시절에 청춘이었을 거란 점이지.

무슨 소리를 하고 싶냐면…… 청춘 같은 건 어딜가도 없고 해꼬지를 하지 않은 사람도 대부분은 학창시절에 왕따를 방관하는 선량하고 영리한 공범자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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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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