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보석을 소개합니다— 테라 노바 : 스트라이크 포스 센타우리(Terra Nova : Strike Force Centauri)

시대를 앞서간 택티컬 FPS

Ashihara NepuYona
8 min readApr 4, 2019

개요

테라 노바 : 스트라이크 포스 센타우리(Terra Nova : Strike Force Centauri)는 센타우리 계에 인류가 진출한 먼 미래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파워배틀 아머라는 군사용 슈트를 입고 싸우는 병사’들’을 조종하는 일인칭 슈팅 게임이다. 시스템 쇼크, 시프 등으로 유명한 Looking Glass Stuido에서 개발 및 유통을 맡았고, 1996년에 DOS용으로 출시되었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렇다 : 미션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임무를 함께 할 세 명의 분대원과 슈트, 무기, 장비 등을 정한 뒤에 출격한다. 브리핑에서 설명한 특정장소에 강하하는 것으로 본 게임이 시작되며, 지도를 보며 분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임무을 수행한 뒤, 드롭십을 불러서 작전지역에서 이탈한다.

작전 지역, 예상 적 배치, 목표 등을 설명하는 브리핑 속 지도
320x400으로 묘사된 듬직한 동료들. 이들에게 지시를 내려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다양성과 역동성

이 게임의 자랑은 다양성과 그를 지원하는 전투 시나리오에 있다. 일단 슈트부터 경량/보통/중량급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기동성과 방어력, 무기의 소지갯수 등이 달라진다. 단, 모든 슈트에는 공통적으로 제트팩이 달려있으며 이 덕에 왠만한 지형은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무기는 에너지 무기와 투사체형 무기로 나뉘는데, 투사체형 무기는 탄환이 제한되어 있고 중력이 적용되어 다루기 어렵지만, 에너지 무기보다 강력하고 제트팩과 에너지 무기의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 잘 분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무장 뿐만 아니라 분대원들의 무장도 이와 같이 정할 수 있으며, 분대원들도 돌격병, 정찰병, 수리병, 전자병 등으로 클래스가 나뉘어져 있고 이에 따라 사격 정확도나 특수장비의 소지 등이 나뉜다.

이 게임의 미션 속 전투 시나리오들은 이런 다양성을 시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먼저 최소 목표만 달성해도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지만, 부가적인 목표들이 존재하며 이 목표들을 전부 달성할 것인지 아니면 타임어택을 할 것인지에 따라 플레이는 꽤 달라진다. 미션의 종류는 섬멸미션, 정찰미션, 에스코트 미션, 사보타쥬(폭파) 미션 정도로 나눌 수 있으며, 때때로 구조미션과 같은 특수한 시나리오도 준비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정보들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서 장비와 분대원을 선택해야한다.

네 명의 분대원, 네 가지 무기, 하나의 임무!

중요한 것은 미션 브리핑이 반드시 현장에서 마주치는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브리핑에서는 트럭을 에스코트하는 미션이라고 했지만, 이미 보호 대상인 운송트럭이 납치당해서 그 흔적을 쫓아가서 트럭을 탈환해오는 미션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브리핑 그대로 단순히 진행만 해도 되는 미션도 있지만, 이런 변화구적인 시나리오 및 인트로 영상에서 암시되는 스파이의 존재가 게임에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임무의 종류는 네 개 정도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이렇게 잘 짜여진 시나리오 덕분에 반복적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지형 역시도 탁 트인 야외 위주이긴 하지만, 맵 내에 고저차가 존재하여 정찰이나 기습에 용이하며, 건물이나 나무 등을 이용해 엄폐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행성에 따라 중력의 정도도 다르며, 이에 따라 제트팩의 사용이나 투사체 무기의 탄도 등이 변화하는 등의 요소도 존재한다. 320x400의 그래픽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낮밤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 스테이지나 비, 눈 등의 기후가 적용된 스테이지는 몰입을 돕는다.

정찰 미션은 역시 밤 배경이 어울린다
중력이 약해지는 위성 스테이지

FPS와 RTS가 합쳐진 독특한 조작

게임은 위에서 말한듯이 FPS지만,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시야가 함께 움직이는 방식(마우스룩)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 플레이 화면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제일 자주 볼 이단 구성의 화면

이 게임의 플레이 화면은 헬멧의 형태를 모방하여, 상하이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단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FPS의 화면이 펼쳐지며, 하단에는 각종 정보(분대원, 맵, 자기 상태)가 표시된다. 마우스는 커서 형태로 나타나며, 상단에서는 우클릭으로 락온을 하고 좌클릭으로 격발을 하지만 하단에서는 다양한 명령을 수행한다. 하단은 세 창으로 나뉘며, 이 곳의 조작은 굳이 말하면 RTS의 그것과 비슷하다. 중앙 창에 있는 맵의 특정장소를 클릭하면 (하나뿐이지만) 마커를 설치하여 상단 화면에 표시되도록 할 수 있으며, 좌측 창에서 분대원들에게 특정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공격전술(돌격, 대응사격, 후퇴 등)을 명령할 수도 있고, 우측 창에서는 플레이어 개인의 특수장비 및 드론을 사용할 수 있다.

탁트인 지형과 제트팩 덕분에 분대원들은 (손이 좀 많이 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명령을 잘 수행하는 편이며 이를 이용하여 분대를 나누거나 양동작전을 수행하는 등 다양한 전술적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스코트 미션에서 단지 보호대상을 지키며 다같이 나아갈 수도 있지만, 색적범위가 넓은 정찰병은 사격을 금지시킨 뒤 진행경로를 먼저 앞서 나가서 적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고 나머지 세 명이 보호대상을 에스코트할 수도 있다. 드론 역시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LCtrl를 누르면 자신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단 점이 매력적이다. 하단 우측에 드론의 시점이 표시되지만, 상단과 자리를 서로 바꿀 수도 있다.

드론을 조작 중인 게임 화면. 상단 우측에 플레이어와 분대원이 보인다.

상하단으로 나뉜 모양새나 그에 따른 게임플레이의 복잡성, WASD라기보단 WZXC에 가까운 조작법 등이 생소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충분히 빠르면서도 전략적인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단축키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G버튼을 통해 하단 정보를 생략하고 일인칭 화면을 확대시키는 고글 모드로 플레이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TAB키를 눌러 하단정보를 불러내는 기존의 플레이도 가능하고, 고저차가 있는 지형이 많아 상단화면만으로는 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적들도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총평

나 개인적으로는, 고스트리콘 시리즈나 메탈기어 솔리드 V, 혹은 파크라이 시리즈와 같은, 오픈월드에 전술성이 들어간 작품들의 선조격인 게임이라 느꼈다. 드론이나 정찰병을 통해서 먼저 적의 수나 배치를 알아내기도 하고, +-키를 통해서 망안경을 보듯이 확대해서 기지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고, 드론이나 다른 병사를 미끼로 해서 적들의 시선을 돌리고 공격할 수도 있다. 암살은 불가능하지만, 정찰미션에서는 전혀 들키지 않고 진행할 수도 있다. 특히 픽업 장소까지 이동해서 드랍십을 불러서 미션지역에서 이탈해야하는 부분은 MGSV 생각이 많이 났다. 이 게임이 그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더라도, 또 실시간으로 낮밤 변화가 적용되거나 오픈월드가 아닌 스테이지 방식이라 하더라도, 이런 규모를 가지고 이 정도의 역동성을 구현하겠다는 야심과 그 실현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게임이다.

고글 뷰에서 TAB키를 이용해 정보를 불러 낸 화면. 픽업 장소에 내려온 드랍십이 보인다.
스토리는 실사영상인 FMV로 진행

실사영상인 FMV의 스토리는 확실히 유치한 구석이 있다. 뭐랄까, 스타십 트루퍼스 틴 버젼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게임을 진행하는데 흥미를 가져다주고 전투 시나리오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며, 무엇보다도 분대원들에게 애착을 갖게 해준다.분대원들은 스탯만 조금씩 다른 양산형 로봇이 아니라, 클리어한 음성으로 미션 시작시 간단한 코멘트를 하거나 무선을 나누는 등 (A.I.수준은 실제로 비슷한 것 같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느껴진다. MIDI로 된 배경음악은 탐색이나 전투 등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교전이 끝난 뒤 얼마정도 지나면 전투 음악은 다시 탐색음악으로 바뀐다.

오래된 게임이지만, 확실히 독특한 매력이 있다. UI나 조작법은 생소하지만, 설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럴싸하게 납득이 되는 구석이 있으며 익숙해지면 충분히 지금도 할만하다. 당시에는 그래픽이나 액션성의 부분이 다른 메카 게임들에 비해 뒤쳐져서 주목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그 독창성 덕택에 문제점들을 상회하는 플레이 가치를 지닌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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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shihara Nepu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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