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를 걷는 일”
“내가 ‘연기의 기사’란 적 때문에 막혔을 때, 게임 FAQ인지 어딘지에서, 누가 예전에 올린 글을 본 적이 있다. 작성자가 뭐라고 해놓았냐면 ‘난 이 보스 진짜 싫어, 도저히 못 깨겠고 주말 내내 이 놈하고 싸웠는데 아무것도 못 이루고 일하러 가야한다고’ 라는 투로 글을 적어놓았다.
그 밑에 어떤 친절하기 짝이 없는 친구가 답하기를, ‘이봐 내가 보기엔 당신은 이런 게임들을 하기에 적당한 마음가짐을 못 갖췄어. 이런 게임들은 어렵고 힘들지, 왜냐면 삶은 어렵고 힘든 거거든. 근데 작은 일 앞에서 포기해버리면 아무것도 못 배울걸?’ 이라더라.
그 친구는, 두 가지 이유에서 개자식이었다.
첫째로, 우리는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에게 삶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다들 이미 알고 있다.
다음으로, 다크소울의 요점이 삶과는 전혀 다르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크 소울은 합리적이고, 일관적이며, 예측가능하고 또한 공정하다. 나 자신이 그랬듯 게임 중간에 막힐 수도 있다. 다크 소울 3에서는 다른 삼부작보다도 더 많이 막혔었다. 하지만 그게 삶처럼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막힌 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이 시리즈는 성패를 예리하게 가로지르는 빠듯한 제한 속에서, 게임 시스템을 이용할 줄 아는 나의 문제 해결 능력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어렵고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게임이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는 우리네 삶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이 아니다. 왜냐면 그 쪽이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것이 놀이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바로 그 칼날 위를 걷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진 경험이 자아내는 긴장에 철저히 집중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삶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선반에 물건을 채우거나,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거나, 양파 한 상자를 통째로 깎는 일에는 그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고, 그 어떤 불확실성도 개입하지 않는다. 그게 괴롭다는 사실은 당신도 알고, 다른 모든 이들도 알며, 그렇기에 당신이 돈을 받는 것이다. 또, 그 일을 아주 아주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노력이 무심하게 착취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조차 없다.
다크 소울은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어떤 과정이 이뤄지도록 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한 예시이며, 그 카타르시스가 “그냥 열심히 잘 해봐(Get good)”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다. 그 평가에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동의한다.
게임이 주는 아주 근본적인 즐거움은, 당신이 열심히 노력한 게 보상받는단 거다. 그 점은 아주 강렬한 카타르시스 중 하나다. 왜냐면 그게 꿈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게 게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3:31:52부터 3:33:52까지)
https://youtu.be/O_KVCFxnpj4?t=12712
(클립)
https://youtube.com/clip/Ugkx4B5JK8NLSZ8pVaNFiKEvYAhKlOiwCs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