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요리’와 이야기

Ashihara NepuYona
2 min readFeb 4, 2021

여러가지 컨텐츠란 ‘코스 요리’ 같은 거라서, 보여주고 싶은 메인디쉬(스포츠물이라면 시합, 전쟁영화라면 전투장면, 게임이라면 게임플레이 등등)가 있고, 그것을 더 맛있게 즐기게 하기 위한 에피타이저나 프로마주, 디저트가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이야기(내러티브)란 말하자면 그 코스 요리의 순서표(프로그램)인 셈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풀 코스 요리’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짜넣는 것으로 많은 작품은 개성을 확보하며, 예를 들어 우로부치 겐이 손댄 메카 아니메 <obsolete> 같은 경우 그야말로 ‘엑조프레임’을 활약하기 시키기 위해 필요최소한의 이야기만 넣어서 이런 음식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메뉴는,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금방 질리게 되기 마련인 법. 흔히 말하는 페이스 변화(pace-breaking)란, 정보적/감정적 낙차를 발생시킴으로써 무감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때로는 더 ‘깊은 맛’을 내기위한 이야기적 기법이다. 내가 종종 “우아하다”고 평가하는 작품들은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에 전채(수프, 샐러드…)들이 많다. 그 탓에 메인 디쉬가 차지하는 비중(혹은 그 절대량)은 다른 메뉴보다 적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콘솔 게임은 영화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콘솔 게임은 스테이크가 되고 싶어한다”는 폴리곤 기사가 있었는데, 이는 실은 ‘풀 코스 요리’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Sign up to discover human stories that deepen your understanding of the world.

Free

Distraction-free reading. No ads.

Organize your knowledge with lists and highlights.

Tell your story. Find your audience.

Membership

Read member-only stories

Support writers you read most

Earn money for your writing

Listen to audio narrations

Read offline with the Medium app

Ashihara NepuYona
Ashihara NepuYona

Written by Ashihara NepuYona

10.21hz : The Megalomainc Radio Tower

No responses yet

Write a respo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