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요리’와 이야기
여러가지 컨텐츠란 ‘코스 요리’ 같은 거라서, 보여주고 싶은 메인디쉬(스포츠물이라면 시합, 전쟁영화라면 전투장면, 게임이라면 게임플레이 등등)가 있고, 그것을 더 맛있게 즐기게 하기 위한 에피타이저나 프로마주, 디저트가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이야기(내러티브)란 말하자면 그 코스 요리의 순서표(프로그램)인 셈이다.
물론, 모든 작품이 ‘풀 코스 요리’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짜넣는 것으로 많은 작품은 개성을 확보하며, 예를 들어 우로부치 겐이 손댄 메카 아니메 <obsolete> 같은 경우 그야말로 ‘엑조프레임’을 활약하기 시키기 위해 필요최소한의 이야기만 넣어서 이런 음식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메뉴는,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금방 질리게 되기 마련인 법. 흔히 말하는 페이스 변화(pace-breaking)란, 정보적/감정적 낙차를 발생시킴으로써 무감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때로는 더 ‘깊은 맛’을 내기위한 이야기적 기법이다. 내가 종종 “우아하다”고 평가하는 작품들은 메인 디쉬가 나오기 전에 전채(수프, 샐러드…)들이 많다. 그 탓에 메인 디쉬가 차지하는 비중(혹은 그 절대량)은 다른 메뉴보다 적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콘솔 게임은 영화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콘솔 게임은 스테이크가 되고 싶어한다”는 폴리곤 기사가 있었는데, 이는 실은 ‘풀 코스 요리’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고 있다.